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 1년내내 꽃 심고 나무 기르는 남자 박 원 순 에버랜드 전문 가드너

허연 2019. 3. 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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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00만 송이 자식처럼 가꾸지만 정원은..영원하지 않아 더 아름답죠
"지금 이 시대에 영감 줄수 있는..한국식 정원 만들고파"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비닐하우스에서 박원순 삼성물산 전문 가드너가 4월 말까지 열리는 튤립 축제에 쓰일 튤립을 선별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36개동에서 총 60만구에 달하는 튤립이 재배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우리 모두는 태초부터 가드너였다. 정원사는 직업이 아니다.

활짝 핀 장미를 받아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여인과 마트에 진열된 화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서 우리는 식물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충동질을 엿볼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정원이요, 우리의 의지는 정원사"라고 설파한 윌리엄 셰익스피어나 "정원만이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읊조린 헤르만 헤세의 명구(名句)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인류의 DNA에는 태곳적부터 식물과 정원이 잠재돼 있었다.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뿜는 나무와 풀은 지구가 멸망하는 그 순간까지 가장 절실한 인류의 반려자다.

박원순 삼성물산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 전문 가드너는 이러한 철학을 갖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원 예찬론자다. 남들은 철밥통이라고 부러워하는 교직원 생활을 집어던지고 무작정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을 찾아가 "일을 하고 싶다"고 한 것이나, 제대로 된 정원 일을 배우고 싶다고 늦깎이 나이에 미국 롱우드가든으로 훌훌 떠난 것만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나는 가드너입니다'와 '식물의 위로'라는 서정적인 책을 잇달아 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식물에 대한 그의 무한한 애정은 삶의 원동력이다. 그는 지금 에버랜드에 정착해 튤립 축제와 장미 축제 등 각종 정원 기획 연출을 맡고 있다. 매년 그의 손길을 거치는 꽃만 500여 종 200만본에 달한다.

매일경제 위크엔드가 정원 예찬론자인 박원순 가드너를 만나 식물을 키우는 방법과 우리 삶 속에서 식물이 갖는 의미를 물었다.

#장면 1.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튤립

지난 11일 기자가 찾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는 3월 16일~4월 28일 열릴 튤립 축제 준비에 한창이었다. 에버랜드 정문에서 차로 3~4분 거리에 있는 비닐하우스. 36채에 달하는 비닐하우스는 꽃망울이 올라온 튤립, 꽃대만 올라온 튤립, 그리고 튤립 구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박원순 책임을 이곳에서 만났다.

―축제 기간이 4주인데 한 달 내내 튤립이 피어 있나요.

▷튤립은 꽃이 피는 시기가 길어야 열흘 남짓이에요. 4주간 축제를 할 수 있는 건 네 번에 걸쳐 꽃을 교체해주기 때문에 가능해요. 다른 곳에서 여는 축제는 보통 땅에다 튤립을 식재하고 끝내죠. 에버랜드에서 한 달간 튤립을 볼 수 있는 건 튤립을 교체하기 때문이에요. 3월에 실외에서 튤립을 볼 수 있는 곳은 한반도에서 에버랜드뿐이죠.

박원순 삼성물산 에버랜드 전문 가드너는 다양한 축제가 열릴 때마다 식물 연출을 담당한다. 에버랜드에서는 튤립 축제, 장미 축제, 서머 스플래시, 핼러윈,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 등 일 년 열두 달 축제가 열린다. 200만본에 달하는 꽃을 배치하고 전시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김호영 기자]
―꽃 피는 시점을 어떻게 통제하나요.

▷축제에 동원되는 튤립만 총 100만구예요. 40만구는 땅에다 미리 심어 놓고, 60만구는 비닐하우스에서 때에 맞춰 재배해요. 하우스마다 실내 온도를 통제해 개화 시기를 조정하고요. 맨 마지막 주에 쓸 튤립은 구근을 미리 냉장 보관해뒀다 써요. 튤립은 한낮 기온이 25도가 넘으면 꽃을 피우지 않아요.

―축제에 동원되는 튤립은 몇 종인가요.

