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 돌보려고..요양보호사 합격한 90세 할아버지

안승진 2019. 4. 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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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같이 고생했는데 치매가 오니 딱하더라고···나이는 먹었지만 가는 날까지 같이 간호하며 살아야겠다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거죠."

충남 예산에 사는 최대식 할아버지(90)는 지난 19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주관하는 '제27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그가 아흔이 넘은 나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에 도전한 이유는 5급 치매 판정을 받은 아내 김현정(81) 할머니를 간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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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물] 최고령 요양보호사 최대식 할아버지 / "가는 날까지 간호하며 살고싶다" / 구순 나이에도 하루 8시간 씩 공부 / "목적 없이 돌아다니며 평화롭게 지내고파"
“젊어서 같이 고생했는데 치매가 오니 딱하더라고···나이는 먹었지만 가는 날까지 같이 간호하며 살아야겠다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거죠.”
 
충남 예산에 사는 최대식 할아버지(90)는 지난 19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주관하는 ‘제27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그가 아흔이 넘은 나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에 도전한 이유는 5급 치매 판정을 받은 아내 김현정(81) 할머니를 간호하기 위해서다. 최 할아버지는 2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직업을 얻고 싶어 도전한 게 아니라 가는 날까지 (아내를) 간호하며 살고 싶어 공부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대식 할아버지(맨 오른쪽)가 충남 예산의 한 학원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준비를 위해 강의를 듣고 있다. 충남도청 제공
◆ “나이 먹은 사람이 떨어지면 창피하잖아요”…하루 8시간 공부한 할아버지
 
최 할아버지는 50여년 전 지인의 소개로 김 할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부부는 예산에 터를 잡고 30년간 충남방직 예산공장 기숙사 앞에서 시계장사, 양품점, 양장점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자녀는 생기지 않아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 할아버지는 “처가 조카들이 많다”며 “어렸을 때 조카를 자식 겸 키워 외롭진 않았다”고 전했다.
 
부부는 19년 전부터 장사를 접고 오붓하니 노후를 즐겼다. 그러다 지난해 7월 할머니에게 이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에게 왜 통장을 가져갔냐고 계속해서 묻는 등 간혹 기억력이 온전치 않았다. 당뇨와 혈압 검진 겸 해서 병원을 찾았다가 할머니에게 치매 초기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부터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간호하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치매치료를 위해 찾은 보건소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할아버지는 바로 ‘충남 예산 간호학원부설 요양보호사교육원’으로 매일같이 출근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점심 먹는 시간은 30분만 잡고 오전과 오후 4시간씩 공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실천한 게 합격비결이었다.
 
할아버지는 “나이 먹은 사람이 떨어지면 창피하잖아요”라며 “치매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부인을) 간호하면서 응용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환자가 폭력을 휘두를 때 대응을 하지 않고 나두면 자연스럽게 풀어진다는 메뉴얼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화를 낼 때마다 이 이론이 유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이 먹고 싸워봤자 뭐하겠나”라며 “사랑이란 게 그렇다. 아닌 걸 맞다고 우겨도 우선 ‘미안해요’...부부관계에도 (요양보호사 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웃음 지었다.
 
◆ “아내와 목적 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
 
할아버지는 1달간 시험∙실습 과정을 거치며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번 충남지역 시험에는 2539명이 응시했고 2253명(88.7%)이 합격해 역대 최다 합격자를 배출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얻은 가족이 직접 환자를 돌보면 65세 이상 환자 기준 하루 1시간 30분까지 요양비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돌보며 한 달 기준 50만~6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 셈이다.
 
할아버지는 “(부인이) 6개월간 약을 먹으니 많이 호전되고 있다”며 “아내가 드라이브를 좋아하는데 목적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할어버지가 교육을 받은 예산 요양보호사교육원의 공동식 원장은 “가족요양 제도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가족이 직접 요양보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이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환자를 부양하면 하루 1시간 기준 한달 25만원, 1시간30분 기준 50만~60만원가량 정부가 지원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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