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곤충, 쌍살벌은 추론 능력 있다

2019. 5. 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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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이 ㄴ보다 크고 ㄴ이 ㄷ보다 크면, 직접 대보지 않아도 ㄱ이 ㄷ보다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20년째 쌍살벌의 행동을 연구해 온 진화생물학자인 엘리자베스 티베츠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꿀벌에 그런 능력이 없는 것은 뇌 용량이 적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런 능력이 꿀벌 사회에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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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경험하지 않고 아는 능력, 무척추동물 첫 발견
이행 추론 능력을 통과한 말벌의 일종(폴리스테스 도미눌라). 복잡한 사회관계가 인지능력을 높였다. 엘리자베스 티베츠 제공.

ㄱ이 ㄴ보다 크고 ㄴ이 ㄷ보다 크면, 직접 대보지 않아도 ㄱ이 ㄷ보다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이처럼 아는 관계로부터 모르는 관계를 추론하는 것을 ‘이행 추론’이라 한다.

한때 사람의 전유물로 알려진 이 능력을 일부 영장류와 새, 물고기도 지닌다는 사실이 최근 잇달아 밝혀졌다. 이제 처음으로 그런 능력을 보유하는 동물 목록에 무척추동물인 쌍살벌이 추가됐다.

말벌의 일종인 쌍살벌은 맨 뒷다리 2개를 늘어뜨리고 나는 모습이 화살 두 개를 지닌 것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전 세계에 300여 종이 분포하며, 인가 근처에 둥지를 튼다.

무척추동물의 추론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첫 시험 대상은 꿀벌이었다. 곤충계에서 똑똑한 사회성 동물로 꼽히는 꿀벌이지만 2004년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쌀알보다 작은 두뇌로 그런 복잡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역부족이란 평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꿀벌의 뉴런 수는 100만 개로 사람의 850억 개는 물론 새의 10억 개보다 훨씬 적다.

쌍살벌의 뇌는 쌀 한톨보다 작다. 그러나 다른 벌의 얼굴을 기억하는 등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엘리자베스 티베츠 제공.

20년째 쌍살벌의 행동을 연구해 온 진화생물학자인 엘리자베스 티베츠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꿀벌에 그런 능력이 없는 것은 뇌 용량이 적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런 능력이 꿀벌 사회에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꿀벌과는 다른 사회 행동을 하는 쌍살벌 시험에 나선 배경이었다.

티베츠 교수팀은 꿀벌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 방식의 시험을 했다. 두 가지 색깔이 칠해진 방 가운데 한쪽에 약한 전류를 흘려 쌍살벌에게 어느 쪽이 안전한지 학습시킨다. 모두 다섯 가지 색깔 가운데 두 가지 색의 조합으로 이뤄진 방에서 시험을 거듭해, 쌍살벌이 경험해 보지 않은 색깔 조합에서 안전한 쪽을 가려내는지 알아보았다.

예를 들어 초록이 파랑보다 안전하고, 파랑이 노랑보다 안전하다는 걸 알면 경험하지 않은 초록과 노랑의 조합에서 초록을 고른다면 추론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추론을 한다는 것은 다섯 가지 색깔을 안전도 순서로 배열할 수 있음을 뜻한다.

시험 결과 쌍살벌은 3번 중 2번꼴로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전기 충격이 없는 안전한 색깔을 골랐다. 티베츠 교수는 “쌍살벌이 이토록 빠르고 정확하게 시험 내용을 기억하는지 정말 놀랐다”며 “쌍살벌들은 어떤 상황에서 특정한 색깔이 안전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안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꿀벌이 실패한 시험을 비슷한 두뇌 용량의 쌍살벌이 성공한 원인은 뭘까. 연구팀은 꿀벌과 말벌이 다른 사회적 행동을 하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유형의 인지능력을 발달시켰기 때문으로 보았다.

둥지의 주도권을 놓고 두 마리의 여왕 쌍살벌이 다투고 있다. 엘리자베스 티베츠 제공.

꿀벌은 한 여왕을 뺀 모든 암컷이 일벌로 일사불란한 지배체제를 이룬다. 반면 쌍살벌은 이른봄 둥지를 창건한 여러 마리의 여왕벌이 싸움을 벌여 위계질서를 세워나간다. 서열에 따라 번식 우선권, 먹이 분배, 일 분담 등이 달라진다.

따라서 무리 속에서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을 줄이려면 직접 부닥치지 않더라도 누가 서열이 높은지 알아야 한다. 티베츠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쌍살벌이 개체마다 다른 얼굴 모습을 인식하며 낯선 얼굴에 더 공격적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쌍살벌은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알아본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곤충이 작은 신경계를 지녔지만 정교한 행동을 하는 데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증하는 증거를 뒷받침한다”라며 “그러나 쌍살벌이 어떻게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은 아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 8일 치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ibbetts EA, Agudelo J, Pandit S, Riojas J. 2019 Transitive inference in Polistes paper wasps. Biol. Lett. 15: 20190015. http://dx.doi.org/10.1098/rsbl.2019.00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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