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아이들 '모둠일기' 쓰고, 학부모·선생님 댓글 다니.. '공감' 쌓였죠

이민종 기자 2019. 3. 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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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주철 화성반월초등학교 교감이 평교사로 근무하던 때 학생들과 환한 표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곽 교감은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아이들의 잠재력 향상과 교육, 나라 전체의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곽주철 교감 제공

곽주철 화성반월초 교감

서로 댓글 달며 공감대 형성

학습 성찰·학폭 예방효과도

매일 악수로 시작 악수로 마무리

아이들 사진 찍어 수시로 SNS

군것질·영화 함께 하며 추억…

학예회 카메오 출연 호응 100%

선생님은 결국 사랑 주는 사람

스승 존중하는 풍토가 곧 국격

지난 25일 오후 경기 화성시 효행로 화성반월초등학교. 교무실에서 만난 곽주철(47) 교감은 바빴던 일손을 잠시 놓고 책상 위에 놓인 명패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반짝반짝 검은 칠이 된 명패가 아니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교감 곽주철’이라고 쓰여 있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곽 교감의 환하게 웃는 사진이 합성돼 있다. 제자가 올 초 교감으로 승진한 그를 위해 만든 작품이다.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만든 기념패 성격이 있기도 하고 추억의 시간도 녹아 있으니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명패를 볼 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교감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곤 한다”며 “탈권위적이고 민주적인 학교 문화는 결국 아이들이 행복하고 민주적인 시민으로 자라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곽주철 교감의 인터뷰는 계기가 있었다. 그의 교육방침을 무한히 신뢰하게 된 학부모가 문화일보에 알려 왔다. “저희 아이 담임선생님이 너무나 열정적이시고 아이들을 사랑하신다”고 했다. 만나 보니 널리 알릴 뉴스밸류가 충만한 교육자였다. 곽 교감은 이 얘기를 듣고 사람 좋은 표정으로 웃더니 “학부모님들이 저를 잘 봐주신 듯하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곽 교감의 올해 교직경력은 20년 차. 교감 승진이 무척 빠른 편이다. 그동안 동분서주한 교육프로그램과 효과를 살펴보니 승진 ‘동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승진이 기쁨, 달콤함을 주기도 하지만 안이함, 권력 남용에 빠지지 않게 늘 각성해야 한다”며 “교감은 학교 교육의 ‘서번트’이고 교사에게 오히려 권한을 위임하면 교사 만족도와 자존감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아직은 출근하면 교실로 달려가 1교시 시작 전부터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곽 교감의 교사 생활은 여러모로 열정과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해서 얻은 독창적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승진 직전 재직했던 경기 화성시 병점3로의 안화초에서는 ‘우정만땅 희망 가득한 학교를 만들어요’라고 직접 만든 ‘학급 브랜드’로 아이들과 호흡했다. 긍정적인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 ‘모둠 배움일기’ 제도도 도입했다. 학급 이야기를 아이들이 쓰고 칭찬릴레이와 함께 부모들이 댓글을 달면 다시 곽 교감이 댓글을 달아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아이를 맡기고 불안해하기도, 궁금해하기도 하는 학부모들의 호응이 아주 컸다”고 했다. 학교폭력 예방은 물론, 가정과의 연계, 학습에 대한 성찰,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 어른의 관심과 격려가 함께 어우러지는 효과를 낳았다. 학부모였던 한 정부 기관장은 모둠 배움일기를 모티브로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도 했다.

아울러 매일 아침과 오후를 악수로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단체 인사도 없앴다. 교사와 학생은 상호 인격체라는 생각에서다. 지금도 아침이면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으며 “사랑합니다”란 인사로 업무를 시작한다. 학생들에게는 우리 반의 좋은 점 10가지를 써보라고 권유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수시로 아이들 사진을 찍어 SNS를 통해 가정과 공유해 학부모들에게 믿음을 줬다. ‘아침이야기’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며 발표와 질문을 하도록 했다. 교사가 진행하고 주도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이끄는 자율 학급회의다. 곽 교감은 “아이들이 묻고 답하고 다시 묻고 답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참여 중심 모델”이라며 “아이들 의견을 존중하게 되고 흥미 유발, 발표력 신장, 경청까지 가능한 결실을 거뒀다”고 말했다. 스스럼없이 아이들과 떡볶이를 사 먹고 영화 관람을 하는가 하면, 서점에 들러 책을 사주며 함께 걸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린 시절인 만큼 좋은 추억을 제공해야겠다는 마음의 실천이다.

“선생님들이 신학기가 되면 엄한 규율로 아이들을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창의성을 키우는 데 좋지 않다고 봅니다. 개학 첫날, 선생님이 살갑고 긍정적이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지난해 학예회 때는 같이 기획하고 카메오로 출연해 성대모사를 했더니 아이, 학부모, 교장 선생님, 동료들이 그렇게 즐거워하더라고요. 제가 성대모사를 해봐야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시청률 100%’의 몰입도를 보이더군요. 일체감을 느낀다고 할까요.”

재밌고 즐거운 선생님 상(像)을 구현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아이들의 이름과 특징을 일일이 붙인 ‘안화초를 빛낸 28명의 위인들’ 노래도 만들었다. 자기 이름이 나오면 더 즐겁고 신나게 불렀다.

안화초에서 ‘마지막 수업’을 한 후에는 ‘꿈을 꾸며 살아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라’ ‘자기 자신을 이겨야 한다’ ‘가족을 소중히 하라’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내용의 편지글을 띄웠다. 곽 교감이나 아이들 모두 아쉬운 감정이 북받쳐 껴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다.

“성장한 제자들이 찾아와 인사를 하면 선생님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과 선생님은 결국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저의 교육철학이기도 하고요.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도록 기르는 과정이 목표가 돼야 하죠. 앞으로 교감으로서,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며 사비를 털어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선생님들을 위하는 일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교사의 자존감을 세우고 스승을 존중하는 풍토가 곧 국격(國格)입니다. 교사를 믿고 학교가 좋은 곳이 되도록 사회가 나서 노력하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김연숙(62) 화성반월초교 교장은 “곽 교감은 늘 성찰하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기 위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했다.

화성 =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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