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여수산단대기오염배출 조작 파문, 대책없나?

김석훈 2019. 4. 25.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수산단업체및측정대행사, 대기오염 측정치 조작 들통
'미세먼지도 힘든데.." 여수 등 전남동부지역 주민 '충격'
환경단체,전국 산단 전수 조사 및 환경관리권 이양 촉구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18일 오전 GS칼텍스여수1공장앞에서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전남환경운동연합소속 7개 단체가 대기오염물질배출 석유화학업종 중 전국 1위 GS칼텍스와 측정값 조작 LG화학과 한화케미칼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단체들은 GS칼텍스에 이어 LG화학화치공장앞과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앞에서도 집회를 가졌다. 2019.04.18. (사진=독자 제공) kim@newsis.com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체의 대기오염물질 무단 배출 및 측정값 조작사건에 대한 환경부의 발표가 나오자 여수시 등 여수국가산단을 안고 살아온 전남 동부지역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지역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은 일제히 여수국가산단 기업들의 도덕성을 규탄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파문의 끝은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여수산단 입주기업과 측정대행사의 측정치 조작

환경부 영산강환경유역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와 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해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 등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측정을 의뢰한 사업장 235곳을 찾아냈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여수산단 등에 위치한 235곳의 배출사업장으로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측정을 의뢰받아 2015년부터 4년간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해 문제가 됐다.

측정을 의뢰한 대기업 당담자는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 달라는 내용의 SNS문자를 보내는 등 측정 조작의 공모 관계가 드러났고 실제 4253건에 대해서는 측정값이 축소되기도 했다.

지난해 자가측정 횟수 4만 4000여건이었던 한 공장은 환경부가 발표에서 3년간 20건이 측정치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만건당 두건의 기준치 초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있다. 공장가동중 일시적 트러블이 발생할 때 이상 수치가 발생한 경우도 있어서 모든것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였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올 것이 왔다'지역사회 충격, 여수시민 분노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의 대기오염 물질 측정수치 조작이 발표된 17일 여수시민과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극심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무안=뉴시스】배상현기자=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여수산단 입주업체의 대기오염 측정치 거짓기록 사건과 관련해 22일 여수산단을 방문, 오염물질 배출 조작 현장을 점검하고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2019.04.22(사진=전남도 제공)praxis@hanmail.net

시민들은 "이번 조사에 따라 산단 기업에 큰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면서 "정부 기관이든 기업이든 특단의 조치가 있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미 적발된 곳도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시민들은 배출 기업이 측정업체를 선정해 계약한 뒤 그 결과치를 환경부에 보고하는 시스템이었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한 후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럴 경우 당연히 배출 업체가 '갑'이 되고 측정업체는 '을'이 되는 악순환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데다, 갑이 을에게 수치를 낮춰 달라거나 오염 여부를 없애 달라고 요구할 경우 을에 해당하는 측정업체는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예측되기 때문이다.

◇배출 사업체,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여수국가산단 입주기업체들은 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인 염화비닐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이 공장은 꾸준한 생산과 판매로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PVC 생산 공장으로 4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나 LG화학은 책임을 통감하고 발빠르게 폐쇄조치 했다.

이와 함께 신 대표이사는 지역주민과 관계자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 및 건강 영향 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수산업단지 공장장협의회 소속 공장장과 공장 관계자 등 20여 명은 22일 오후 전남 여수시청 현관에서 '지역주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제목의 자료를 배포하고 "재발하지 않도록하겠다"며 사과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전문기관에 의뢰해 산단 주변 지역의 대기환경 조사를 검토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설명한 뒤 오염피해가 없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산단 기업 모두가 스스로 환경관리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책임감 있는 사업장 관리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어제오늘일 아닌 제도적 맹점

여수국가산단 등 현행 제도는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받아야 하는 기업이 측정대행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구조다. 이 구조가 자칫 거래상황으로 연결되거나 왜곡될 경우 측정대행업체는 을이 되고 측정받는 업체는 갑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수=뉴시스】김석훈 기자 = 22일 오후 전남 여수시청 현관에서 여수국가산업단지 공장장협의회 소속 공장장들이 산단입주기업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지역사회 여러분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심려를 끼쳐드렸다면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9.04.22.kim@newsis.com

이 구조는 여수산단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부분 산업단지가 비슷한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산업단지를 전수조사해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원천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또 국가산단의 환경관리 감독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없어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실정이다.

국가산업단지환경관리는 대기환경법과 전남도 위임 조례에 따라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1·2종 사업장은 전남도가 관리한다. 그 외 3·4·5종 사업장은 여수시가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여수산단 업체들은 대형사업장에 속해 전남도에 관리감독 권이 있으며 여수시는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20t미만인 사업장 96곳을 관리하고 있다.

산단이 지척에 있는 여수시는 직접 관리권 한계에 부딪히면서 실질적 관리 감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권 이양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수출신 전남도의원들은 "산단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지자체가 대처해야 하지만 화학물질은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대기수질 배출시설 1,2종 사업장환경관리권은 전남도가 관리 감독 하고 있다"면서 "사고시 가장 빨리 도착한 여수시가 관리권한이 없어 대처할 수 없는 등 매우 불합리 하기 때문에 여수시가 대형사업장과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여수환경운동연합관계자는 "배출 하는 기업이 측정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서로 짤 경우 형편없는 결과가 나올게 뻔한 상황이었다"면서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경제적 부담은 배출업체가 맡는 게 당연하지만, 업체 선정이나 관리는 환경부나 정부 기관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뉴시스】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photo@newsis.com

◇시민들 "이제는 달라지길 간절히 원한다"

산단을 지척에 둔 여수시민들은 정부의 허술한 규제와 측정대행 관계자의 도덕적 해이가 빚은 어이없는 일로 사업장이 오염배출량을 '셀프측정'하게 하는 정부의 규제 방식이 배출조작 비리를 방치하고 문제를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여수시의회는 기존에 구성된 여수산단 특별위원회를 주축으로 실태조사 및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지역의 정치권도 범시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

주삼동 삼일동 묘도동 등 여수산단 주변 마을도 주민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300~400개의 프레카드를 게첨하는 등 오염물 배출과 한판 전쟁을 예고했다. 당연히 사태추이를 바라보던 여수시도 산단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여수환경운동연합관계자는 "환경부 조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뿐, 대기오염 배출조작 행태는 전국 다른 사업장에서도 번번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국의 여러 산업단지와 오염물 배출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시민 김 모(56) 씨는 "시민이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동안에도 여수산단 공장과 측정대행업체는 서로 짜고 대기 오염물 배출량을 속이는 데 급급했다"면서 "현재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부일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전수조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대기오염 측정치를 조작한 측정대행업체 4곳과 업체 6곳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강력한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다.

kim@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