▷튤립은 전 세계에 품종이 3000종이 넘어요. 에버랜드는 이 가운데 약 100종을 들여와서 쓰고요. 튤립은 원산지가 원래 터키인데요. 여름이 건조하고 겨울이 매우 추운 곳에서 살아요. 추운 땅속에서 겨울을 나야지만 이듬해 봄에 꽃이 잘 펴요.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라는 품종은 1600년대 말 알뿌리 하나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비싼 집값에 육박했는데요. 그만큼 인류의 손으로 많은 품종이 만들어진 꽃이에요. 꽃 모양이 컵, 백합, 별, 앵무새 등으로 매우 다양해서 꽃 모양에 따라 15개 이상 그룹으로 나누기도 하고요.

―튤립은 어떤 꽃과 잘 어울리나요.

▷튤립 옆에 심는 구근에는 히야신스 블루벨 등이 있어요. 튤립보다 작고 아담한 키에 파랗고 하얀 꽃들이 피고 올망졸망한 모양새가 잘 어울리죠.

―튤립 정원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2017년에는 혼합 식재 개념을 처음 도입했어요. 그동안에는 화단에 빨강, 분홍 등 색깔별로 원색적으로 심었는데, 보다 자연스럽게 튤립과 팬지 비올라 아네모네 물망초 등을 함께 심었어요. 네덜란드 구근 생산 업체 직원들이 에버랜드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심는 것은 네덜란드 큐켄호프 페스티벌뿐인데 한국에서도 혼합 식재를 한다"며 놀라워했어요. 축제도 유행을 타지요. 올해는 원색 계열 식재가 다시 유행이라 몬드리안 스타일로 꾸밀 거예요.

―축제가 끝나면 그 많은 튤립은 어떻게 하나요.

▷외부 업체에서 가지고 가요. 미국 롱우드가든에서는 퇴비로도 써요. 관람객들이 아깝다고도 하긴 해요. 하지만 튤립은 일년초화류처럼 다뤄져요. 이듬해 다시 꽃을 피우게 하려면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해요. 튤립은 잎이 누렇게 될 때까지 그대로 놔둬야 광합성을 하고 구근이 내년에 꽃필 양분을 축적할 수 있어요. 잎이 진 다음에는 구근 수분이 완전히 마르지 않도록 땅속 깊이 묻어 놓거나 저장고에 보관해야 해요. 한겨울에는 추위를 겪도록 해야 날이 풀리면 꽃대가 올라올 수 있어요. 튤립 구근은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튤립과 수선의 화려한 꽃들이 넘실대던 봄 파도가 어느새 서서히 사그라지기 시작하면 여름이 오죠. 정원이 빈 캔버스가 돼야 다음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장면 2. "씨앗은 이미 뿌려져 있었다"

에버랜드 꽃을 책임지는 박원순 책임의 첫 직업은 출판사 편집자였다.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11월 민음사에 입사했다. 원예학과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한국의 귀화 식물'이라는 책을 맡기도 했다.

―출판사 일은 어땠나요.

▷전공이 원예였지만 아는 것이 없었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은 채소, 과수, 화훼 등 농사 중심 학문이었는데 막상 식물 책을 편집하려니 시설원예, 식물학 등에 대해서는 공부한 게 없었죠. 책을 펴내면서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어요. 그러던 중 2002년 뉴욕북페어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는데 정원 관련 책이 엄청 많았어요. 특히 '플라워스 에이투지(Flowers A to Z)' 같은 책들에 흠뻑 반하게 됐어요. 신세계였죠. 원예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후 바로 정원사가 됐나요.

▷2003년 퇴직금을 털어 세계적인 원예박람회 영국 첼시플라워쇼를 무작정 방문했어요. 그때 가드너가 되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생계가 막막했죠. 어느 날 성당에서 주보를 읽는데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출판사 직원을 뽑는다는 글을 읽었어요. 지원했더니 운 좋게 합격했어요. 성신교정 생활 3년은 잊지 못할 거예요. 신부님, 수녀님들만을 위한 신성한 곳이라 일반인 출입은 안 되고, 도심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울창한 단풍나무들이 많아요. 길가에는 제비꽃이며 닭의장풀이며 올망졸망한 꽃이 피어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어요. 수녀님들이 키운 금낭화 천인국 구절초 같은 꽃들은 항상 소담스럽게 피어났고요. 출판사 사무실 2층 창가에서 본 풍경은 고전 유럽 영화 속 한 장면이었어요. 그러던 중 2006년 제주 여미지식물원 채용 공고를 보고 또다시 도전했죠.

