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속 사진 한 장에 여행은 시작된다" [전국 이색 먹거리 열전]

이보람 2019. 4. 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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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토스트·상추튀김.. 관광객 끌어모으는 '마성의 맛' /울산 쫀드기·제주 고기국수·꽁치김밥 등 / SNS·포털 입소문 타고 관광객들 러시 / 늘어선 긴 줄에 현지인 발길 돌리기도 / 지자체도 웹툰·SNS 이용 발빠른 홍보
#1. “아~ 배고파. 여기 어디쯤이랬는데…”

지난달 28일 오후 경남 양산에 거주하는 김보민(25)씨는 부산시 중구 남포동을 친구와 함께 찾았다. 그는 연신 핸드폰의 지도 앱을 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김씨 일행이 도착한 곳은 부산의 유명 먹거리로 알려진 냉채족발도, 돼지국밥도 아닌 한 토스트 가게였다. 토스트를 주문해 받아든 김씨는 공들여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지갯빛으로 쭉 늘어나는 치즈 토스트를 보고 부산행을 결정했다”며 “너무 신기하고 예뻐 1시간여 시간을 들여온 것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2. 지난달 31일 광주 시내의 한 음식점. 봄을 맞아 1박2일 남도여행을 온 대학생 이모(22)씨 일행 3명이 ‘상추튀김’을 주문했다. ‘상추튀김’은 이름처럼 상추를 기름에 튀긴 것이 아니다. 오징어튀김 등 각종 튀김을 싱싱한 상추로 싸서 먹는 분식이다. 간장에 절인 고추와 양파를 함께 올려 먹으면 광주만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씨 일행이 상추튀김을 고른 데는 SNS의 영향이 컸다. 이씨는 “SNS에 광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돼 있었다”며 “호기심에 고른 메뉴이지만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관광객 불러모으는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

각 지역의 이색 먹거리가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전통적인 인기 먹거리와 비교해 역사는 길지 않지만,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발 빠르게 지역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울산쫀드기’가 대표적이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 등에서 접할 수 있었던 흔히 ‘불량식품’으로 알려진 그 쫀드기를 활용한 것이다. 울산에서는 노란색의 두꺼운 모양이 아니라 가운데 빨간 심이 들어있는 ‘색연필쫀드기’가 쓰인다. 가장 큰 차이는 ‘먹는 법’이다. 쫀드기를 기름에 살짝 튀기거나 버터에 구운 뒤, 설탕과 라면스프가 적당 비율로 섞인 ‘비법가루’를 솔솔 뿌려 먹는다.

울산 중구 성남동에서 6년째 쫀드기를 팔고 있다는 한 업주는 “지난해부터 다른 지역에서 온 손님이 많아졌다”며 “인근 부산뿐 아니라 서울, 인천, 경기 등에서 쫀드기를 먹으러 왔다는 손님이 있다. 포장도 많이 해간다”고 말했다. SNS와 포털사이트, 유튜브 등에서 ‘울산쫀드기’ 인증 사진과 글, 만드는 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성남동 나들문 인근 2∼3곳에 불과했던 쫀드기 가게는 최근 8곳으로 늘어났다.
 
◆울산쫀드기, 제주 고기국수, 전주 초코파이…전통적 인기 먹거리와 달라

제주에서는 고기국수와 전복김밥, 꽁치김밥이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고기국수는 하루 이상 고아낸 뽀얀 돼지육수에 얇은 소면과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넣어 먹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흑돼지를 이용해 만들어 특유의 ‘배지근한(담백하다는 제주도 방언)’ 맛이 특징이다.

고기국수는 돼지를 한 마리 잡은 후 남은 뼈와 살코기들을 처리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큰 솥에 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푹 고아낸 뒤 면을 삶아 곁들여 먹은 것에서 시작됐다. 마을의 잔칫날이나 경조사 때 손님들에게 대접하거나 간단한 식사나 해장을 위해서 제주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향토음식이었다. 최근 제주 여행객들 사이에서 흑돼지, 은갈치와 함께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꼽힌다.

