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일터도 잿더미..답답한 농민들 "눈물도 안난다"

박하얀 2019. 4. 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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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강원도 산불로 집과 일터 등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불은 꺼졌지만, 앞으로 막막한 생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피해 주민들을 박하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강릉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던 허금석 씨는 며칠째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집이 잿더미가 되면서 농기계도 모조리 불타버렸습니다.

자식처럼 기른 고추 모종은 산불이 덮치면서 모두 말라 죽었습니다.

[허금석/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 "모종을 망쳐 가지고. 올 1년 농사를 망쳤다는 거죠. 집이야 또 지으면 되지만 이건 지금 해 봐야 되지도 않고..."]

4 년째 양봉을 치던 농민은 졸지에 생계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아카시아꽃 필 때가 돼가는데 꿀을 따모을 벌통들은 120 여개가 모조리 불탔습니다.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막막할 따릅입니다.

[박영한/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 "사실 아카시아 꿀 보고, 봄철 한 때 보고 농사를 짓는데 이렇게 되니까 올해 농사는 완전히 끝난 거죠, 뭐."]

어떻게든 농사일을 시작해도, 대피소에서 논밭까지 그 먼 길을 오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농사준비로 한창 바쁠 때지만 피해 조사가 끝날 때까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정계월/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 "빨리 조사가 끝나고 지원을 해줘야 할텐데, 모판도 다 타고 없지. 흙도 없지 그러니까."]

겨우내 애써 말려둔 황태 2 백여톤, 수 십억원 어치가 하룻밤새 잿더미가 됐습니다.

악취가 진동을 해도 피해 조사가 끝날 때까진 치울 수도 없습니다.

[최성일/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 "최대한 빨리 영업을 재개하고 싶은데 눈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보상을 해 줄 수가 없고 여기는 냄새가 나고 그래서 저희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한 피해 농민들은 복구와 보상 절차가 마냥 더디게만 느껴집니다.

KBS 뉴스 박하얀입니다.

박하얀 기자 (snowwhit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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