―이번에는 합격했나요.

▷서울에서 남상규 회장님에게 면접을 봤는데 "네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하고 싶은데 기회조차 안 주니까 아내에게 제주도로 이사를 가자고 했죠. 무작정 남 회장님을 다시 찾아갔어요. 이미 이사를 왔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냐고 물었죠. 이번에는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경험은 없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마음에 드셨나 봐요. 연 300만원 '깔세'를 주고 집을 구했는데, 식물원까지 70㎞나 떨어져 있더라고요.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드디어 정원사가 된 거네요.

▷녹록지 않았어요. 온종일 이탈리아 정원에 자갈을 가져와 까는 작업을 했고, 이후 몇 년간 삽질은 기본, 면허 딴 후 한 번도 몰아보지 않은 트럭 운전에, 크레인 사용법도 익혔어요. 번식, 재배, 연구, 교육, 데이터 관리인 큐레이터 일들을 했어요. 죽백난 황근 한란 등을 증식해서 멸종 위기에 있는 식물을 살리는 작업은 보람이 있었어요.

―어렸을 적부터 식물을 좋아했나 봐요.

▷고향이 충남 당진 합덕읍이에요. 천주교 신자가 많은 동네였는데 1899년 세워진 성당이 있는 고풍스러운 곳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든 텃밭에서 많이 놀았죠. 부엌 뒤편에 포도나무며 백일홍이며 온갖 식물이 자랐어요. 약학과나 한의학과도 고민했는데 원예학과를 지망한 것도 고향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미국에 유학은 왜 가셨나요.

▷식물원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정원 일을 배울 수 없을까 하는 또 다른 화두가 생겼어요. 선배들을 통해 미국 동부의 세계적인 정원인 롱우드가든에서 국제 정원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도전했죠. 하지만 첫해는 떨어졌어요. 매일매일 영어 공부를 해서 그다음 해인 2010년 합격 소식을 받고 미국행에 올랐어요.

―롱우드가든은 어떤 곳인가요.

▷세계적 화학회사인 듀퐁의 피에르 듀퐁이 1906년 세운 식물원이에요. 필라델피아는 '가든 캐피털'이라고 불리는데 그만큼 식물원들이 밀집해 있어요. 부호들이 미술품과 수집품을 전시할 박물관과 식물원을 많이 만들었어요. 롱우드가든은 '가든 캐피털'의 대부 격인데 미국공공정원협회(American Public Gardens Association)도 롱우드가든이 주도하고 있을 정도예요.

―경쟁이 치열했겠네요.

▷롱우드가든의 가드너 양성 프로그램은 1년에 미국인 10명, 외국인 4명만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요. 1년 과정을 끝내고 롱우드가든이 전액 학비를 대주는 델라웨어대 대학원에 지원했는데 합격했어요. 덕분에 제대로 된 원예 공부를 마칠 수 있었어요.

―책도 쓰셨죠.

▷'나는 가드너입니다'는 롱우드가든에서 1년간 체험한 경험담을 엮은 책이에요. 선진 원예에 대한 노하우를 저만 갖고 있기도 아까웠고요. 책의 씨앗은 이미 십수 년 전에 뿌려져 있었던 거죠.

#장면 3. 정원은 하나의 지구다

―가드너라는 직업은 어떤가요.

▷화폭에 담긴 화가의 그림은 곁에 두고 오랜 세월을 감상할 수 있지만, 정원사의 그림은 안타깝게도 영원하지 않아요. 롱우드가든에 있을 때 주홍빛으로 물든 부드러운 햇살이 가든 위로 비스듬히 쏟아지면, 정원의 어느 지점을 걷다가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해요.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까. 아니 아름다움 자체보다 더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그 순간이 이제 곧 사라지고, 다른 모습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정원 업무가 고되지 않나요.

