[INTERVIEW 배양숙의 Q] 유쾌한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에게 세계시민(Global citizen)을 묻다

유주연 2019. 5. 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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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지구는 하나가 된다?
"You can't always win, but you can always learn"
다름을 인정하는 다툼은 건강한 토론이다.
DARPA Robotics Challenges 속에 든 Global Citizenship
INTERVIEW 배양숙의 Q
Q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로봇일레븐은 어떤 책인가?

A 독자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깜짝 놀랐어요(웃음).

아주 소중한 사람, 제 아들 홍이산이 저와 공동저자입니다.. 베스트셀러 최연소 저자이겠네요(하하하) 로봇일레븐은 동화책입니다. 로봇과 사랑이 있는 책이에요.

아들이 어릴 적부터 연구소에 드나들기도 하고, 워낙 저의 베스트프렌드(best friend)이기도 해서 대화를 많이 해요. 제가 항상 물어보는 것이 "이산아, 너가 이런 상황이면 어떤 로봇을 만들고 싶니?" 그러면 이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저는 그 얘기를 받아 적어요. 기록하는 거죠. 지난 4년 정도 모인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재미있는 11개를 뽑은 게 바로 이 '로봇 일레븐' 입니다.

여기서 아주 기상천외한 로봇 11개가 나오는데 로봇만 설명한 책은 아니에요.

재미있어야 하니까 아들이 자기 전에 재워주면서 항상 즉석에서 이야기들을 만들어서 얘기해주거든요. 그렇게 얘기했던 이야기들을 가져다 이산이와 함께 편집한 겁니다. 외계인들이 쳐들어오는 이야기인데 이게 그냥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산이한테 가르쳐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아주 소중한 가치들이 담긴 책이에요.

Q 데니스 홍 교수가 생각하는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이란?

A 어려운 질문인데, 저는 로봇을 개발하고 로봇기술을 만드는 엔지니어여서 사실 이런 질문을 하면 약간 당황스럽긴 해요. 제가 생각하는 세계시민의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편하게 말씀 드릴게요.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한국에서 자라며 대학교까지 다녔습니다. 법률상 미국 시민으로 되어있지만, 저 자신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생각해요.

또 한국 사람, 미국 사람을 넘어 저는 지구인이라고 생각해요. 공상과학처럼 얘기하자면.저는 외계인들이 쳐들어왔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왜냐하면 생각해보세요.

이웃집이랑 분쟁이 생기면 가족끼리 단합이 돼요. 옆 동네랑 같이 운동경기를 하면 마을사람들은 바로 단합이 돼요. 정치적으로 복잡해지면 지역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또 전쟁이 나면 당연하게 애국심으로 뭉쳐지잖아요? 그러니까 외계에서 외계인들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되겠어요? 전 지구가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외계인들이 쳐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물론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안 되죠 (웃음).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면 지구인, 이 인류 중 누구든지 느낄 수 있는 위기의식을 예를 들겠습니다. 환경문제 'Global Warming' 가 아주 심각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인식하면 모두 단결되고 자동으로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저는 세계 평화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 비밀을 알고 있어요. 전세계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Key를 알고 있습니다. 뭘까요? 저는 출장을 굉장히 많이 다녀요. 한국에도 자주 오고 유럽에도 자주 가고 연구미팅, 강연을 위해 다니는데 저는 항상 출장을 갈 때마다 꼭 시간을 내서 하루라도 개인 여행을 하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낯선 음식들을 먹고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해요. 익숙한 데서 벗어나서 다른 사람과 만나면 "'어? 어떤 사람들은 나랑 똑같은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어? 나랑은 전혀 다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그런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거든요.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미팅룸 에서 데니스 홍 교수
Q 다름을 인정했던 몇 가지의 경험은?

