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때 사랑한다' 류수영 "폭력남편役, 많이 힘들어 지금도 악몽 꿔"[SS인터뷰①]

정하은 2019. 5. 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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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류수영이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슬플 때 사랑한다’로 또 한 번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2000년 SBS 드라마 ‘사랑과 이별’로 연기를 시작한 류수영은 ‘명랑소녀 성공기’,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마이 프린세스’, ‘오작교 형제들’, ‘투윅스’, ‘동네 변호사 조들호’, ‘아버지가 이상해’, ‘착한 마녀전’ 등 다수의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로 주목받았다.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 류수영은 건하그룹 후계자로 모든 걸 가졌지만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엄마를 잃은 상처로 비뚤어진 애정관을 가진 ‘강인욱’으로 분했다. 윤마리(박한별 분)를 향한 어긋난 사랑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류수영은 그간 많은 작품에서 부드럽고 다정한 캐릭터를 주로 선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겉으로는 완벽하지만 알고 보면 아내에게 지독하게 집착하는 남자를 연기,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광기어린 연기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은 류수영의 등장만으로도 스릴러를 보는 것 같다는 호평을 보내기도.

배우로서는 많이 성장하게 해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론 굉장히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류수영은 전했다. 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류수영을 만나 ‘강인욱’으로 살았던 6개월의 시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슬플 때 사랑한다’가 10.8%로 종영했다. 소감이 어떤가?
언제 끝나나 했는데 드디어 끝났다.(웃음) 정말 힘들었다. 부끄럽지만 오랜만에 참 연기 연습을 많이 했다. 집에서 새벽마다 커다란 거울을 붙여놓은 책상에 앉아 나 자신과 계속 싸웠다. 씬들이 쉬운게 없고, 그냥 했다간 전형적이기 쉬운 장면이 많아서 대사를 다 외우고 다시 뒤집어 엎고를 반복했다.

-젠틀한 이미지와 상반된 캐릭터를 맡았다. 악역 연기에 어려움 없었나?
사실 많이 지쳤다. 지금은 쿨한 척하고 있지만 지난 주말에도 상태가 많이 안좋았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을 6개월간 갖고 있는 다는게 쉽지 않더라. 연기지만 미워하는 눈빛, 싫어하는 말들을 계속 들으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또 연기를 하면서 실제처럼 순간순간 심장이 내려앉을 때도 있었다.

-몰입해서 연기하다 보면 악인이라도 강인욱이란 인물에 연민도 느낄 거 같다.
강인욱이 보편적이진 않은 인물이지만 또 한편으론 전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전형적이지 않게 보이려고 스스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많이 동화가 돼있더라. 동화가 되기 시작한 중반에서 후반 건너갈 때가 가장 힘들었다. 혼자 훌쩍거리기도 하고 매일 악몽에 시달리거나 잠을 자도 아주 얕은 잠을 잤다. 그런 상태로 4~5개월 보내니 지치더라.
‘슬플 때 사랑한다’ 류수영. 사진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들과 어떤 부분에서 달랐나?
키다리아저씨 같은 역할을 많이 했지만 그런 역할을 할 땐 내가 새롭게 무언가를 바꿔나가거나, ‘내가 이런 표정이 나오는구나’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다양한 나를 발견했다.

-시청자 반응도 열심히 찾아보는 편인가?
관객이 없이 연기하니까 댓글이 관객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본다. 부족한 연기였는데 좋은 말들을 해줘 감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연기하는 인물은 폭력 남편이고 시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그래서 강인욱이란 인물이 미화되면 안된다는 다짐은 항상 갖고 있었다. 사람으로선 연민이 있지만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이 무엇인가?
마지막회에 수영장에 빠져 죽는 장면이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다. 뒤로 빠져서 코에 물 많이 들어갔다(웃음). 죽는 장면에서는 부한 느낌 없도록 3주에 걸쳐서 5kg 정도 감량하고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 연습할 때 진짜 많이 울었다. 오히려 물에 빠지고 죽고 나니 초연해지더라. 너무 많이 울거나 감정을 주체 못해서 날아간 장면도 종종 있었는데, 담담하게 마지막에 죽을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도 생각난다. 사람 이마에 총을 겨누니까 느낌이 정말 이상하고 무서웠다. 리허설하다가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다신 하고 싶지 않지만 배우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다. ‘아직 멀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함께 연기한 지현우, 박한별, 박하나와의 호흡은 어땠나?
극중에서는 매일 싸웠지만 실제로 현우는 착하고 순해서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강인욱은 감정을 밖으로 분출하는 역할이라 쉬웠는데 서정원은 혼자 쌓아두는 인물이라 나였다면 힘들어 도망갔을 것 같다. 항상 촬영 2~3시간씩 일찍 오고, 세트장에서 자기도 한다. 지현우란 배우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고 후배지만 많이 배웠다. 하나는 2회만 출연하는데 고생만하다 갔다. 거의 개국공신이다. 박한별은 극 중간에 들어오니까 감정 몰입이 어려웠을테고 이런저런 상황 많아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악한 역할은 또하면 너무 힘들거 같다. 지금도 잠을 못잔다. 베개가 푹 젖어서 일어나는 건 기분 나쁜일이더라. 선과 악이 혼재돼있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 사실 우리 모두가 착한면과 악한면이 있지 않나. ‘SKY캐슬’ 염정아씨가 연기한 ‘한서진’이란 캐릭터가 딱 그렇다. 부자란 면만 빼고는 가끔 너무 추하고 창피하기도 한, 굉장히 인간적인 인물이다. 이러한 역할이 어렵지만 재미있는 작업 같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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