▷롱우드가든에 처음 도착해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물의 정원인 수련 연못이었어요. 고대 이집트인들도 안뜰에 과실수와 관상용 식물을 심고 주변에 정형화된 연못을 만들었을 정도로 연못정원의 역사는 길죠. 작업복을 입고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르는 연못 속으로 들어가 코를 대고 향기를 맡으면 아찔해요. 수련의 향기는 그윽하고 신비로워요. 하지만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죠. 수련은 아이처럼 너무 빨리 자라 손이 많이 필요해요. 물 위에 뜬 부유물을 매일 건져내는 것은 기본이고 연못 속으로 들어가 오래된 잎과 시든 꽃을 정리해야 하고 진딧물도 없애줘야 해요. 설상가상으로 오래된 수련의 화분 속에서는 말할 수 없이 고약한 냄새가 뿜어져 나오기도 하고요. 아름다운 정원의 이면에는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처리하며 땀을 쏟아내는 가드너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죠.

―병충해도 많을 텐데요.

▷정원은 하나의 지구와 닮았어요. 구석구석 다양한 벌레들이 살아요. 좋은 벌레나 나쁜 벌레 모두 식물을 일용할 양식이자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죠. 깍지무당벌레는 깍지벌레를 잡아먹고, 베달리아딱정벌레는 솜털쿠션개각충을 잡아먹고 살아요. 풀잠자리와 지중해이리응애는 총채벌레를,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먹고 살아가요. 만약 개미가 있다면 개각충이나 깍지벌레, 그리고 진딧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죠.

―정원이 삶의 전부인 것 같네요.

▷내게 정원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담은 이야기 책, 계절에 따라 특별한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화폭의 그림이고 나를 땀으로 뒤범벅이 되게 만드는 노동 그 자체이기도 하면서 나를 들뜨게 하는 파티의 장이기도 해요. 딸아이에게 '정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해요. 정원에는 나무도 있고 풀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걸어가는 길이 떠오른다는 거예요. 정원에서 일하지만 정원 속에서 우리가 참으로 많은 길을 걸어왔던 것이 생각날 때는 가슴이 뭉클해져요.

#장면 4. 에버랜드 새로운 꿈을 펼치다

―대학원에서는 무엇을 공부했나요.

▷대학원은 2년 과정이었는데 실무 중심이었어요. 통계학과 원예식물학만 수업이 있고 전부 프로젝트 중심이었어요. 대중 원예라는 범위 내에서 어떤 주제로든지 논문을 쓸 수 있었어요. '습지 파괴와 공공정원에 대한 영향'으로 논문을 냈고요. 해외 출장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한번은 싱가포르 가든스바이더베이라는 유명한 온실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개장 전이었는데 식물원 투어도 하고 디렉터들이 나와서 극빈 대접을 해줬어요.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롱우드 네트워크의 힘이었죠.

―대학원 졸업 후 바로 에버랜드에 입사했나요.

▷귀국한 뒤에 제주도에서 습지 복원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에버랜드에서 만날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왔고 면접 끝에 이직을 했죠. 에버랜드에서는 2014년부터 일하고 있어요.

―에버랜드 정원사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정원 규모가 큰 데다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식물원과 달리 전시의 파급효과가 달라요. 에버랜드에 매년 700만~800만명이 다녀가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나요.

▷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 내에 연출 책임이에요. 식물콘텐츠그룹은 이준규 그룹장 밑으로 총 16명이 일해요. 축제를 하면 기획이 필요하잖아요. 새로운 품종을 찾아야 하고 소재를 발굴했으면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죠. 고객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전시가 늘 필요해요.

―꽃 축제가 잦나 보네요.

▷에버랜드에선 튤립 축제, 장미 축제, 서머 스플래시, 핼러윈,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 등 일 년 열두 달 축제가 열려요. 3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동원되는 꽃만 500여 종 200만본에 달해요. 봄에는 튤립과 장미, 여름에는 파란색 꽃 계열의 수국, 피튜니아, 빅토리아셀비어 블루, 라벤더 스위트 등을 중심으로 전시를 하지요. 갈대 같은 그라스류는 여름에 심어 놓으면 가을에 노랗거나 빨갛게 물들어요.