A 어떤 경우에는 딱 이거로 나뉘어 있지 않아요. 이스탄불을 자주 방문하는데 그곳은 이슬람과 유럽, 아시아가 합쳐진 듯한 특이한 이질적인 문화입니다.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시골 마을 시장을 혼자 가서 '바클라바'라는 디저트가게를 들어갑니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Hi~~" 하고 얘기를 건네면 말이 통하는 사람과 얘기를 합니다. 재미있습니다. 그곳 사람들이 자기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데 "Oh! Welcome"하며 시키지 않은 바클라바를 가져와서 증조할아버지가 개발했다는 삼각모양 바클라바를 자랑스러워 하며 건네고 티도 함께 마시며 얘기를 하고는 값을 받지 않아요.

자부심을 선물했음에 만족하지요. 저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커피숍에서 옆자리에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이 있어요. 얘기하다 보니까 영어를 잘해요. 학교 수학 선생님이에요. 그분과 이슬람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구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에 관한 것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든가, 'We respect, too' 다름을 존중하고 우리는 다르지만 서로 존중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아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을 좋아해요.

여행을 많이 다른 사람들은 오픈 마인드가 되어있고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세계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에서 분쟁을 없애는 길은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봇 연구를 하는 학계에서는 또 달라요. 국제 로봇 학회 같은 곳에 가면 각자의 연구논문들을 발표하고 교류를 하는데, 서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독일, 일본, 캐나다에서 참석한 로봇 공학자들이 다 같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로봇 기술과 난제를 같이 해결하는 현장에서는 국적구분이 없어요. 다 같이 하나가 되는 거예요.

Q 국내 학회 현장에선 동일 텍스트를 가지고 연구방향을 달리하는 일부 학자들간의 다툼이 왕왕 있다고 들었습니다.

A 다툼도 여러 가지 다툼이 있을 수 있겠죠. 진짜로 치고받고 싸우는 일도 있겠지요.

'너는 저렇게 생각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분명 서로 다르지만 괜찮아요. 대화를 나누며 서로 다름을 생각하고 오히려 내가 더 옳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혹은 얘기하다가 '저 사람의 의견도 말이 되는구나, 네가 맞을 수도 있고 내가 틀릴 수 있겠다'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요. 혹은 나에겐 이것이 맞고 너는 저것이 맞을 것 같다면 합쳐서 더 좋은 게 나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다툼이 꼭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치고 받고 싸우면서 '네가 틀리고 무조건 내가 옳다'고 하는 다툼은 잘못되겠지만 오픈 마인드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나오는 다툼은 오히려 'Healthy', 건강한 토론이라고 생각해요.

Q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니, 너의 얘기를 듣고 싶지않다.' 라고 하는 일부 학자들이 이 인터뷰를 꼭 읽었으면 좋겠네요.

A 남들을 배척하고 나만 맞고 너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거죠. 다 자기 구멍 안에만 있어서 '나는 이게 맞아, 넌 틀려'하며 무덤에 스스로 들어가는 거죠.

Q DARPA 로봇대회에서 경험한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은?

A 조금전에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저희는 로봇 연구를 하고 그 연구를 베이스로 한 로봇 대회도 많이 나가요. 로봇 대회는 재미있어요. 선의의 경쟁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합니다.. '로보컵'이라고 국제 로봇 축구대회에서도 저희가 다섯 번 연속 세계 우승도 하고 그랬죠. 그중에 노력을 많이 기울인 'DARPA Robotics Challenges' 라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재난구조로봇대회' 입니다. 6년 전 일본 후쿠시마에서 대단히 큰 사건이 일어났죠. 많은 사람이 죽고 지금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원자력 발전소에 사고가 나서 방사능이 유출되었습니다. 사람들을 구하고 고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로봇이거든요. 재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규모가 큰 대회에요. 재미있는 사실은 대회의 제목이요, 'DARPA Robotics Challenges' 라고 해요. DARPA는 미 국방성 연구기관이죠. Robotics 로봇, Challenges. Competition이 아니고 Challenge라고 해요. 다시 이야기하면 Competition, 스포츠 경기처럼 서로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고, Challenge, 도전이에요. 너무나 멋있지 않나요? DARPA Robotics Competition이 아니라 DARPA Robotics Challenges 예요. 대회 1등 하면 상금 받습니다. 물론 1등 하면 너무 좋죠. 당연히 1등 하도록 노력해야 하죠.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너를 박차고 일어나서 이기겠다'가 아니라, '우리 다 같이 이런 대회를 통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서 함께 지구를 구할 그런 기술을 함께 만들자'라는 가치에 대한 도전이잖아요. 그래서 그 대회 이름 DARPA Robotics Challenges자체가 세계시민의식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니스 홍 교수
Q "You can't always win, but you can always learn." 한국 뉴욕 주립대학교 특강 때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A 우리는 많은 로봇대회를 나가는데요, 우리는 사실 항상 이겼어요.

