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 딸 복온공주가 11살에 쓴 '한글 시문' 첫 공개

허윤희 기자 2019. 5.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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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박물관 특별展 '공쥬, 글시..' 동생 덕온공주의 유품 등 전시
순조의 딸 복온공주(1818~1832)가 열한 살 때 한글로 쓴 시문을 모은 글씨첩이 처음 공개됐다. 대표작 제목은 '어희부용슈(물고기가 부용꽃 핀 물에서 노니네)'. 한문 시(詩)를 발음만 따서 한글로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아버지 순조는 공주의 한글 글씨 옆에 '차상일(次上一·과거 시험에 매기던 12등급 중 열째)로 점수를 매기고 백면지 2권, 붓 5자루, 먹 3개를 상품으로 하사한다고 적었다. 현재 남아 있는 복온공주의 유일한 글씨이자 조선의 왕이 딸에게 직접 글쓰기를 가르쳤음을 보여주는 중요 자료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어린 공주가 직접 지은 창작시로 보이고 치기가 엿보인다"며 "한문 원문이 남아있지 않지만 부용꽃이 핀 물에서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노래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안 교수는 '봄날에 따사로운 바람 천천히 불어[春日和風遲]/낙유원에서 빼어난 잔치 열었네[勝宴樂遊園]/물고기가 부용꽃 핀 물속에서 희롱하니[魚戲芙蕖水]/못가의 누각에 연꽃 향기 멀리 풍기네[池閣香遠聞]'로 추정·해석했다.

복온공주가 한글로 쓴 시(오른쪽)에 아버지 순조가 ‘차상일(次上一)’로 점수를 매기고 백면지 2권, 붓 5자루, 먹 3개를 상품으로 내린다고 적었다. /국립한글박물관

이 작품은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에서 볼 수 있다.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1822~1844)와 아들 윤용구(1853~1939), 손녀 윤백영(1888~1986) 3대의 한글 자료와 유품 200여 점이 나왔다. 복온공주의 동생인 덕온공주는 어려서부터 책 읽고 글씨 쓰는 것을 좋아했다. 지난해 11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에서 매입해 들여온 '자경전기'가 전시장 한복판에 펼쳐졌다. 무려 528㎝. 덕온공주의 할아버지인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창경궁에 지은 전각 자경궁의 유래를 밝힌 것으로, 덕온공주는 아버지 순조가 한문으로 쓴 '자경전기(慈慶殿記)'를 번역해 우아한 한글 궁체로 정성스럽게 써 내려갔다.

덕온공주는 양반가 자제 윤의선과 혼인했으나 23세 젊은 나이에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났다. 양자로 들인 윤용구는 어머니의 한글 쓰기를 이어받아 사대부 남성으로서 이례적으로 방대한 분량의 중국 역사를 한글로 써서 남겼다. 윤백영도 평생 한글을 쓰고 정리했다. 8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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