―연출의 원칙이 있나요.

▷그동안 새로운 식물과 새로운 패턴을 많이 소개하려고 했어요. 일년생 초화류로는 백일홍 맨드라미 팬지 비올라 등이 많이 쓰이는데요. 더 많은 품종을 소개하려고 했어요. 또 식재 패턴도 단순히 빨강 노랑 파랑이 아니라 함께 섞어서 자연스러운 가든이 되도록 했고요. 작년 가을에는 단순히 달리아를 심는 것이 아니라 1~2m짜리를 직접 재배해 선보이기도 했죠. 코티지 가든 콘셉트로요.

#장면 5. 식물이 삶을 위로하다

박원순 책임은 정원사이자 저술가다. 롱우드가든에서 추억을 담은 '나는 가드너입니다' 외에도 또 다른 에세이 '식물의 위로'라는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정서적 안정을 주는 반려식물이 인기인데요. 어떤 품종이 있을까요.

▷미세먼지가 늘어나면서 공기정화식물이 인기예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식물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산세베리아, 스파티필름, 스킨답서스가 있고요. 이 밖에도 관음죽, 아레카야자, 몬스테라. 앤슈리엄. 아이비 등도 정화 능력이 좋아요.

―용도가 있나요.

▷스킨답서스는 주방에서 재배하기 좋아요. 요리를 하면 일산화탄소가 많이 나오죠. 일산화탄소를 잡는 능력이 탁월해요. 잎이 축 늘어지는 식물인데 풍성하게 잎이 퍼지면 보기에도 좋고요. 산세베리아는 침실에 좋아요. 산세베리아는 건조 지대에서 사는 식물이라 햇볕이 뜨겁고 비는 안 오는 그런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에요. 그래서 낮에는 기공을 열지 않고 밤에 열어요. 낮에 기공을 열면 수분이 함께 빠지거든요. 낮에는 모든 것을 닫고 있다가 밤에 산소를 뿜는 가스 교환을 하는데, 침실에 가득 찬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데 탁월하죠. 하지만 제대로 된 공기정화능력을 보려면 집 실내 면적의 15~20%는 식물이 차지하고 있어야 해요.

―집에서도 기르시나요.

▷그럼요. 집에서 키우는 식물만 30종이 넘어요. 아프리칸 바이올렛은 작은 꽃을 틔우는데 한 번 피고 진 것을 기다리면 또 피고 하죠. 베고니아는 품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아기자기하게 키우기가 좋고요. 행복나무와 무늬인도고무나무도 있어요. 특히 고무나무는 잎이 큰데요. 큰 잎 식물은 햇볕이 없어도 잘 자란다는 것을 뜻해요. 인테리어 효과를 보려면 몬스테라가 좋죠. 잎에 큰 구멍들이 나 있어서 하얀 벽지와 잘 어울려요. 열대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구멍이 많아 큰 빗방울이 통과하기 좋게 진화돼 있죠. 굉장히 예술적인 식물이에요.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물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용량만큼 주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식물이 금방 죽어요. 식물에게 물을 줄 때는 매일매일 눈으로 보면서 화분에 손가락을 대봐야 해요. 축축하면 절대 물을 줘서는 안 돼요. 겉 흙이 말랐을 때 흠뻑 주는 패턴으로 줘야 해요. 섣불리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줘서는 안 되고요. 자칫하면 식물을 익사시킬 수 있어요. 습도는 집마다 다르거든요.

―실외에서 식물을 키운다면 어떤 식물을 키워야 하나요.

▷미국 농무부에서는 북미 지역을 온도별로 구분해 15개 존으로 구분해 놨어요. 또 우리나라에도 내한성 지도가 있고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맞는 품종을 구입해 심으면 돼요. 우리나라는 5b~6b 정도 되는데 이는 영하 18~25도에서도 죽지 않는 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해요. 이런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식물은 월동을 할 수 없어요.