Robotics Challenges에서는 굉장히 복잡한 일이 있어, 제가 버지니아 대학교에 있다가 UCLA로 옮기면서 힘들고 복잡한 일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대회에서 우리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학생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이야기한 게 그거에요. "You can't always win, but you can always learn."항상 이길 수는 없지만, 항상 배울 수는 있다.

누구나 실패해요. 제가 알고 있는 많은 성공한 사람 중에 실패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없어요. 다들 실패해요. 저도 실패를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여러분도 실패를 많이 할 거예요. 그런데 다른 점은 실패해서 포기하고 좌절하면 끝이지만 그 실패에서 보고 배우면 그다음 성공으로 가는 단계거든요. 그래서 실패라는 것을 하나의 단계로 알아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안타까운 얘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기가 너무 힘든 사회적인 분위기, 환경이잖아요.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기가 힘드니까 실패가 너무 무서운 거예요.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는 건 다들 알지만 두려우면 도전할 수 없게 되고 당연히 성공할 수도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ionship)에서 중요한 것은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한 로봇들있잖아요. 하나에 몇 밀리언(million) 달러인 아주 비싼 기계들이에요.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시제품이니까 고장 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실험 같은 걸 할 때 다른 연구소에서는 조심조심한다는데 저는 우리 학생들한테 '아니야 괜찮아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무겁게 움직여' 그래서 학생들한테 로봇을 고장 내라고 시켜요. 왜냐면 로봇이 고장 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거든요. 그래서 학생들한테 매일 그렇게 말해요. 괜찮아요. 물론 실패가 좋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래도 OK! 오히려 실패를 한 번도 안 하면 그건 도전을 안 했다는 거예요. 우리 연구소에서 학생들에게 그걸 가르치면 이 친구들이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 이쪽 업계를 이끄는 엔지니어가 되었을 때, 실패를 딛고 재도전하는 마인드가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ienship) 이라 생각합니다.

Q 실패와 고난을 잘 견뎠을 때 비로소 마음의 근력과 면역이 생겨 다음 도전을 위한 에너지원이 된다. 삶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마음의 근력과 면역을 생기게 했던 사건은?

A 그 사건은 정말 가까운 친구들 혹은 가족들 말고는 모릅니다. 일반 사람들은 데니스홍을 검색하면 신문 잡지, TV, SNS에서 많이 나오니까 제가 아주 평탄한 가정에서 오냐오냐하며 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에요. 저는 굉장히 행운아예요. 정말 사랑해주는 부모님 보호 아래에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왔으니까요. 그렇지만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누구나 위기를 겪지요. 저 역시 크고 작은 실패를 많이 했어요. 저의 인생의 바탕이 흔들릴만한 큰 사건을 겪었죠. 누구나 겪어요. 언제 겪느냐가 다를 뿐이지.

5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저는 박사학위가 끝나자마자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수로 선발되어서 11년 동안 있었어요. 버지니아 대학교는 좋은 학교인데 로봇을 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RoMeLa(Robotics and Mechanisms Laboratory) 라는 로봇 연구소를 세워서 큰 성과를 내고 꽤 유명해졌거든요. 그때 한창 잘나갈 때 상도 많이 타고 워싱턴 포스트 일면에 기사도 나고 포브스 표지에 실리기도 할 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연구결과는 학계에서는 많이 알려졌었는데 일반 대중들은 저에 대해서 알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TED 강연을 하게 되었고 우리가 만드는 로봇들이 매스컴을 타다 보니까 갑자기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뜬다는 표현을 쓰나요? 그 때 전 세계에서 알 만한 대기업들로부터 높은 자리와 믿기지 않는 좋은 조건으로 데려가려고 하고, 다른 대학교에서 스카우트제의도 많이 왔었는데 그중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UCLA에서 저를 스카우트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던 거예요. UCLA가 좋은 학교이기도 하고 공대도 최고인데 로봇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UCLA의 미래는 로봇이다'라고 해서 Robotic Institute에 감독을 뽑아야 해서 저를 채용(recruit)하려고 했던거죠.

