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친구와 음악듣고 놀다보면.. 학교안에서도 스트레스 '훌훌'

이민종 기자 2019. 3. 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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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비즈니스고 재학생들이 교내에 설치된 ‘스트레스 프리존’에서 스트레스를 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 프리존은 올해도 서울 각급 학교에 6곳가량이 들어서며 지방으로도 확대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서울아동옹호센터 ‘스트레스 프리존’

심리안정 테스트 등 통해

스트레스 수치 스스로 진단

‘위험·주의·정상’ 결과따라

다양한 대처 방안 알려 줘

학교생활·학업·이성문제

확실히 풀어주는 힐링쉼터

서울 초·중·고 6곳에 조성

효과 커 전국에 확대 방침

서울 종로구 지봉로 창신초교 학생들은 학업이 힘들거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교내에 마련된 휴게 공간을 찾는다. 지난 2월 13일 마련된 ‘스트레스 프리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와 서울시가 교원그룹과 함께 조성한 공간이다. 아이들이 본인 스트레스 수치를 스스로 진단하고 해소할 수 있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장소다. 창신초의 한 재학생은 20일 “이곳에서 ‘심리안정 테스트’를 해보고 오늘 마음 상태가 어떤지 점검할 수 있다”며 “친구들과 운동하거나 놀이 활동을 하면 스트레스도 확 풀리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프리존에서는 음악을 듣는 것은 물론, ‘컬러테라피’ ‘향기테라피’를 할 수 있다. 교원그룹은 이곳에 언어학습용 태블릿 PC 10대와 교재, 전집세트를 기증해 학생들이 다양한 문학 전집을 읽고 외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정확한 스트레스 진단과 해소를 통해 아이들이 자존감이 높은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후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프리존은 창신초 외에도 성내중, 서울영상고, 경복비즈니스고, 경일고, 미림여고 등 3450여 명의 학생을 둔, 모두 6곳의 서울지역 초·중·고교에 들어섰다.

과도한 학업 부담, 경쟁적인 학교 환경, 강도가 높아지는 사교육, 이성, 가족 등의 문제로 고민이 많은 아동·청소년에게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제시해 체험하고 스스로 회복력과 대처 역량을 키울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의 스트레스 프리존 사업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추진 효과를 점검했더니, 이 공간을 이용한 학생 중 70% 이상이 정서지수(정서적 안정)와 스트레스 저항 능력인 항 스트레스 지수가 모두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동옹호센터와 서울시의 아동·청소년 대상 역점사업으로 떠오른 스트레스 프리존은 앞으로 초·중·고교별로 유형별 모델이 구축된다. 이를 통해 전국 학교로 확대할 방침이어서 스트레스 ‘해방공간’이자, 정신건강 회복을 꾀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동옹호센터에 따르면,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와 함께 스트레스 프리존을 구상한 것은 2016년부터다. 이듬해 3월부터 8개월간 중랑구의 신현중에서 193㎡ 크기의 공간을 조성해 시범사업 및 평가 과정을 거쳤다. 스트레스 인지 척도(PSS), 우울척도(CES-D)를 활용한 자가진단 프로그램 개발, 위험·주의·정상 등 진단 결과에 따른 올바른 스트레스 대처 방안 안내와 함께 이를 풀 수단으로 명상, 컬러테라피, 음악감상, 아로마테라피, 스트레칭 등을 할 수 있는 해소 공간을 개발했다.

이 결과, 스트레스 고위험군 선별 및 개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학생들의 스트레스 저항 능력을 높였다. 또 스트레스 프리존을 수업과 연계해 교내 스트레스 관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학생 자치 문화 활성화란 부수적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자신감을 얻은 서울아동옹호센터와 서울시는 서울 지역으로 확산키로 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지금까지 9억4000만 원을 투입해 6곳 학교에 스트레스 프리존을 설치했다. 서울은 다른 지역보다도 경쟁이 더 심한 특성상, 쉴 권리의 부재와 수면권 제약을 호소하는 학생이 많고 주관적 스트레스 지수도 매우 높다는 아동·청소년들의 호소와 의견을 십분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아동옹호센터는 사업 확산에 필요한 재원 확보, 청소년 의견 수렴을 통한 학교별 맞춤형 실시설계, 시공과 시공 비용을, 서울시는 대상 학교 선정과 행정 지원, 디자인 컨설팅 등과 함께 2억 원가량의 예산을 각각 지원했다. KB국민은행과 교원그룹은 각 6억 원, 1억4000만 원을 후원했다.

지금까지 사업 효과는 괄목할 만하다. 이전에 서울아동옹호센터가 직접 현장 설문을 통해 생생한 육성을 곁들여 제작한 동영상을 보면, 10대 아동·청소년들은 ‘고위험’ 상태였다. “학교는 따뜻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쉴 공간이 없어 교실에서 의자를 쌓아 놓고 누워 쉬곤 했어요”라는 토로는 스트레스에 짓눌린 학생들의 현주소를 짐작하게 한다. 이제 성적·진로, 교우관계, 외모, 단체생활, 건강문제 등으로 학교 공간을 ‘괴로움’ ‘갑갑함’ ‘폐쇄적’ ‘차가움’ ‘긴장감’ 등 어두운 요소로만 받아들이는 인식이 바뀔 가능성이 나타났다. 6곳의 학교 학생들은 스트레스 프리존을 접하고는 “10점 만점에 10점 만점의 만족 점수를 주고 싶다”고 추켜세웠다. 교사들도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이다” “기숙사형 학교라 학생들이 학교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데, 정말 필요한 공간이었다”고 하는 등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선미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주무관은 “효과가 좋아 올해도 6곳가량의 스트레스 프리존을 설치하는 방안을 4월 내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열린 강서구 ‘아동참여위원회 정책보고회’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생활, 교우관계, 학업 문제로 스트레스가 높아도 이를 풀 공간이 없는데 스트레스 프리존을 확대하면 학교생활 만족도가 상승하고 행복한 강서구를 만들게 될 것이다”란 제안이 나왔다. 이의선 서울아동옹호센터 대리는 “설치 학교 중 만족도가 높아 상담교사 상주공간까지 설치해 학생 고충과 스트레스를 연계, 해소하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며 “효과를 확인함에 따라 전국적인 확대에 관심 있는 후원업체가 나타나면 타 시·도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함께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홍장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회장은 “스트레스 프리존은 아동·청소년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 쉴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서울시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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