―한국은 정원이 발달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한국인들이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식물을 멀리하지 않아요. 식물을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플랜테리어가 뜨고 있잖아요. 외국은 정원 문화가 발달하는 데 반해 한국은 실내에서 키우는 공간 개념이 더 커질 것 같아요. 식물 카페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앞으로 식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될 것으로 봐요.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새로운 정원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단순하게 '새롭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 시대에 맞는 영감을 전해줄 수 있는 정원을 가꾸고 싶어요. 우리 모두는 태초부터 가드너였어요. 마트에 초록 식물들을 많이 파는데 카트에 화분을 담고 지나가면 아이들이 그 초록 잎에서 눈을 떼지 못해요. 본능적으로 끌리는 거죠. 푸른 숲에 가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지고, 꽃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지 않나요.

―롱우드가든은 어떤 곳인가요.

▷세계적 화학회사인 듀퐁의 피에르 듀퐁이 1906년 세운 식물원이에요. 필라델피아는 '가든 캐피털'이라고 불리는데 그만큼 식물원들이 밀집해 있어요. 부호들이 미술품과 수집품을 전시할 박물관과 식물원을 많이 만들었어요. 롱우드가든은 '가든 캐피털'의 대부 격인데 미국공공정원협회(American Public Gardens Association)도 롱우드가든이 주도하고 있을 정도예요.

―경쟁이 치열했겠네요.

▷롱우드가든의 가드너 양성 프로그램은 1년에 미국인 10명, 외국인 4명만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요. 1년 과정을 끝내고 롱우드가든이 전액 학비를 대주는 델라웨어대 대학원에 지원했는데 합격했어요. 덕분에 제대로 된 원예 공부를 마칠 수 있었어요.

―책도 쓰셨죠.

▷'나는 가드너입니다'는 롱우드가든에서 1년간 체험한 경험담을 엮은 책이에요. 선진 원예에 대한 노하우를 저만 갖고 있기도 아까웠고요. 책의 씨앗은 이미 십수 년 전에 뿌려져 있었던 거죠.

#장면 3. 정원은 하나의 지구다

―가드너라는 직업은 어떤가요.

▷화폭에 담긴 화가의 그림은 곁에 두고 오랜 세월을 감상할 수 있지만, 정원사의 그림은 안타깝게도 영원하지 않아요. 롱우드가든에 있을 때 주홍빛으로 물든 부드러운 햇살이 가든 위로 비스듬히 쏟아지면, 정원의 어느 지점을 걷다가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해요.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까. 아니 아름다움 자체보다 더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그 순간이 이제 곧 사라지고, 다른 모습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정원 업무가 고되지 않나요.

▷롱우드가든에 처음 도착해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물의 정원인 수련 연못이었어요. 고대 이집트인들도 안뜰에 과실수와 관상용 식물을 심고 주변에 정형화된 연못을 만들었을 정도로 연못정원의 역사는 길죠. 작업복을 입고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르는 연못 속으로 들어가 코를 대고 향기를 맡으면 아찔해요. 수련의 향기는 그윽하고 신비로워요. 하지만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죠. 수련은 아이처럼 너무 빨리 자라 손이 많이 필요해요. 물 위에 뜬 부유물을 매일 건져내는 것은 기본이고 연못 속으로 들어가 오래된 잎과 시든 꽃을 정리해야 하고 진딧물도 없애줘야 해요. 설상가상으로 오래된 수련의 화분 속에서는 말할 수 없이 고약한 냄새가 뿜어져 나오기도 하고요. 아름다운 정원의 이면에는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처리하며 땀을 쏟아내는 가드너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죠.

―병충해도 많을 텐데요.

▷정원은 하나의 지구와 닮았어요. 구석구석 다양한 벌레들이 살아요. 좋은 벌레나 나쁜 벌레 모두 식물을 일용할 양식이자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죠. 깍지무당벌레는 깍지벌레를 잡아먹고, 베달리아딱정벌레는 솜털쿠션개각충을 잡아먹고 살아요. 풀잠자리와 지중해이리응애는 총채벌레를,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먹고 살아가요. 만약 개미가 있다면 개각충이나 깍지벌레, 그리고 진딧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죠.