관광객들에게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가장 많이 탄 제주도청 인근 고기국수집은 30∼40분 기다리는 수고가 기본이다. 관광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 때문에 현지인은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제주동문시장에서 판매하는 ‘전복김밥’, 올레시장의 ‘꽁치김밥’도 명성을 얻고 있다. 전복김밥은 전복내장으로 볶은 쌀로 지은 밥에 전복이 통째로 들어간 네모난 모양의 김밥이다. 꽁치김밥은 꽁치가 한 마리째 들어가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여행객들의 최고 인기 음식은 ‘전주 초코파이’이다. 일반 초코파이보다 더 두툼한 크기에 달콤한 초콜릿과 부드러운 크림, 딸기잼 등이 듬뿍 들어있다. 1951년 지역 토종 빵집에서 2000년초 처음 출시한 이후 현재 하루 1만개 이상 팔려나가고 있다. 한옥마을 방문객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정도인 이 초코파이는 전주 방문을 상징하는 대표 기념품으로 더 인기다.

최근 근대문화유산 관광지로 급부상한 군산에서 관광객이 가장 즐겨찾는 먹거리는 구도심 중앙동에 자리한 한 빵집의 단팥빵과 야채빵이다. 이 빵집은 1945년 창업한 국내 최고(最古) 빵집으로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터 잡은 일본 과자점 건물을 1948년 매입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곳 대표 메뉴인 단팥빵은 겉은 쌀가루로 반죽해 얇고 찰지며, 속은 팥 앙금을 듬뿍 채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팔려나가는 빵은 택배를 포함해 하루 2만∼3만개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길게는 1시간을 줄을 서야 살 수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지자체도 SNS 활용 홍보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런 이색 먹거리를 활용해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울산 중구는 캐릭터 ‘울산큰애기’를 활용한 관광웹툰과 중구 SNS 등을 통해 ‘울산쫀드기’를 소개하며 알리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광주를 대표하는 5대 음식으로 ‘상추튀김’을 선정하고 SNS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상추튀김의 유래와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을 스토리 텔링 해 관광객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대구시는 납작만두를 ‘대구10미’로 선정,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SNS속 사진 한 장에 여행은 시작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사진 한장으로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주요 여행지와 루트가 사진 한장에 결정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느낀 다양한 감성들은 다시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져 업로드된다. 비수기, 성수기,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지인, 가족, 친척 등 소규모 그룹으로 언제든지 훌쩍 떠나는 ‘여행의 일상화’가 늘고 있다.”
 
최규환(54·사진) 동아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관광 트렌드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 교수는 “경험을 중시하는 개별관광은 세계적 여행 흐름“이라며 “모바일과 인터넷 접속 환경이 발달하면서 정보를 얻기가 쉬워졌고, 그에 따른 여행 트렌드도 변화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의 국내 여행 버즈량(특정 주제에 대한 언급량) 점유율을 보면 2017년까지는 블로그가 강세를 보였지만,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비율이 지속해서 증가해 지난해 소셜미디어 점유율은 51.5%를 넘어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수의 여행 후기를 기반으로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서다.
 
먹방과 맛집, 여행이 결합한 예능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력도 여전하다. TV에 나온 음식을 찾아 떠나는 ‘미식가 여행’은 여전히 인기다.
 
최 교수는 지자체들이 효과적으로 지역 관광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해선 시민들을 ‘인플루언서(influencer·온라인상에서 팔로워들이 많은 영향력 있는 사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분위기가 업 됐을 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예산을 수립하고 계획을 짜고 반영하는 행정 시스템으로는 즉각적 반응이 어렵다”며 “대학생, 주부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을 1, 2년 단위로 ‘명예홍보대사‘, ‘서포터즈’ 등으로 모집해 활용하면 좀 더 기민하게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컬(global과 local의 합성어)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국내 대학의 다양한 나라의 유학생들을 ‘홍보대사’로 활용한다면 해외 여행객을 불러모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광주·제주·전주=이보람·한현묵·임성준·김동욱 기자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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