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 간부들 동의만 받으면 유효할까?

박윤정 (변호사) 기자 2019. 5.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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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박윤정의 참 쉬운 노동법 이야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판단 기준, 동의 주체 및 동의 없어도 유효가 되는 경우

[편집자주] 다년간의 노동 사건 상담 및 송무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법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이 사례는 대법원 2015. 8. 13.선고 2012다43522 판결의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A사(社)는 인사관리규정에서 근로자를 1~5급 사원으로 구분하고 취업규칙 내지 노동관행 상 간부사원(1,2급 사원)에게는 실장·부장·과장급 직책만을 부여해왔으며 ‘사원’ 직책은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A사의 3~5급 사원들은 능력에 따라 간부사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으며 모든 사원들은 단일한 인사규정 등 근로조건 체계를 적용받고 있었습니다. 한편 A사는 경영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다음과 같이 보직 부여 기준을 변경하고 간부사원에 대한 급여체계를 변경하는 안을 마련했습니다.

● 보직 부여 기준 :
➀ 1급 사원이 부임 가능하던 ‘팀장’ 직위에 1,2급 사원이 부임 가능하도록 변경
➁ 2급 사원이 부임 가능하던 ‘선임’ 직위에 1~3급 사원이 부임 가능하도록 변경
➂ 3~5급 사원이 부임 가능하던 ‘팀원’ 직위에 1~5급 사원이 부임 가능하도록 변경
● 간부사원(1,2급 사원) 급여체계 :
기본급 대비 일정 비율을 인사고과에 관계없이 상여금으로 지급하던 것을 상여금의 일부를 성과상여금으로 전환해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해서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

A사는 甲(1급 사원)을 포함한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위와 같은 변경안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고 간부사원 70명 중 甲을 포함한 60명이 ‘보직 부여 기준과 급여체계 변경 내용을 숙지했으며 변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동의서에 서명했습니다.

A사는 동의서를 징구한 다음 달 변경된 급여체계에 따라 급여를 지급했고, 변경된 보직 부여 기준에 따라 1급 사원인 甲을 팀원으로 전보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했습니다.
A사의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甲은 이 사건 인사발령이 팀장인 자신을 팀원으로 강등시켜 모욕감을 주어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것으로 인사권 남용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는 한편, 급여체계 변경도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이므로 A사가 자신에게 기존 급여체계와의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甲의 주장은 타당할까요?

▶ A사의 인사발령과 급여지급은 보직 부여 기준과 간부사원 급여체계 변경에 따른 것이므로, 甲의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려면 보직 부여 기준과 간부사원 급여체계 변경의 법적 성격을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보직 부여 기준과 간부사원 급여체계는 ‘근로자들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준칙’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합니다(근로기준법 제97조).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작성할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근로자 보호를 위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시 근로자집단의 의견청취 또는 동의 등의 절차적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동법 제94조 제1항). 불리하지 않은 취업규칙이라면 변경시 근로자의 의견을 청취만 하면 족하고 설령 의견 청취 절차가 없었다 하더라도 효력에는 영향이 없지만(대법원 94누3001 판결 등), 불리하게 변경 되는 취업규칙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만큼 동의를 받지 못하면 무효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사례의 보직 부여 기준과 간부사원 급여체계 기준 변경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우선 보직 부여 기준과 간부사원 급여체계 기준은 각기 다른 근로조건에 관한 것으로서 나누어 검토가 원칙입니다. ㉠ ‘보직 부여 기준’의 경우 2급 사원이 팀장 직위에, 3급 사원이 선임 직위에 부임될 수 있어 이 점에 있어서는 2, 3급 사원의 입장에게 유리한 변경이나 1, 2급 사원이 팀원으로 부임할 수 있게 돼 이 점에 있어서는 1, 2급 사원에게 불리한 변경이 됩니다. ㉡ ‘간부사원 급여체계 기준’의 경우 그간 인사고과에 무관하게 상여금으로 지급하던 것을 고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게 되면 고과에 따라서는 급여가 인상되는 근로자도 있겠지만 삭감되는 근로자도 필연적으로 생길 것이므로 삭감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불리한 변경이 됩니다. 이렇듯 동일한 준칙을 적용시킨 결과 일부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일부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라면 그것이 불이익변경인지는 근로자 전체에 대해 획일적으로 결정돼야 할 것이고 그 변경이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근로자 상호간에 유불리에 따른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에는 그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취급해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유불리를 달리하는 근로자집단 규모를 비교할 필요 없이 불이익변경으로 봐야 한다는 게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93다1893 판결).