―정원이 삶의 전부인 것 같네요.

▷내게 정원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담은 이야기 책, 계절에 따라 특별한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화폭의 그림이고 나를 땀으로 뒤범벅이 되게 만드는 노동 그 자체이기도 하면서 나를 들뜨게 하는 파티의 장이기도 해요. 딸아이에게 '정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해요. 정원에는 나무도 있고 풀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걸어가는 길이 떠오른다는 거예요. 정원에서 일하지만 정원 속에서 우리가 참으로 많은 길을 걸어왔던 것이 생각날 때는 가슴이 뭉클해져요.

#장면 4. 에버랜드 새로운 꿈을 펼치다

―대학원에서는 무엇을 공부했나요.

▷대학원은 2년 과정이었는데 실무 중심이었어요. 통계학과 원예식물학만 수업이 있고 전부 프로젝트 중심이었어요. 대중 원예라는 범위 내에서 어떤 주제로든지 논문을 쓸 수 있었어요. '습지 파괴와 공공정원에 대한 영향'으로 논문을 냈고요. 해외 출장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한번은 싱가포르 가든스바이더베이라는 유명한 온실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개장 전이었는데 식물원 투어도 하고 디렉터들이 나와서 극빈 대접을 해줬어요.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롱우드 네트워크의 힘이었죠.

―대학원 졸업 후 바로 에버랜드에 입사했나요.

▷귀국한 뒤에 제주도에서 습지 복원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에버랜드에서 만날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왔고 면접 끝에 이직을 했죠. 에버랜드에서는 2014년부터 일하고 있어요.

―에버랜드 정원사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정원 규모가 큰 데다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식물원과 달리 전시의 파급효과가 달라요. 에버랜드에 매년 700만~800만명이 다녀가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나요.

▷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 내에 연출 책임이에요. 식물콘텐츠그룹은 이준규 그룹장 밑으로 총 16명이 일해요. 축제를 하면 기획이 필요하잖아요. 새로운 품종을 찾아야 하고 소재를 발굴했으면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죠. 고객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전시가 늘 필요해요.

―꽃 축제가 잦나 보네요.

▷에버랜드에선 튤립 축제, 장미 축제, 서머 스플래시, 핼러윈,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 등 일 년 열두 달 축제가 열려요. 3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동원되는 꽃만 500여 종 200만본에 달해요. 봄에는 튤립과 장미, 여름에는 파란색 꽃 계열의 수국, 피튜니아, 빅토리아셀비어 블루, 라벤더 스위트 등을 중심으로 전시를 하지요. 갈대 같은 그라스류는 여름에 심어 놓으면 가을에 노랗거나 빨갛게 물들어요.

―연출의 원칙이 있나요.

▷그동안 새로운 식물과 새로운 패턴을 많이 소개하려고 했어요. 일년생 초화류로는 백일홍 맨드라미 팬지 비올라 등이 많이 쓰이는데요. 더 많은 품종을 소개하려고 했어요. 또 식재 패턴도 단순히 빨강 노랑 파랑이 아니라 함께 섞어서 자연스러운 가든이 되도록 했고요. 작년 가을에는 단순히 달리아를 심는 것이 아니라 1~2m짜리를 직접 재배해 선보이기도 했죠. 코티지 가든 콘셉트로요.

#장면 5. 식물이 삶을 위로하다

박원순 책임은 정원사이자 저술가다. 롱우드가든에서 추억을 담은 '나는 가드너입니다' 외에도 또 다른 에세이 '식물의 위로'라는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정서적 안정을 주는 반려식물이 인기인데요. 어떤 품종이 있을까요.

▷미세먼지가 늘어나면서 공기정화식물이 인기예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식물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산세베리아, 스파티필름, 스킨답서스가 있고요. 이 밖에도 관음죽, 아레카야자, 몬스테라. 앤슈리엄. 아이비 등도 정화 능력이 좋아요.

―용도가 있나요.

