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첫 한국계 주한호주대사' 제임스 최를 만나다

파이낸셜뉴스 2019. 4. 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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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횡단·TV예능출연.. "발로 뛰며 한국 사회와 소통 중"
정부 대 정부 넘어, 대중과 소통에도 힘써야
요리행사참가·성화봉송 등 전방위 외교활동
FTA 이후 설탕·소고기·와인 등 무역량 증가
금융·법률 등 서비스 분야로 교역 확대될것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가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호주대사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지금까지 이런 주한 외국인 대사는 없었다. 한국 사회와 적극 소통에 나서는 제임스 최 주한 호주 대사(49·한국명 최웅) 이야기다. 한국계 출신 첫 주한 호주대사인 그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격동적이었던 지난 2년을 광화문에서 보냈다. 평창동계올림픽, K컬처 빅뱅, 촛불시위, 대통령 탄핵, 남북정상회담 등이 있었던 격변의 한반도에서 최 대사는 주한 외국인 대사 자격으로 한국 사회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대담=김경수 생활경제부장

세계인이 모인 한반도 최대 축제였던 평창동계올림픽에선 성화봉송에 직접 나섰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정부·여당의 통일아카데미에 참석했다. 외국인 대사로는 드물게 한반도 국토횡단에도 참여했다. 자전거로 강원 고성에서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까지 종주에 성공했다. 풀코스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 매일 새벽 6시부터 성북동에서 북악산 팔각정까지 왕복 9㎞를 달리기도 했다. '광화문 대통령'은 아니지만 소통하는 '광화문 대사'의 역할을 외국인 외교관으로서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유엔 근무 경험이 있으며 현재 북한 대사직도 겸직 중이다. 한국 식품기업 요리행사와 유통행사에 자주 등장한다.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의 만두요리 체험행사에도 참석했다. 최근 종편 인기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 등 다양한 경로로 대중 앞에 얼굴을 비쳤다.

지난 5일 광화문 호주 대사관에서 만난 최 대사는 "외교관이 이제는 정부 대 정부의 소통만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관 업무가 사무실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나가 이제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TV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소셜미디어 등 대중 플랫폼을 통해 시민과 직접 소통하며 호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CJ Friends of K-Culture' 행사에 참석한 제임스 최(James Choi) 주한 호주 대사가 비비고 만두를 활용한 요리를 하고 있다.
■한국과 소통하는 호주 '광화문 대사'

주한 호주대사관은 광화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교보빌딩 고층에 자리잡고 있다. 최 대사의 임기 중에 촛불시위, 태극기집회 등 온갖 집회가 호주대사관 바로 앞에서 벌어졌다. 현재도 광화문광장은 각종 시민 집회의 1번지다.

타국의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는 외교관이지만 그에게 광화문 대사관 사무실에서 내려다본 촛불시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에 대해 "주말마다 촛불시위를 지켜봤다. 많은 사람들이 한뜻이 됐던 시위는 정말 평화롭지만 강력한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1980년도 후반 한국에 거주했을 당시 폭동시위를 떠올리며 "당시 연세대 앞에서 시위가 열렸는데 최루탄이 날아다니는 등 매우 폭력적이었다. 지금 한국을 보면 민주주의가 큰 발전을 거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2016년 주한 호주대사로 부임한 그는 4세 때 퇴직한 군인이었던 부모를 따라 호주에 이민 간 동포 출신이다. 시드니대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전공한 그는 집권 자유당 핵심 각료인 줄리 비숍 외무장관 수석보좌관으로 일했다.

최 대사는 자신이 태어난 한국과 유년기를 보낸 호주를 대표해 일하는 것과 관련, "근면·성실한 한국인 기질에 이민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호주에서 교육받고 대사까지 돼 한국과 호주 모두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제임스최 호주대사가 강원도 고성에서 출발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하는 375km 국토 횡주를 하고 있다.
■이민자 출신 최 대사 부부 "신혼이에요"

최 대사는 한 살 차이인 부인과 결혼 2년 차의 신혼생활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최 대사와 부인 조앤리는 각각 네 살, 여덟 살에 호주 땅을 밟은 이민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부임한 최 대사는 부임 한 달 전인 11월 11일에 부인과 결혼한 뒤 함께 한국에 왔다. 신혼 살림은 서울 성북동 주한 호주대사관저에 차렸다.

'성북동댁'인 조앤리는 대사관저를 손수 꽃꽂이와 화분, 그림 등으로 꾸몄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20년 전 주한 호주대사관이었다. 조앤리는 호주에서 박사과정 중에 여행 삼아 한국에 왔다가 대사관에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했다.

최 대사는 호주 외교통상부와 총리·내각실, 뉴욕 유엔 대표부와 덴마크 등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다. 두 사람은 20년간 친구로 지낸 인연을 이어갔고, 결혼에 이르렀다. 조앤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 대사의 활동 사진을 올려 홍보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농산물에서 금융·법률로 교역 확대

최 대사는 마지막으로 호주의 안전하고 깨끗하며 지속가능한 농업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는 "호주의 농업 관련 사업자들은 호주 국토의 50%에 달하는 면적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들은 농산물 생산 극대화와 자연환경 보존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농사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산 꿀벌들도 전 세계로 이동해 농작물 재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꿀벌들에게 위치추적센서를 부착해 확인하고 있다. 와인마니아인 최 대사는 청정 호주산 와인도 소개했다. 유럽에서 넘어온 호주 포도나무들은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지만, 유럽의 포도나무들은 포도나무 질병으로 품종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호주의 농산업은 연구개발(R&D), 기술 이전 및 채택을 통해 지난 25년간 생산성이 2배 증가했다. 밀과 면 산업은 50~100%에 달하는 수자원 사용 효율성을 개선하면서도 생산성이 높아졌으며 호주 육류산업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배출 제로)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최 대사는 향후 한국과 호주의 무역이 상품만이 아니라 서비스 분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호주와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설탕, 와인, 소고기, 자원, 관광 등의 무역량이 증가했는데 앞으로 금융, 법률 등의 서비스 교류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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