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가 "우크라 대선 결선투표서 코미디언 젤렌스키 이길 것"

2019. 4. 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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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투표 2위 포로셴코 대통령과 표차 커..국민, 기성 정치인들에 염증"
"젤렌스키 집권해도 친서방 대외정책 큰 변화 없을 것..EU·나토 가입은 요원"

(키예프[우크라이나]=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대표적 독립 정치컨설팅 기관인 '민주하우스 싱크탱크'(Democracy House think-tank) 정치 분석가 아나톨리 옥티슉은 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1일로 예정된 우크라 대선 2차 결선 투표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코미디언 출신의 40대 정치 신인 젤렌스키(41)는 이번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달 31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재선에 나선 현 대통령인 페트로 포로센코 대통령(53)을 큰 득표율 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98% 개표 상황을 발표하면서 젤렌스키 후보가 30.26%, 포로셴코 후보가 15.29%를 얻었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대선에 도전한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58)는 13.38%를 얻는 데 그쳤다.

50% 이상 득표자가 없어 상위 1, 2위 득표자인 젤렌스키와 포로셴코가 결선 투표에서 자웅을 겨루게 됐다. 결선 투표의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옥티슉은 "사람들은 포로셴코를 비롯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다"면서 "낡은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 세력이 젤렌스키에게 표를 던질 것이고, 1차 투표에서 친러시아 성향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 가운데 일부도 결선 투표에선 젤렌스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티슉은 젤렌스키가 대선에 승리해 집권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대외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정부의 유럽화 노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러시아와의 갈등 관계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내전(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 간 교전) 상황도 당장 해결되기보다 지금의 어중간한 휴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가까운 미래에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할 전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서, 서방이 요구하는 기준에 도달하려면 시간과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옥티슉과의 일문일답.

(키예프[우크라이나]=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키예프의 '민주하우스 싱크탱크'(Democracy House think-tank) 정치 분석가 아나톨리 옥티슉.

-- 대선 1차 투표 결과를 평가한다면.

▲ 포로셴코 대통령이 2위를 차지한 것도 이상하다. 모든 것이 정직하게 이뤄졌다면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가 2위를 해야 했다. 집권 세력이 여러 공작을 했다. '율리야 티모셴코'와 이름이 비슷한 '유리 티모셴코'를 출마시켜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리 티모셴코가 0.6%나 얻었다.

사람들이 두 후보를 헷갈리면서 기표를 잘못해 많은 무효표가 나오기도 했다. 선거가 정직하게 치러졌으면 젤렌스키가 5% 정도는 더 얻었을 것이다. 그의 득표율이 35% 정도는 돼야 맞다. 2위는 티모셴코가 차지했어야 한다. 사법기관들이 티모셴코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면 실제 포로셴코 대통령의 득표율은 12% 정도라고 봐야 한다.

-- 포로셴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그렇게 큰가.

▲ 그렇다. 국민은 기존 정치인들을 원치 않는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물론 티모셴코 전 총리도 그 부류에 속한다. 선거가 정직하게 치러졌더라도 티모셴코도 15% 이상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모든 기성 정치인에 대한 지지도는 아주 제한적이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요구가 크다. 기성 정치인들에는 신물이 났다. 근절되지 않는 부패와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의 전쟁에도 신물이 났다.

-- 2차 결선 투표에 대한 전망은.

▲ 현재로선 포로셴코가 젤렌스키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1차 투표 결과에서 드러났듯 두 후보의 표차가 너무 크다. 젤렌스키가 당선될 확률이 75% 정도라고 본다.

1차 투표에서 친러시아 성향 후보들에 투표한 15% 정도의 유권자도 2차 투표에서는 (러시아에 비교적 덜 적대적인) 젤렌스키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젤렌스키에 대한 반대자가 가장 적고, 포로셴코에 대한 반대자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55~60%의 유권자는 절대 포로셴코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아예 투표소에 나오지 않든지 나오면 젤렌스키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 포로셴코 대통령이 승리를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할 수 있지 않나.

▲ 포로셴코가 아무리 행정적 자원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반대 세력이 너무 많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인기가 없다. 정권 주변에서 부패와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포로셴코가 소유한 제과 회사 '로셴'이 모든 곳에 있다.

포로셴코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러시아와의 전쟁' 상황을 부각하는 것이다. 돈바스 지역의 긴장을 고의로 고조시킨 뒤 자신만이 러시아를 상대할 수 있으며 '신참'인 젤렌스키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다.

-- 젤렌스키 후보가 정권을 인수할만한 전문가 그룹을 꾸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 그가 조만간 국방장관, 외무장관, 검찰총장, 정보기관 수장 후보들을 제시할 것이다.

젤렌스키가 정치 경험이 없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다. 그가 '도둑질하는 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가 선거에서 승리해 취임하더라도 첫 5개월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10월 총선 뒤에나 여러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젤렌스키가 승리하면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만을 책임지고 다른 내정은 총리에게 맡기는 이원집정부제 형식의 정치 제도 도입을 위한 개헌을 할 것으로 본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많은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의회의 승인을 통해서 실행되는 구조는 두 권력 간 갈등으로 효율적이지 않다.

-- 젤렌스키가 집권할 경우 대외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 대외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기존 정부의 유럽화 노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러시아와의 갈등 관계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돈바스 지역의 내전 상황도 당장 해결되기보다 지금의 어중간한 휴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나토 회원국이 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크림과 돈바스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분쟁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토 측은 '문이 닫힌 것은 아니지만 열린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현재로선 나토 가입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가입을 위해서는 필요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EU 가입은 좀 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가입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기관과 공직자들의 부패와 횡령 관행이 여전하고 사법 분야의 부패도 개선되지 않았다. 2014년 '마이단 혁명'(친서방 정권 교체 혁명) 이후 대기업가(포로셴코)가 대통령이 돼 부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EU 가입을 위해서는 15~20년은 걸릴 것이다.

-- 젤렌스키는 당선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크림반도와 돈바스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는데.

▲ 만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푸틴은 그에게 (친러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자치를 허용하는) 연방제를 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젤렌스키가 국민에게 그렇게 하자고 제안하면 그는 아마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몰려와 대통령 행정실을 불살라 버릴 것이다.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타협하고 항복하든지 아니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젤렌스키가 러시아와의 '전쟁'(러시아가 지원하는 친러 반군과 우크라 정부군 간 교전) 문제를 해결하고 푸틴과 합의할 가능성은 없다. 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포로셴코(왼쪽)와 젤렌스키 [AFP 연합뉴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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