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야근에 강제 종교행사까지..사회복지사의 '눈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함과 아울러 그 지위 향상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2012년 시행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담긴 내용이다. 그 후 7년이 지났지만,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바닥'이다. 지난해 한 사회복지공무원은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사는 올해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람 취급 못 받으며 일하는 제 자신이 죽고 싶을 만큼 무시당하고 있다"는 청원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회복지시설 직접운영과 종사자 처우개선을 골자로 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행은 지지부진했다. '사회서비스원'이 겨우 설립돼 올 3월 시범사업이 시작된 정도다. 하지만 그마저도 당초 약속보다는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다. 현장은 보다 적극적인 정책 확장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야근은 일상, 야근수당은 '사치'?

지난해 정부는 사회복지사를 '52시간제' 특례업종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정작 인력 증원에 필요한 인건비는 오히려 줄었다. 2019년 정부예산에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조2000억원 감액됐다. 할 일은 많은데, 인력 증원 없이 시간만 단축하라는 지침은 지켜지기 힘들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월 10~15시간까지만 연장근로수당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일 시키기 위한 각종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서울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한 A씨는 "퇴근카드를 찍고 다시 일하거나, 야간근무 때 주어지는 정당한 휴식시간을 수면시간으로 넘겨 임금을 주지 않는 일이 잦았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사들에게 연장근로는 일상이다. 지난해 3월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들의 월 평균 연장근로시간은 43시간에 달했다. 그나마도 그 중 57%는 야근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을 지키려 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지역아동센터 센터장 B씨는 "연장근로수당을 줄 여력이 없어 직원들의 8시간 근무를 지키려 노력한다"면서도 "하지만 할 일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센터장인 내가 12~14시간 정도 근무한다"고 말했다. 양심적이든 비양심적이든 누군가는 반드시,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위험 노출에 법인 갑질까지..."동료에 푸념하고 털어요" 18.2%
사회복지사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일 발간한 '사회복지종사자 인권 보호를 위한 개선과제'에 따르면, 2016년 서울시 사회복지 종사자 1364명 중 48.5%가 시설 이용자에게 연 1회 이상 정신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나타났다. 신체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9%, 성적 괴롭힘을 당한 비율은 14.7%에 달했다.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의 갑질도 심각하다. 야근·주말 출근은 물론, 종교 행사 참여 등을 강제하기도 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서 종사자 중 266명(19.5%)은 법인 또는 시설의 종교적 압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마천종합사회복지관에 근무하는 김기홍 사회복지사는 "이전 법인인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매주 월요일 조기출근을 시켜 종교행사를 강요했고, 직원들에게 매달 10만원씩 후원금을 갈취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임금체불 등 법인의 부당노동행위로 소송 중이다.

위험과 부조리가 만연하지만, 자신을 지킬 수단조차 마땅찮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 발간한 '2018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 따르면 업무 중 경험한 폭력·폭언에 대한 주된 대응은 '주변 동료와 푸념하거나 하소연하고 넘김'(18.2%)으로 나타났다. 확실한 대응 매뉴얼이 없는데다, 고충처리기구 마저 법인이 맡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동권을 보장받기도 힘들다. 사회복지시설 중 46.2%는 노사협의기구가 없으며, 노동조합이 있는 시설은 3.4%에 불과하다. 연장근무 등 각종 처우가 노사 협의로 결정되지만 정작 협의할 수 있는 조건이 없는 셈이다. 사실상 '원청'인 정부는 시설을 평가할 때 관련 지침의 유무만 파악할 뿐, 자세한 실태는 반영하고 있지 않다.
◇본질적 해법은? '국가의 하청 노동'부터 바꿔야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 최병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법인 및 시설의 관리감독 철저 △실효성 있는 인권교육 △실효성 있는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 체계 마련 △이용자 특성 고려한 폭력 피해 예방 매뉴얼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고용 이중구조 개선'을 꼽는다. 현재 사회복지사업은 정부·지자체가 민간 법인에 시설 운영을 위탁하는 구조다. 정부에서 임금을 받지만, 실질적인 '갑'은 인사권을 가진 법인이다. 김기홍 사회복지사는 "명령을 내리고 갑질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양혜정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교육국장은 현 상황을 "간접고용 상태이다 보니 정부와 기관이 노동권 보장에 대해 서로 떠미는 것"이라며 "노동권 침해 뿐 아니라, 방만하고 비도덕적인 운영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양 교육국장은 "특히 거주시설은 법인에서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위탁을 취소하면 시설 자체가 없어져버릴 수도 있어 법인의 권한이 막강하다"고 밝혔다. 인사권과 운영권을 손에 쥔 법인의 전횡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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