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뭐길래..꼬리 문 비리에 150억 물게 된 현대重 前부장

이진석 2019. 4. 22. 14: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괄한 사업 무산되자 '손실' 줄이려 타 사업에 자재 넘겨
발주처 자재대금 마련 위해 '현대重 상환 책임' 대출 도와
서류 위조해 회사에 일방적 불리한 계약 맺고도 상부 보고 안 해
회사에 150억 손해..사기·배임 혐의 등으로 실형 확정
fnDB
실적 압박에 시달려 서류를 위조해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맺고, 이로 인해 거액의 손실을 입게 한 국내 대형 중공업의 전 직원이 약 150억원을 배상할 처지에 몰리게 됐다.

■총괄한 사업 손실 우려에 '무리수'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진상범 부장판사)는 현대중공업이 전 회전기영업부 부장 김모씨(57)와 발주처 A사 대표 등을 상대로 “149억5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김씨만 손해액 전부를 회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삼성테크윈(現 한화테크윈)에서 열병합발전설비 전문가로 있던 김씨는 2005년 4월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었던 현대중공업에 스카우트돼 열병합발전 영업팀 팀장을 맡았다. 그는 열병합발전설비 사업과 관련한 공사 수주·예산 편성·하도급업체 선정·공사 관리감독 등 업무 전반을 총괄했다.

그는 2010년 5월 아직 사업 인허가를 받지 않았던 한솔제지 장항공장 소각발전설비 공사를 수주한 후 매출실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하도급업체에 약 422억원의 자재대금을 선지급하고, 도급사로부터는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공사비를 받았다.

도급사는 당초에 인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음 발행을 꺼렸으나 김씨가 ‘사업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어음발행 취소에 동의하고, 선급금 등은 반환한다’는 파급적인 내용을 약속하자 이내 받아들였다. 김씨는 윗선에 보고하기는 커녕 내부 결재절차도 거치지 않고, 이 같은 내용의 약정서에 현대중공업 법인 사용인감을 임의로 날인했다.

그러나 공사는 2011년 9월 관할관청인 서천군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지 못해 좌초됐다. 어음은 휴지 조각이 됐고, 현대중공업으로써는 하청업체에 미리 지급했던 자재대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김씨는 손실이 회사에 알려질 경우 평소에 협력업체를 위해 자재대금을 부풀려온 비리도 드러날까 염려해 이미 발주한 자재를 다른 사업의 발주처에 떠넘기는 대안을 떠올렸다.

이는 자신이 총괄한 또 다른 사업인 태국 소각발전시설 설치공사의 발주처 A사에 장항공장 공사를 위해 발주한 자재를 판매해 손실금액을 ‘0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A사가 자금여력이 없는데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상부로부터 ‘자재대금을 빨리 수금하라’는 압박에 시달린 김씨는 또 다시 잘못된 판단을 이어간다.

앞서 본사는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A사에 자재만 판매할 뿐 공사 자체는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그는 회사 몰래 현대중공업이 A사로부터 일괄수주하고, 공사중단 시 대출금 반환 채무를 현대중공업이 전액 부담한다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맺는다.

본부의 승인도 없이 이 같은 계약 사항과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대출 상환 책임을 진다는 내용으로 총 43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고, 이 돈은 A사의 계좌를 거쳐 현대중공업에 송금됐다.

그러나 김씨는 이 중 280억5000만원은 자재대금이고, 나머지 149억5000만원은 과입금된 것처럼 본사에 허위 보고한 후 이를 A사에 반환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149억5000만원을 A사에 반환하고도, 이 금액을 다시 은행에 갚아야 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

■실형에 거액의 배상책임까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계속된 비리를 저질렀던 김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배임)·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배임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총 5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함께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A사 대표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별도로 김씨와 A사 및 회사 대표에게 반환한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돈은 오로지 모든 잘못의 시발점인 김씨에게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위조한 서류로 대출을 받은 후 현대중공업에 입금된 돈이 현대중공업이 전액 상환 책임 하에 대출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A사에 송금하게 했다”며 “현대중공업을 속여 손해를 가했으므로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사 측에 대해서는 “A사 측이 김씨와 사기 및 배임행위를 공모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