저는 그 당시 성장한 제가 좀 더 큰 무대에서 설 기회로 생각했고 사실 버지니아텍은 학교는 좋은데 시골에 있어요. 그즈음 우리 아들도 태어났으니 더 큰 기회가 열릴 UCLA로 가려고 했죠. 그 과정에서 제가 믿었던 사람들과 학교 여러 관계자, 저를 아껴주시고 성장하도록 도와주셨던 멘토 같은 분이 (스토리를 다 들으면 그게 아니라는걸 아는데… ) 사실 이렇게 큰 사건은 영화랑 달라요. 영화나 소설에서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구분되는데 현실속에서는 , 물론 내가 이야기하는 나의 스토리에서는 내가 좋은 사람이고 나랑 갈등이 있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긴 한데 결국 이런 큰 사건은 굉장히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거예요. 내가 그냥 떠나서 일어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재난구조 로봇대회와도 얽히고 설켜서 복잡하게 일어난 일이거든요. Anyway(어찌 됐든), 배신도 당하고 누가 나쁜 마음을 먹고 나쁜 일을 하면 안 똑똑한 사람은 그냥 주먹질을 해요. 보통사람은 욕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진짜로 똑똑한 사람이 나쁜 일을 하면 정말 무서워요. 딱 분석을 해서 법적으로 넣고 칼로 싹싹 자르고 전혀 모르게 앞에서는 허허허 하고 저 같은 경우에는 순수하게… 알고 보니까 모든 걸 빼앗기고 UCLA에서 빈 손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거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아요. 이거 한번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도 될 거예요, 하하.

그 사건은 저의 인생을 전체의 모든 믿음의 바탕이 된 게 흔들려버렸어요. 가치관이라는 표현을 쓰죠, '이게 옳고 저게 그르고 내가 추구하는 건 이게 아니고' 같은. 삶의 전제조건들이 있잖아요. 근간이 깨져버리니까 모든 것들이 우르르 무너져버리는 거예요. 제 인생 신조가 'Optimism Always Finds the Way 긍정은 언제나 길을 찾는다.'입니다. 가끔 이걸 잘못 해석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나쁜 일이 있을 때 ’무조건 잘 될거야.’ 하고 세뇌시키는 건 아니에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좋든 나쁘든 정말 지옥 같은 일이 있더라도 잘 찾아보면 그중에 긍정적인 게 없을 수가 없거든요. 항상 어딘가에는 긍정이 있어요. 거기에 초점을 맞추자는 거거든요. 이 사건이 저의 전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저한테 큰 도움이 되었죠. 결과적으로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더 성장할 수 있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고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 일들이 많았어요.

유치한 얘기이지만, 당시 한창 잘 나갈 때, 목에 힘주고 으쓱으쓱 잘난척하거나 겉 멋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연락 끊겼던 친구들이 이름이 알려지니 연락이 오는 거예요. 옛날 초등학생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는데 '야 너 많이 변했다' 그러는데 저는 ’에이 뭐가~’ 그러면서 속으로는 ’얘들이 아마 내가 부러워서 그러는 걸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아니야~“ 그랬던 거예요. 저의 누나도 너 많이 변했다고 정말 저를 아껴줘서 하는 말이었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 얘기지만 속으로는 ’누나도 내가 부러워서’. 그런 나쁜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어요. 그러다 큰 사건이 터지니까 충격을 받고 ’아, 내가 변하고 있구나’ 자각을 하며 저를 돌아보게 되었지요.

