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우가 만난 사람] '바이퍼' 박도현, "주저앉아 있기엔 시간이 없다"

2019. 4. 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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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롤챔스) 스프링 결승전에서 그리핀이 SK텔레콤 T1에게 0대3으로 패했다. 경기 전 해외 해설자들은 미세하게 그리핀의 우세를 점쳤다. 반면 국내 해설자와 감독은 SK텔레콤의 우세를 예상했다. SK텔레콤이 포스트시즌서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점과 그리핀이 2라운드서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부분이 주효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SK텔레콤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리했다. 그리핀이 1,3세트서 꺼낸 탈리야-판테온 조합을 무력화시키며 롤챔스 7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반면 그리핀은 지난해 서머 결승서 kt 롤스터에게 2대3으로 패한 이후 2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그리핀 '바이퍼' 박도현은 "작년보다 후련하다"라고 했다. 

"작년보다 후련했다. kt와의 작년 서머 결승서는 2대3으로 패했다. 이번에는 0대3으로 졌지만, 마지막까지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018 롤챔스 서머 결승전보다 빨리 끝나서 그런지 금방 털어낼 수 있었던 거 같다. 작년에는 뭔가 배우는 게 있었다면 올해는 배운 건 없었다. 그렇지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쨌든 결승전서 두 번이나 졌다. 곰곰이 '뭐가 달라졌나' 생각을 했는데 올해 맥없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분발했어야 했다."
롤챔스 결승전을 앞두고 인빅터스 게이밍(IG) 정글러인 '닝' 가오첸닝은 개인 방송에서 "우리 팀이 그리핀을 상대로 스크림(연습경기)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당시 '닝'은 다음 날 그 내용에 대해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부분은 묻히고 말았다. 오히려 '씨맥' 김대호 감독과 해설자들이 이야기를 바로잡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론만 말한다면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리핀은 IG와의 스크림서 고승률을 기록했다. 뒤에서 나올 이야기이지만 그리핀은 중국 팀을 상대로 '탈리야-판테온' 조합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닝'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생각도 해봤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중국 팀 상대로 스크림 성적이 좋았다. 우린 승리하면 승리한 대로, 패하면 패하면서 배우는 팀이기 때문에 성적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진실이 아닌 이야기라서 찝찝한 건 사실이었다. 한국 팀과의 스크림 성적에 대해 개인 방송에서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이는 롤챔스 2시즌을 치른 박도현에 대해 '정통 원거리 딜러(이하 원딜) 챔피언보다 비 원딜 챔피언을 잘하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탈리야를 2세트 사용하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사실 기록을 살펴보면 박도현이 원딜 챔피언을 못하는 게 아니다. 스프링서 루시안으로 8승 2패, 이즈리얼과 카이사는 10승 4패로 고승률을 올렸다. 그 전 시즌은 자야와 트리스타의 성적이 11전 전승이었다. 

"우리는 경기에서 밴픽을 할 때 좋은 챔피언이 뭘지 생각한다. 작년 서머 시작할 때까지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만 했다. 그때 비 원딜 메타가 들어왔는데 우연히 솔로랭크에서 RNG '에이블' 다이치춘이 야스오 원딜을 하는 걸 봤고 대회서도 똑같이 했다. 그걸 보고 비 원딜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바텀으로 안 내려가도 잘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원거리 딜러 안에서 놀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블라디미르 원딜도 내가 먼저 시작했다."
박도현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원딜을 하면서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비 원딜을 할 때는 혼자서 상황을 만든 경우가 많았다. 원딜을 할 때 그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 건 잘못이다. 자신 없는 건 아니며 잘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매드무비'를 만들 자신있다. 결승전 이후 우려가 있는 건 아는데 서머 시즌서는 문제없을 거다."

그리핀은 이번 결승전서 bbq 올리버스가 챌린저스 코리아 스프링서 사용한 바텀 '탈리야-판테온' 조합을 사용했지만, 1,3세트서 패했다. 그리핀이 꺼내든 '탈리야-판테온' 조합의 핵심은 타워 다이브였다. 판테온의 '제오니아의 방패'와 패시브인 '방패 방어술'를 활용해 타워 다이브로 킬을 기록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그리핀은 1세트서 SKT의 대처에 킬을 얻지 못하면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데 실패했다. 3세트도 마찬가지. 

"웬만하면 거의 다 이겼다. 망하면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조합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었다.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하면 이길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다만 1세트서 처음 다이브 할 때 판테온 패시브 쉴드가 벗겨졌고, 순간 이동으로 넘어온 헤카림이 무난하게 성장하는 등 손발이 안 맞았다. 패시브로 타워를 맞으면서 다이브를 했어야 했는데 상대 브라움이 실드를 켰다. 1레벨 시작은 좋았지만 다이브를 못했다. 그 조합은 킬을 기록한 다음 스노우볼을 굴려야 했다. 흐지부지되다 보니 생각한 거보다 속도가 안 나왔다."

그리핀은 롤챔스 2연속 준우승에 그치면서 서머 시즌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서머 시즌은 한해 수확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대회다. 

"우리에게 짊어진 짐이 많기 때문에 서머 시즌은 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여지를 어떻게 떨쳐질지가 관건이다. 다음 시즌은 평소보다 더 잘 준비해야 한다. '그리핀=준우승'을 떠올리지 않게 달려야 한다. 잘못하면 이미지가 그대로 굳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마무리가 중요하다. 올해는 길다. 서머 시즌도 있고 다른 대회도 있다. 주저앉아 있기엔 시간이 없다. 한결같이 모든 경기를 이길 생각을 하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우리 팀으로 해낼 수 있다. '씨맥' 감독님과 함께 '으쌰 으쌰'하려고 한다. 감독님은 '으쌰 으쌰'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웃음)"
인터뷰가 끝으로 향할 때쯤 박도현은 스프링 시즌 1라운드와 2라운드 성적이 다른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자 생각이 다르지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준비를 안일하게 한 건가'라는 생각도 해봤다. 스프링 1라운드 때 받은 관심이 엄청나서 그랬는지 모른다. 1라운드를 되돌아보면 아슬아슬했던 순간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1,2라운드 성적이 다른 건 단순히 못해서 그렇다. 실수해서 진 경기가 대부분이다. 롤챔스에 참가하는 대부분 팀은 다른 팀의 실수를 캐치해서 끝낼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서머와 2019년 스프링은 그렇게 끝났다. 휴가에서 복귀한 그리핀은 다시 한 번 서머를 향해 달린다. 박도현은 서머서는 전승 우승과 함께 롤드컵에서도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했다. 항상 이야기하는 건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롤드컵에 가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서머 때는 한 경기도 안 지고 우승하고 싶다. '씨맥' 감독님의 생각과 같다. 그런 다음 LCK 대표로 롤드컵에 출전해 우승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다. 서머를 잘 마무리하고 우리가 해왔던 대로 준비를 하면 롤드컵도 정상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RNG가 스프링부터 롤드컵까지 잘해왔는데 8강서 탈락하는 바람에 최후의 승자는 IG가 됐다. 그런 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 롤드컵 우승은 보이는 것보다 큰 영광이 있다. 그 자리서 증명하고 싶다."

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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