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몬, 눈높이..학습지 성인 회원 늘었다는데
매일 일정 시간 숙제를 해야 하고 틀린 문제가 있으면 매주 선생님이 체크해주면서 실력을 늘려주는 시스템이죠. 어린 시절 개인적인 기억을 떠올려보면 학습지가 꼭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매번 밀렸으니까요. 선생님 오시는 날이면 괜히 어디가 아픈 것 같고 다른 데 숨고 싶고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부끄러운 건 제 몫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어른들이 요즘 학습지로 공부를 한다는 겁니다. 한 지인의 포스팅에서는 영어 학습지를 하는 성인 회원 얘기가 올라왔던데요. 숙제 안 한 학생이 '왜 숙제를 안 했느냐?'는 학습지 선생님의 물음에 능글능글 갖은 핑계를 대며 넘기려는 대화글이 올라와 웃음을 자아냈답니다. '애나 어른이나 별 차이 없구나' 싶었지요. 그러면서 '그런데 진짜 성인 회원이 늘고 있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길로 교원 구몬에 바로 문의를 해봤습니다.
세상에나! 사실이었습니다.
2019년 2월 기준, 구몬학습 성인 회원 수는 무려 6만1000여 명에 달했습니다. 2017년 1월 대비 2019년 1월 구몬학습 전체 성인 회원 수는 약 2만명 증가, 신장률로 따지면 42.8%였지요. 어른들은 어떤 과목을 많이 들을까요. 교원 구몬 관계자는 "성인 회원들은 일본어를 가장 많이 학습하고 있다. 일본어를 학습하고 있는 성인 회원은 2만2000명으로 전체 성인 회원의 36%에 달한다"고 설명합니다. 2017년(1만 4000명) 대비해서도 57.1%(올해 2월 기준)나 늘었답니다.
성인 회원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뭘까요.
구몬 관계자는 "학원이나 개인과외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3만원대)으로 주 1회 방문 선생님의 1대1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본인 실력에 맞게 학습량과 난이도를 정하고, 매일 10~30분씩 꾸준히 공부하도록 도와주다 보니 직장 생활로 시간에 쫓기는 어른들이 출퇴근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실력에 맞춰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 일부 성인 회원에게 신청 계기를 물어봤습니다. 제각각이더군요.
학습지로 3년째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는 엄수정 씨(43)는 "처음 일본 여행 갔을 때 영어로는 의사소통이 잘 안 돼 불편했다. 적어도 쇼핑하고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만이라도 해보자 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일본 가서 비교적 복잡한 주문도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엄씨는 어린 시절에는 해야 해서 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자발적으로 하다 보니 학습효과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수학 과목을 배우고 있다는 30대 손 모씨 사연은 좀 더 독특합니다.
"사회로 나와 일을 시작하면 답이 정해지지 않은 일들을 겪곤 했는데, 수학 문제에는 답이 있어 문제를 풀면서 스트레스가 풀려요. 단계를 올라갈수록 성취감도 커 지속적으로 구몬수학을 하고 있어요."
학창 시절 수학 하면 현기증부터 났던 기자 입장에서는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더군요.
교원 구몬 관계자는 "취미활동으로 원하는 과목을 배우거나, 지적인 만족을 위해 외국어를 배우는 회원, 태교를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회원 등 다양한 동기를 가진 회원들이 많다. 이유는 다 다르지만 큰 부담 없고 자신의 수준과 시간에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습니다.
매경이코노미는 2년 전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와 손잡고 2013~2016년의 소비 패턴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요. 이때 눈길 끈 건 원격교육의 매출액 증가율이 1024%, 건단가(결제금액을 총 결제 횟수로 나눈 액수) 증가율도 27%에 달했다는 겁니다. 특히 원격교육 결제 비용은 전 세대에 걸쳐 증가세였습니다.
당시 연구소 관계자는 "진학 시험 준비 외에 다양한 언어, 자격증 시험, 인문학, 교양 강좌 등에 결제 비율이 높았는데 성인이 돼서도 공부를 계속해야 할 정도로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계속 교육에 돈을 쓴다는 건 현재의 불안함에 지갑을 연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가 봅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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