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봉준호 '기생충', 칸 수상 가뭄 깰까..쟁쟁해서 더 흥미로운 경쟁

김지혜 기자 2019. 5. 1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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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국제영화제가 일흔두 번째 막을 올린다.

5월 14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Cannes)의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개막작 '더 데드 돈트 다이'(감독 짐 자무쉬) 상영을 시작으로 12일간의 영화 축제가 열린다.

영화제의 꽃인 경쟁 부문에는 개막작 '더 데드 돈트 다이'(The Dead Don't Die)를 포함해 총 21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지난해 넷플릭스 제작 영화의 초청 금지가 첫 적용돼 '로마'(감독 알폰소 쿠아론), '카우보이의 노래'(감독 코엔 형제) 등의 수작을 베니스영화제에 내줬던 칸은 올해 보란 듯이 화려한 라인업으로 경쟁 리스트를 꾸렸다.

벨기에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의 '영 아메드'(Young Ahmed),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드 미스드 유'(Sorry We Missed You),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 미국 테렌스 맬릭 감독의 '어 히든 라이프'(A Hidden Life), 프랑스 아르노 데스플레생 감독의 '오 머시!'(OH MERCY!), 캐나다 자비에 돌란의 '마티아스 앤드 막심'(MATTHIAS AND MAXIME) 등 신구 거장의 작품을 대거 초청했다. 여기에 미국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와 터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메이툽, 마이러브:칸토 우노'(Mektoub is Mektoub, Mektoub, My Love: Canto Uno)는 추가 초청으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경쟁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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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칸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적 있는 감독만 5명(다르덴 형제 2회, 켄 로치 2회, 쿠엔틴 타란티노 1회, 테렌스 맬릭 1회, 압델라티프 케시시 1회)이다. 이밖에 페드로 알모도바르, 자비에 돌란, 짐 자무쉬 등도 감독상, 심사위원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전통의 강호다.

한국 영화도 이 치열한 경쟁에 가세했다. 2018년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 2017년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와 '그 후'(감독 홍상수), 2016년 영화 '아가씨'에 이어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기생충'은 영화제의 후반부인 5월 21일 공식 상영을 통해 전 세계에 처음으로 베일을 벗는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마더'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어 영화로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 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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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중산층 가정의 왁자지껄한 가족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통해 풍자와 해학,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해온 봉준호 감독인 만큼 비범한 작품의 탄생이 예상된다.

한국 영화는 최근 4년간 1편 이상의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본상을 수상한 것은 2010년 영화 '시'(감독 이창동)의 각본상이 마지막이다. 2016년 '아가씨'가 벌칸상을, 2018년 '버닝'이 벌칸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았지만 본상은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는 올해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의 본상 가뭄에 물꼬를 터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봉준호 감독의 칸 초청은 비경쟁과 경쟁을 통틀어 다섯 번째이며, 경쟁 부문 초청은 두 번째다.

지난 4월 열린 '기생충'의 국내 제작보고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칸 초청에 대해 "영광스럽다. 칸은 언제 가든 늘 설레고 떨리는 것 같다. 가장 뜨겁고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신작을 처음으로 소개하게 돼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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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쟁 부문 초청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이 포진돼 있다. 그런 분들의 틈 바구니에 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쟁쟁해서 더욱 흥미로운 경쟁이다. 올해 경쟁 부문은 '왕들의 귀환'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무관인 봉준호 감독이 수상에 성공한다면 그 자체로도 대이변이며, 빅뉴스다.

네임 밸류에 있어서 봉준호 감독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2년간 칸영화제는 수상 경력이 적은 감독과 떠오르는 실력파 감독에게 황금종려상(2019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 2018년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을 안겼다. 작품만 좋다면 수상은 누구나 가능하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등은 현지 상영 일정에 맞춰 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도 한국 영화가 초청됐다.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주연의 '악인전'이다. '악인전'은 5월 22일 현지에서 공식 상영될 예정이다. 과거 '부산행'이 이 섹션에 초청돼 해외 영화 관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당시 칸 마케팅 효과까지 더해져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부산행' 초청 당시 국내 스케줄로 인해 칸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던 마동석은 생애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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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레드카펫은 거장 감독과 스타들의 대거 참석하는 '별들의 향연'이 될 전망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의 주연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애덤 드라이버, 아이라 잭스 감독의 '프랭키'의 주연이자 프랑스 국민 배우인 이자벨 위페르, 아르노 데스플레생 감독의 '오 머시'의 주연 레아 세이두, '마티아스 앤드 막심'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로 활약한 자비에 돌란 등이 레드카펫을 수놓을 것으로 보인다.

제72회 칸영화제는 5월 14일 개막해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버드맨',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만든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쟐레스 이냐리투가 맡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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