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 땅 멋대로 사고 팔고, 불법 재임대까지

김용태 2019. 3. 26.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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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10시쯤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간상리 공군전투기 사격훈련장 둔치.

국내 최대 규모의 공군 전투기 사격훈련장이 있는 이 일대는 일부 농민과 영농조합의 비리 복마전이 된 지 오래다.

사격훈련장 둔치는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상주시 중동면 일대 156만874㎡ 규모로, 국방부가 6ᆞ25전쟁 직후 국토부로부터 무상임대받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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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전투기 사격훈련장 부지

지역농민이 헐값 임대 후 불법 재임대

한 농민이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간상리 낙동강 둔치에 설치된 공군 전투기 사격장 입구에서 파종한 작물의 발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용태기자 kr8888@hankookilbo.com

지난 17일 오전 10시쯤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간상리 공군전투기 사격훈련장 둔치. 사격훈련이 없는 주말을 틈 타 농민 20여 명이 마 모종을 심고 있었다. 150마력 초대형 트랙터 2대와 파종기 1대가 굉음을 울리는 이곳에는 주말마다 농민들이 우엉과 양파 등 뿌리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땅 주인인 국토교통부의 허가 없이 이뤄지는 불법행위다.

농민 박모(60)씨는 “주말이면 사격훈련이 없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의 허가 없이 농사를 지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군 전투기 사격훈련장이 있는 이 일대는 일부 농민과 영농조합의 비리 복마전이 된 지 오래다. 농민은 비행안전구역 내 땅을 헐값에 임대 받아 영농조합에 불법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이들은 쌀 직불금과 농기계 보조금 등 거액의 정부보조금까지 별도로 챙기고 있어 이중으로 주머니를 챙기고 있다.

사격훈련장 둔치는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상주시 중동면 일대 156만874㎡ 규모로, 국방부가 6ᆞ25전쟁 직후 국토부로부터 무상임대받아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10여 년 전 소음공해를 호소하는 주민 민원에 따라 사격장 주변 농지 362만3,846㎡을 비행안전구역으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매입했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 일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헐값에 임대한 땅을 재임대하는 형식으로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상주시와 지역 농가 등에 따르면 2010년 전후로 상주지역 155 농가 중 50여 가구가 국방부로부터 비행안전구역의 땅을 1㎡당 연간 25원 안팎의 임대료에 빌린 뒤 S영농조합에 8배 정도인 200원에 불법 재임대했다.

상주전투기사격장 위치도. 그래픽=박구원 기자

불법 재임대를 받은 S영농조합은 2010년과 2011년 각각 100㏊와 135㏊의 사료작물을 재배해 2014년 여름 8,900만원 겨울 8,052만원 등 1억6,952억원의 사료 제조비를 보조금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이 법인은 또 사료작물 재배 실적을 앞세워 2012년 2월 트랙터 등 1억5,160만원 상당의 농기계 보조금을 받는 등 2012~2014년 3년 동안 3억4,000여 만원의 농기계 보조금을 타내 물의를 빚고 있다.

S법인은 지난해까지 동일 수법으로 모두 1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았고, 농가들도 같은 땅에 대해 쌀직불금을 받고 있다.

사격장 인근 100여 농가들도 국토부 소유의 사격장 부지에 음성적으로 우엉과 마, 양파 등 뿌리채소를 재배하며 불법 점용하다 최근 경북 안동과 구미, 경남 창원 등 외지의 기업형 영농법인들에게 3.3㎡ 당 최대 1만원의 권리금을 받고 넘기기도 했다.

주민과 영농법인이 국가 땅을 제 멋대로 사고 판 것은 국토부가 국방부에 사격장 부지를 무상임대하고 상주시에 관리권을 넘기면서 책임있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법 관행이 10년 가까이 진행됐는데도 상주시나 경북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어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직불금과 장비 보조금 부당수령 문제가 농가로부터 제기돼 농림부의 특별 감사가 예정돼 있다”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환원조치 등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상주=김용태기자 kr8888@hankookilbo.com(mailto:kr8888@hankookilbo.com)

구근류 채소를 전문으로 하는 한 영농법인이 경북 상주시 공군 사격장 내 둔치에서 '마'모종을 심고 있다. 김용태기자 kr88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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