큰 사건일수록 복잡하게 얽혀있지요. 물론 그 중에 제가 괜히 으쓱하다 실수했던게 분명 있었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동안 이루었던 것들, 잃은 것들, 앞으로 가야 할 길, 나는 어디에 있는지, 지나온 일들과 주변을 돌아보는 사색을 할 기회도 생겼지요. 만약 그 사건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잘난체하며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힘든 일이 생겨 슬프고 화가 나는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건 항상 있기 마련이에요. 부정적인 건 해결할 수 있으면 해결해요. 아니면 버려두고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서 받아들이려고 해야 해요. 사람은 어렸을 때 자기가 잘하는 일, 자기가 잘 못하는 일, 장점, 단점을 잘 분석하는 게 중요하죠. 어렸을 때는 단점들을 보완해서 자기 계발을 해야 하죠. 예를 들어 수학을 못하면 수학을 하고, 운동을 못하면 운동을 하고, 이런 식으로 자기 계발을 많이 해야 하는데 이 나이쯤 되니까 나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잖아요?

옛날에는 단점을 보완하려 노력했다면 지금은 나의 단점들에 대해 'OK. 괜찮아' 하죠.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저의 장점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까 생각해요. 그 편이 더 행복하고 즐겁고 결과도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데니스 홍 교수
Q 인생의 근간을 흔드는 일을 겪은 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게 달라졌나?

A 보통 이런 어려움을 겪으신 사람들이 얘기나 책 같은 걸 보면 다들 그런 얘기를 해요. 자기가 정말 망했을 때 자기랑 같이 계속 있어주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고 떠난 사람들은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힘들었을 때 제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이해해주고 아껴주고 응원해줬어요. 축복이죠. 또 하나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상처받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전부 다 알려주지 않은 것은 있죠.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스토리라인이 있는데, 실제 상황에서는 스토리가 너무너무 복잡해서 분석이 안돼요. 명확하지도 않고 결국 3,4,5년이 지난 후에야 대충 그림이 그려지잖아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이걸 다 설명할 수도 없었고. 하지만 적어도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항상 제 옆에서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응원한다고 어깨 한번 토닥여주고 한번 포옹해주고 그런 사람들이 많았어요.

Q 타인의 문화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계속 도전하고 거듭되는 실패의 과정을 수용하는 자세가 결국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인가?

A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 얘기한 모든 내용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힘든 내용이잖아요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라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 배려, 그리고 공감 능력 이것도 글로벌 인재를 위해서 중요한 가치예요. 저는 그런 내용을 우리 아들한테 가르쳐주고 싶어요. 그래서 쓴 책이 이 책(로봇일레븐)입니다. 사랑, 공감, 배려,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런 것들이 이 책에 녹아있어요. 어린이들은 읽으면서 그것을 잘 파악을 못 하죠. 이 책엔 메시지가 숨어있는데, 제가 원하는 것은 아이들과 낄낄대며 재미있게 읽고 부모들도 읽고 토론을 하고 하면서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주는 메시지인 이 책을 통해서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함께 전하고 싶은 거죠. 결국, 이 책이 글로벌 인재를 위한 책입니다.

Q 거짓말을 하지 마라, 줄을 잘 서라, 다른 사람이 오면 문을 잡고 기다려줘라, 유엔에서 말하는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의 설명이다.

