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많은 날은 신차 사는 날?

김범준 2019. 4. 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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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경영硏, '미세먼지가 바꾼 소비행태 변화' 보고서
(자료=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신차용(가명·30대)씨는 최근 새 4륜 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입했다.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이라는 뉴스를 연신 접하면서 중고차보다 신차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 신씨는 “오래된 경유 차량은 배출가스 관리·단속 등이 신경이 쓰이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길거리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평소 캠핑 등 레저활동을 즐기는 신씨는 주말마다 서울에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면 미세먼지를 피해 새로 뽑은 SUV를 타고 전국 곳곳을 여행할 생각에 들떠 있다.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에는 리조트·콘도, 놀이공원, 극장 등의 카드매출이 급감하는 반면 세탁소와 신차 구매를 위한 카드결제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금융소비자들의 소비행태까지 바꿀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히 파고든 셈이다.

17일 KEB하나은행 소속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공개한 ‘미세먼지가 바꾼 소비 행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업종별 매출은 실제 미세먼지 농도보다 관련 뉴스 보도량에 영향을 받고 있는 등 미세먼지가 한국인의 소비행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지난 한 해 동안 미세먼지 관련 뉴스량이 연간 상위 50%에 해당하는 날의 경우 그렇지 않은 날에 비해 리조트·콘도 등 숙박업의 매출이 약 36%나 크게 감소했다. 특히 놀이공원(-35%), 차량 정비소(-29%), 차량 부품점(-24%), 렌터카(-18%), 고속도로 통행(-10%) 등 나들이 관련 업종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았으며 영화·공연장(-25%)과 대형마트(-12%)도 매출이 상당 부분 줄었다. 반면 세탁소 매출은 40%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화원·식물원 19%, 신차 구매 13%, 이비인후과 10%, 온라인 쇼핑몰 6% 순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높은 관심과 불안감으로 시민들의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관련 업종 매출은 줄어들고 건강·가정 관련 수요가 는다는 것인데 이 중 예상치 못한 결과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신차 구매’의 증가다. 해당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미세먼지 관련 뉴스량이 많은 날 신차 구매는 평일 기준 약 13%, 공휴일 기준 26%가 증가한 반면 중고차 구매는 각각 2%와 3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차량 구입시 건당 이용금액(카드 결제분)도 신차는 평일 약 10.1%, 공휴일 29.2%씩 늘었지만 중고차는 각각 0.6%와 31.1% 줄었다.

(자료=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러한 이유로 미세먼지가 많아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노후화된 기존 차량 대신 신차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따른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은 노후화된 기존 차량 대신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평소보다 증가한 반면 중고차 구매는 감소하는 등 미세먼지로 인한 소비 행태에 흥미로운 변화가 다수 발견됐다”며 “국내에서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수입차량을 중심으로 4륜 구동 자동차 수요가 늘고 있어 신차 구매 증가 효과와 맞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에 따른 신차 구매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앞서 미국에서도 이뤄진 바 있다. 노스웨스턴 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메간 부스(Meghan Busse) 교수와 시카고 대 부스 경영대학원의 데빈 포프(Devin Pope) 교수 연구진이 실제 2015년 미국 신차·중고차 실거래 약 40만 건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차량 상부가 개폐되는 컨버터블 자동차는 날씨가 좋은 날, 4륜 구동 자동차는 눈·비·흐림 등 날씨가 좋지 않는 날에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시점의 상황과 가치 판단이 미래에도 동일할 것이라는 투사 편향(Projection Bias)이 장기간 사용하는 자동차 구매 시에 나타남을 입증한 연구다.

정 연구위원은 “이 연구에 따르면 흐린 날은 차종에 관계 없이 신차의 평균 구매 단가가 상승하고 중고차의 평균 단가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미세먼지가 많을수록 신차의 건당 매출액이 증가하는 반면 중고차의 건당 매출액은 감소한 본 연구와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어떨까. 수도권에서 기아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장은 “이달 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비바람도 자주 치며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내점해 상담을 받고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날씨가 좋았던 지난 주말보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그 전 주말에 판매 계약이 서너건 정도 더 많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하나카드의 업종별 일별 매출 데이터 약 900만건을 활용해 분석했다. 신용카드 개인회원의 일시불·할부 결제를 대상으로 했으며 업종은 의·식·주·의료·쇼핑·여행·교육·문화·금융 등 크게 9개(소분류 약 230개)로 분류했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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