▷스킨답서스는 주방에서 재배하기 좋아요. 요리를 하면 일산화탄소가 많이 나오죠. 일산화탄소를 잡는 능력이 탁월해요. 잎이 축 늘어지는 식물인데 풍성하게 잎이 퍼지면 보기에도 좋고요. 산세베리아는 침실에 좋아요. 산세베리아는 건조 지대에서 사는 식물이라 햇볕이 뜨겁고 비는 안 오는 그런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에요. 그래서 낮에는 기공을 열지 않고 밤에 열어요. 낮에 기공을 열면 수분이 함께 빠지거든요. 낮에는 모든 것을 닫고 있다가 밤에 산소를 뿜는 가스 교환을 하는데, 침실에 가득 찬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데 탁월하죠. 하지만 제대로 된 공기정화능력을 보려면 집 실내 면적의 15~20%는 식물이 차지하고 있어야 해요.

―집에서도 기르시나요.

▷그럼요. 집에서 키우는 식물만 30종이 넘어요. 아프리칸 바이올렛은 작은 꽃을 틔우는데 한 번 피고 진 것을 기다리면 또 피고 하죠. 베고니아는 품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아기자기하게 키우기가 좋고요. 행복나무와 무늬인도고무나무도 있어요. 특히 고무나무는 잎이 큰데요. 큰 잎 식물은 햇볕이 없어도 잘 자란다는 것을 뜻해요. 인테리어 효과를 보려면 몬스테라가 좋죠. 잎에 큰 구멍들이 나 있어서 하얀 벽지와 잘 어울려요. 열대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구멍이 많아 큰 빗방울이 통과하기 좋게 진화돼 있죠. 굉장히 예술적인 식물이에요.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물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용량만큼 주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식물이 금방 죽어요. 식물에게 물을 줄 때는 매일매일 눈으로 보면서 화분에 손가락을 대봐야 해요. 축축하면 절대 물을 줘서는 안 돼요. 겉 흙이 말랐을 때 흠뻑 주는 패턴으로 줘야 해요. 섣불리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줘서는 안 되고요. 자칫하면 식물을 익사시킬 수 있어요. 습도는 집마다 다르거든요.

―실외에서 식물을 키운다면 어떤 식물을 키워야 하나요.

▷미국 농무부에서는 북미 지역을 온도별로 구분해 15개 존으로 구분해 놨어요. 또 우리나라에도 내한성 지도가 있고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맞는 품종을 구입해 심으면 돼요. 우리나라는 5b~6b 정도 되는데 이는 영하 18~25도에서도 죽지 않는 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해요. 이런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식물은 월동을 할 수 없어요.

―한국은 정원이 발달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한국인들이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식물을 멀리하지 않아요. 식물을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플랜테리어가 뜨고 있잖아요. 외국은 정원 문화가 발달하는 데 반해 한국은 실내에서 키우는 공간 개념이 더 커질 것 같아요. 식물 카페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앞으로 식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될 것으로 봐요.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새로운 정원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단순하게 '새롭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 시대에 맞는 영감을 전해줄 수 있는 정원을 가꾸고 싶어요. 우리 모두는 태초부터 가드너였어요. 마트에 초록 식물들을 많이 파는데 카트에 화분을 담고 지나가면 아이들이 그 초록 잎에서 눈을 떼지 못해요. 본능적으로 끌리는 거죠. 푸른 숲에 가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지고, 꽃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지 않나요.

▶▶He is…

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핀 충남 당진 합덕읍에 있는 시골집에서 1973년 태어났다. 약학과나 한의학과 진학을 고민했지만 원예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서울대 원예학과에 들어가 2000년 졸업했다. 그해 출판사에 입사해 맡은 책이 '한국의 귀화 식물'이었다. 꽃과 정원이 좋아 아내와 딸을 데리고 제주도로 떠나 여미지식물원(2006~2010년)에서 일하며 가드닝 실무를 익혔다. 체계적인 가드닝 수업을 받고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롱우드가든에서 1년간 정원사 양성 과정을 밟았다. 롱우드가든 후원으로 델라웨어대학원에서 대중원예를 전공했다. 2014년부터 에버랜드에서 가드너로 일하며 사계절 꽃 축제를 기획·디자인하고 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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