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의 자연과 삶]〈2〉펭귄 부모의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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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사는 황제펭귄들에게 5월은 '가슴 설레는' 시간이다.
5개월 정도 헤어져 살던 짝과 만나 '신방'을 차리는 때다.
산고를 겪는 암컷이 몸부림을 칠 때 옆에 있는 수컷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렇게 8월 초쯤 암컷이 돌아올 때까지 무려 네 달을 꼬박 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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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알을 낳는 장면이 참 ‘인간적’이다. 산고를 겪는 암컷이 몸부림을 칠 때 옆에 있는 수컷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어쩔 줄 몰라 한다. 힘에 겨운 암컷이 부리로 냅다 수컷을 후려쳐도 참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렇게 알을 낳은 암컷이 원기를 보충하러 바다로 나가면, 이제 알을 돌보는 건 수컷의 몫이다.
단순한 일이 아니다. 4월부터 시작되는 남극의 겨울은 영하 40도는 기본이고 겨울 폭풍이 덮칠 땐 영하 60도까지 내려간다. 수컷은 알이 얼지 않게끔 따뜻한 피가 도는 발등 위에 알을 올린 뒤 부드러운 깃털이 가득한 아랫배로 덮는다. 그러다 보니 종종걸음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구상 최고의 추위도 이 자세로 버텨야 한다. 시속 100km가 넘는 눈보라가 몰아칠 땐 다들 함께 모여 견디지만 한순간도 졸 수 없다. 깜박 조는 순간 알이 굴러 나가면 10여 초 만에 얼어 버린다.
더구나 아무것도 먹을 게 없으니 오로지 기본 체력으로 견뎌야 한다. 그럼에도 새끼가 부화하면 아껴 두었던 비상식량을 게워내 새끼에게 먹인다. 그렇게 8월 초쯤 암컷이 돌아올 때까지 무려 네 달을 꼬박 굶는다. 몸무게(30kg)의 3분의 1이 빠질 정도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다행히 암컷이 돌아오면 3∼4주 간격으로 교대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바다로 ‘출퇴근’하는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 편도 거리가 보통 100∼150km나 되니 말이다. 바다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먼 곳을 선택할까? 얼음이 깨지지 않는 곳이어야 새끼들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새끼 입에 먹이 하나 넣기가 이렇게 힘들다. 이런 따뜻한 사랑이 있기에 가장 추운 곳에서도 새끼가 자란다.
새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마련해 주려는 부모의 노력은 드물지 않다. 조피시(jawfish)라는 물고기 수컷은 암컷이 알을 낳으면 부화할 때까지 커다란 입속에 알을 품는다. 자나 깨나 품고 있어야 하니 이 녀석들 역시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대왕문어 암컷은 알을 낳은 후 6개월 동안 역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서 알을 지키다 지쳐 생을 마감한다. 중앙아메리카의 딸기독화살개구리는 손톱만 한 크기임에도 독이 최강인데, 새끼를 키우는 정성도 최고다. 알에서 올챙이가 나오면 하나씩 업어 커다란 나무에 있는, 움푹 패어 물이 고인 곳에 옮겨 놓은 다음 50일 동안 먹이고 지킨다. 손톱만 한 녀석에게 이 일은 서울시 전역을 돌아다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말이다.
이런 지극정성을 부모가 되어 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8일은 어버이날이다. 우리를 키운 부모에게 작게나마 은혜를 갚는 날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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