A '로봇 일레븐' 안에 녹여져 있는 중요한 가치와 결국은 맞닿아있는 거죠. 그런 것들이 이 책에서는 다르게 재미있는 스토리로 나와요. 예를 들어서 열한 개의 로봇이라는 걸 이산이가 생각하는데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이산이가 정말 그래요. 누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고 친구가 잘되면 정말 같이 기뻐해 주고 그런 친구인데 친구 하나가 강아지를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강아지를 찾는 로봇을 개발하지요. 열한 개의 로봇을 다 좋은 의미로 만들었는데 다 실패해요. 예를 들면 이산이가 레고 블록을 좋아해요.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놀고나서 정리하는 건 정말 싫어해요. 하루는 엄마가 레고 블록을 발로 밟았어요. 아파하잖아요. 그걸 보면서 레고를 가지고 노는 건 좋은데 치우는 건 귀찮으니까 레고를 정리해주는 로봇을 만드는 거예요. 손이 진공 손이라서 레고를 빨아들이고 몸속에서 정리해주는 로봇을 개발하는 거죠. 이 로봇이 레고를 청소하다가 레고에 재미가 들려서 이산이의 레고를 전부 다 가지고 도망가버려요. 그래서 실패했어요. 그리고 이산이는 목욕을 하기가 귀찮은 거예요. 그래서 목욕을 해주는 로봇을 만든 거예요. 만들었는데 목욕을 시키러 갔더니 로봇은 전기전자 회로 합선이잖아요. 로봇이 무서워서 도망가버려요. 그런 식으로 열한 개의 로봇을 좋은 의미로 만들 지만 다 실패해요. 그러니 누구든지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도 스포츠 잘하는 사람이 있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있지만 둘 다 잘하는 사람은 잘 없잖아요. 결국 자기만의 빛을 낼 수 있는 그 한가지를 꿈을 찾아서 나아가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회가 온다는 메시지를 주거든요.

그러다가 외계인들이 쳐들어와요. 그때 실패했던 열한 개의 로봇들이 자기만의 실패했던 이유의 능력을 가지고 힘을 합쳐서 리더십, 배려, 사랑, 공감으로 물리치는 재미있는 내용이죠. 재미있고 기발하면서 어른들이 봐도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너무 신기한 것뿐만 아니라 거기에 정말로 좋은 메시지들이 알게 모르게 같이 스며들어있어요. 정말 자랑스러운 책입니다.

Q. 작지만 강한 멋진 책이다. 그리고 덕수궁,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 강연 주제를 '다르게 보기, 새롭게 연결하기' 라고 했다.

A. 특히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막연히 두려워하는 학부모님들이 많더라고요. 신문 잡지 같은 거 읽으시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저에게 물어보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항상 하는 대답은 걱정하지 말고 이건 좋은 기회라고, 컴퓨터, AI 로봇들이 잘하는게 무엇이고 잘 못하는게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못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의 역량을 키워주면 돼요. 중요한 건 창의력이거든요. Creativity 이런 컴퓨터 로봇은 그런 창의력을 낼 수가 없거든요. 사실 창의력에 관한 강연인데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뭐든지 다르게 보고 전혀 관계없는 것들을 새로운 방식들과 연결시키는 것이 평소 제가 정의하는 창의력이거든요. 이 강연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스토리도 나와요.

Q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데미안의 새처럼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Beyond K-night 2019의 철학적이면서 문학적인 메시지이다. 데미안의 새처럼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순간은?

A 저는 매일 저의 틀을 계속 깨요.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고난을 깨고 나오는 고통스러운 거잖아요. 하지만 저는 엄청나게 두꺼운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을 자주 깨요. 그래서 결국은 얇은 것들이 쌓여서 엄청나게 두꺼운 알을 깨고 나오긴 하는 거죠. 두꺼운걸 한번에 깨고 나오면 불행해질 수도 있고 실패하면 알에 영원히 갇힐 수도 있잖아요. 왜 그래요? 조금씩 깨면서 와 오늘도 발전했네! 이렇게 해서 가끔 실패해도 조금 실패하는 거고 계속 깨고 나오면 점점 커지는 거고… 그래서 저는 항상 행복해요. 작은 도전들도, 작은 성공들도 쌓이면 결국 엄청나게 큰 결과가 나오죠.

Q 로봇 오프닝 데이란?

A 경기도에서 지원을 받아서 성균관대학교와 UCLA 학교와 같이 공동연구 프로젝트 하는 게 있습니다. 새로운 종류의 보행기술을 가진 로봇들을 공동으로 연구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3년짜리 프로젝트인데 마지막 해, 결과물들을 성균관대 수원 캠퍼스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행사입니다. 우리 로봇들도 열 대 가량 가져옵니다, 이 로봇들을 우리나라 젊은 학생들에게 많이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장소, 콘텐츠 등 여러 과정이 있지만 협력가능한 단체와 함께 정식행사화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가정의 달인 5월이다. 아버지, 남편, 아들, 선생님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은?

