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고통 속 오염물질 배출 조작이라니..분노한 시민들 "퇴출 운동" [현장에서]

배명재 기자 2019. 4. 1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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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기업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이렇게 잔인한 짓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18일 전남 여수시 적량동 GS칼텍스 여수공장 정문 앞. 여수·순천·광양·목포·고흥·장흥 등 전남지역 6개 시·군 환경운동연합 회원 50여명이 “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대기업 퇴출 운동을 시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전날 환경부가 발표한 ‘전남지역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측정치 조작 실태’를 일일이 거론하며 “주민들 피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GS칼텍스는 이번 환경부 조사에서 적발되지 않았으나 ‘총량 대비 오염물질 배출량 최대 기업’임을 들어 이들은 이곳을 집회 장소로 정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전남지역 235개 업체들이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1만3096건이나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작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었으나, 대기업인 LG화학·한화케미칼도 포함됐다. 이들 업체는 여수산단 안에서 손꼽히는 석유화학물질 생산업체다. LG화학은 인체 유해성이 큰 염화비닐 배출량이 207PPM으로 허용치(120PPM)를 훨씬 넘었으나 3.97PPM으로 줄이는 등 147건을 거짓으로 기록했다. 먼지 실제 측정치를 4분의 1로 줄여 2017년 상반기 기본배출 부과금을 면제받기도 했다. 한화케미칼도 그동안 측정치 16건을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도 측정한 것처럼 37건을 허위로 기록했다.

이들 단체는 “오염물질 측정을 기업체 자율에 맡겨놓은 환경 관련법이 가장 큰 문제”라며 “더욱이 적발되더라도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면 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GS칼텍스 앞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한화케미칼과 LG화학 여수공장 앞에서도 잇달아 집회를 열고 “배출량 조작 범죄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강흥순 여수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온 국민이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도 이들 기업은 계속 대기오염물질을 맘대로 내뿜어 왔다”면서 “전국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배출량 기준치 강화, 검찰의 엄벌 수사 촉구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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