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신도시의 역풍 "일산엔 사망선고..지역구엔 뒤통수"
김현미(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 일산신도시 주민들이 고양 창릉의 수도권 3기 신도시 지정에 단단히 뿔이 났다.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일산 주민들이 8일 만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첫날 700명 넘는 가입자가 몰리면서 성토의 장이 만들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일산신도시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청원 글과 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과 원성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김현미 장관(고양시 정)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고양시 병) 등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정권 핵심인사로 만든 고양시가 정작 이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7일 수도권 3기 신도시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을 지정해 두 지역에 총 5만8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고양 창릉동, 용두동, 화전동 일원 고양 창릉은 813만㎡ 면적에 3만8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는 서울지하철 6호선 새절역부터 고양시청까지 14.5㎞ 구간에 지하철 고양선을 신설하고 서울대에서 노량진역과 여의도, 신촌을 거쳐 새절역까지 연결되는 서부선과 고양선의 직결·급행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일산·파주운정 "사망선고"
신도시가 지정되면 인프라가 확충되고 주변 개발이 이뤄지지만, 정작 일산신도시와 파주운정신도시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서울과 훨씬 가까운 데다 새 아파트라는 장점을 갖춘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일산신도시는 집값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3.08% 오를 때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는 각각 0.48%, 0.2% 하락했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2기 신도시인 파주운정도 마찬가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 등의 교통 호재가 있긴 하지만,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서울과의 거리가 3기 신도시보다 멀기 때문에 결국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광역도로교통망인 자유로와 제2자유로 교통난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기 신도시를 반대하기 위해 일산 주민들이 이날 만든 온라인커뮤니티 ‘일산신도시연합회’는 700명이 넘는 가입자가 모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일산신도시 주민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이용자는 "3기 신도시 지정은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를 한 것과 다름없다"며 "지어진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일산신도시는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이렇다 할 만한 일자리 없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는데, 이런 곳에 주택마저 더 들어서고 나면 베드타운 현상이 더 가속화된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의 공식블로그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이용자는 "제발 일산 구축아파트 사는 주민들 살려주세요. 이게 뭡니까? 서울 살리자고 전 재산 값어치 떨어지고 거래도 안 되고 제발 지역 주민들에게 이러지 마세요"라며 "거래가 안 되니 이사도 못 가고 서울과 교통도 멀어 자식들은 자취방 얻어 나가 살아야 하는 악순환에 가계 재정이 흔들립니다"라고 했다.
파주운정 주민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2기 신도시부터 살리고 3기 신도시를 추진해야 한다"며 "9년 전 빚을 내서 서울 (집) 살 걸 너무 후회된다. 돈이 없어 파주로 간 게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지역여론 "3기 신도시 반대, 집값 폭락 불 보듯 뻔해"
고양시 지역 정치권도 이번 3기 신도시 지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고양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수도권 3기 신도시로 고양 창릉이 선정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기 신도시인 일산 킨텍스 지구에 약 9000가구가 입주하며, 장항동 일대에도 행복주택을 포함해 1만2500가구, 영상밸리 약 4000가구, 탄현지구 3000가구 등 모두 2만8500가구의 입주가 확정됐다"며 "하지만 정작 테크노밸리와 영상밸리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 성과도 없고 GTX-A노선도 지난해 말 착공식만 해놓고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3기 신도시 건설이 추진된다면 그 화살은 문재인 정부와 김현미 장관을 향할 것"이라고 했다.
일산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는 "가뜩이나 청약과열지역으로 묶인 고양시에 새 아파트까지 입주하면 집값이 폭락하는 건 불 보듯이 뻔하고, 지금 당장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떨어질 게 뻔하니까 불만 섞인 집주인들의 전화가 빗발치게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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