A 5월은 가정의 달인 데 저는 아니에요. 1년 365일 매일 가정의 날이에요. 전 세계, 개별국가, 학교, 지역사회등등에서 가장 작고 중요한 사회단위가 가정이에요. 저와 이산이는 베스트 프렌드예요. 100% 신뢰가 쌓여있는 관계이고 함께 장난치고 사고 칩니다. 저는 특별히 가정을 위해서 무엇을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내가 하고 싶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지요. 가정의 달이라서, 어린이날이라서 하기 싫은데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들이랑 놀고 싶고 아내에게 맛있는 음식 만들어주고 싶고 같이 여행 다니고 싶은 거지요.

글로벌 인재상에 대해서 이와 관련된 가정과의 관계를 이야기를 하자면 일반 사람들이 아주 유명한 위인전을 읽는다든가 유명한 강연자를 보면요, 가슴이 설레고 나도 저렇게 세상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가 한 이틀 지나면 다들 '에이 이 사람은 유명한 사람이지만 나는 그냥 보통사람이니까 안돼'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세상을 바꾸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있어요. 모두가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는 거예요.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면 이 자녀들이 다음 세대가 돼서 올바르면 이 세상은 자동으로 바뀌거든요. 근데 여기서 인재양성을 하는 건 공부 시키고 똑똑한 게 아니에요. 사실 돈 많이 벌면 뭐해요, 공부 잘하면 뭐해요. 사람이 먼저 되어야죠. 그런데 이걸 강박적으로 하면 안 돼요. 정말 우러나는 사랑에서만 가능한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받고 싶다?" 가 있는가?

A 있습니다. 부먹 vs 찍먹? (하하하)

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부어 먹는게 부먹, 찍어 먹는게 찍먹이거든요. 저는 찍먹이에요. 부어 먹으면 나중에 바삭바삭한게 덜해져요. 농담 같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살면서 중요한 갈림길에서 결정을 해야 할 때, 보통 비즈니스 하시는 분은 플러스 마이너스를 분석해서 어느 쪽이 더 이익이 있는지 계산해서 A or B를 선택하잖아요. A와 B중에 어떤 게 우위인지 계산하기 전에, 한가지 생각해야 할 게 있어요. 뭔지 아세요? 짬짜면. 항상 짬짜면이 있는지를 생각해야 해요. 중요한 얘기에요. 짜장면이 먹고 싶은가 짬뽕이 먹고 싶은가 결정해야 하는데 어떨 때는 둘 다 먹을 수도 있거든요. A 아니면 B가 아니라 A랑 B를 같이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세요. 짬짜면! (하하하)

2019.05.04 잠실 교보문고 로봇일레븐 북콘서트 현장에서 데니스홍교수
유쾌한 장난꾸러기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와 인터뷰 내내 웃음소리와 함께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웃음소리 사이에 들어있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 이산이를 Best friend라 부르며 신나게 놀면서 공부도 같이 하는 멋진 아빠이자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영웅이다. 로봇일레븐 북 콘서트현장에서 질문하는 어린이 독자가 있는 곳까지 성큼성큼 걸어가서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며 칭찬을 담은 대답을 해주고 싸인을 한 후에는 개구쟁이처럼 함께 사진을 찍는다. 데니스 홍 교수는 지구를 지키는 또 다른 멋진 로봇이 틀림없다. 외계인들이 쳐들어올까 걱정하는 이산이에게 "문제의 해결은 그 문제가 '왜' 생겼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하는거야." 라고 하며 외계인이 쳐들어온 근본 원인이었던 로봇기술을 외계인과 공유하기로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멋진 이산이의 아빠가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되길 기대하게 됩니다.

UN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집중해야 할 공동과제로 '지속 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설정하고 17가지 주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설정했다. 세계 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 함양은 세부목표 중 하나다. 개인과 개인의 장벽, 국가와 국가의 장벽을 넘어 인류 보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lobal citizenship 함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기 위한 기본조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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