결국 ㉠ 보직 부여 기준과 ㉡ 간부사원 급여체계 기준 모두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에 해당합니다.

그럼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에 동의를 할 주체는 누구일까요? 두 기준 모두 현시점의 간부사원(1,2급 사원)들에게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이니 간부사원들 과반수의 동의만 받으면 족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근로조건이 이원화돼 있어 근로자집단별로 취업규칙이 달리 적용된다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돼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의 주체일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9두2238 판결). 그러나 여러 근로자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어느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근로자 집단이 동의의 주체가 된다는 게 판례입니다(대법원 2009두2238 판결).

따라서 사례의 경우 비록 현시점에서는 1,2급 간부사원에 대해서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으로 보이지만 A사가 3~5급 사원들의 경우에도 승진으로 통해 간부사원이 되면 불이익하게 변경된 해당 취업규칙 적용이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A사는 변경과정에서 3~5급 사원들을 포함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1,2급 간부사원 과반수의 동의만 받았을 뿐이므로 보직 부여 기준과 간부사원 급여체계 기준 변경은 모두 근로자집단의 동의 요건을 흠결해 효력이 없습니다. 결국 A사가 甲을 전보하고 종전보다 낮은 상여금을 지급한 근거기준이 효력을 잃은 셈이므로 甲의 주장은 타당합니다.

참고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효력은 오로지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동의(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여부로만 판단하고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 여부는 따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근로자 개인이 개별적으로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 자에 대해서도 효력이 없습니다(대법원 77다355 판결). 그러므로 甲이 간부사원에 대한 변경 기준 설명회 당시 기준 변경에 동의하는 내용의 동의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甲에 대해 변경된 취업규칙이 유효하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습니다.

- 근로자 동의를 받지 않아도 변경된 불리한 취업규칙이 효력을 갖는 경우도 있나요?

▶ 있습니다. 근로자집단 동의 요건을 흠결한 취업규칙 변경이라 하더라도 세 가지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유효한 경우가 있습니다. 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➁ 신규입사자의 경우 ➂ 단체협약에 의한 소급 동의가 있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이 중 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판례에 의해 형성된 것인데, 판례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해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근로자집단의 동의가 없어도 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집단 동의 요건을 판례가 해석에 의해 배제한 것이라는 노동계의 비판이 있고,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판례도 최근에는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차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 요소의 하나로 추가하고 ‘취업규칙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이 사례의 바탕이 된 대법원 2012다43522 판결).

사례와 관련 있는 것은 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이고, A사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주장해 유효라고 주장해볼 여지는 있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① 피고(A사)의 변경된 ‘보직 부여 기준안’에 따라 1·2급 간부사원들이 종전에 3 내지 5급 직원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맡을 수도 있게 됐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해 그 적용을 받게 되는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결코 작지 않은 점, ② 취업규칙 개정의 필요성과 정도가 긴박하거나 중대했다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부족한 점, ③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될 수 있는데도 피고는 간부사원들 및 일부 3급 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일부 사원들로부터만 동의를 받은 점 등을 함께 고려할 때, 원고들(甲)에 대해 아무런 대상조치나 경과조치를 두지 않은 채 일방적인 불이익만을 감수하도록 한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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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 (변호사) 기자 nina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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