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나를 찾아 헤매온 길.. 마침내 여기 이르렀구나"

김인구 기자 2019. 3. 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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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윤후명
구효서
공지영

‘이상문학상’大賞 수상작가 22명 자전적 에세이 모아

윤후명·구효서·김영하 등

작품집 속‘문학 자서전’에

글쓰기의 내밀한 고백 토로

공지영 “글은 스승이자 연인”

구효서 “30년 꾸물대며 작업”

전업작가로 살아온 과정 담아

윤후명·구효서·김영하·공지영 등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어떻게 소설가가 됐을까.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집필하며 어떤 일상을 보낼까.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업의 비밀’이 공개된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해온 문학사상사는 역대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 22명의 에세이를 모은 ‘이상문학상 대상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사진)를 18일 펴냈다.

해마다 1월에 발표하는 이상문학상은 국내 독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문학상 중 하나다. 1977년 문학사상사가 처음 제정한 이래 43회 동안 주목할 만한 소설가들을 선정해왔다. 이청준, 박완서, 최인호, 이문열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예외 없이 이 상을 거쳐 갔다.

따라서 수상자 발표와 동시에 출간되는 작품집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필독서’ 같은 것이었다. 독자들은 수상작을 통해 동시대 문단의 흐름을 조망하고 수상소감을 통해 작가와 간접적으로 만났다.

이번 에세이는 작품집 속 ‘문학적 자서전’이라는 코너에 실렸던 작가의 고백을 모은 것이다. ‘문학적 자서전’은 1993년 제17회부터 신설됐는데 수상소감과 달리 작가 내면의 세심한 통찰까지 담아낸다는 점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공지영은 2011년 제35회 때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대상을 받았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는 역사 속에 반복되는 인간에 대한 폭력과 그걸 견뎌야 하는 개인의 고통을 그린 작품이다. 공지영은 ‘나의 치유자, 나의 연인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세 살 무렵 한글을 배운 일부터 연세대 시절 노동운동에 참여했다가 유치장 신세를 졌던 일화, 그리고 세 아이와 세 번의 이혼 동안 그를 엄습했던 생활의 낙인들을 매우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삶의 격랑 속에 7년간 글을 쓰지 못할 때가 있었다”며 “글은 내 스승이고 친구이며 고해신부이고 치유자이며 내 연인, 그리고 내 아이들이다”고 썼다.

구효서는 2017년 제41회 때 ‘풍경소리’로 대상을 받았다. ‘풍경소리’는 생각에 억압된 몸, 논리에 갇힌 감각을 되살리는 과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는 ‘꾸준히 꾸물거리다’에서 전업작가로 살아온 비결을 ‘유벽(猶癖)’에 비유했다. 유벽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서 그 이면의 세계까지 궁금해하며 일부러 시간 낭비를 하는 버릇을 말한다. 꾸물거리는 것이 허비가 아닌 생산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는 아직도 ‘9-6 삼천리’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오전 9시에 작업실로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뜻한다.

그는 “나같이 천성적으로 꾸물거리는 사람도 30년 넘게 무언가를 부지런히 만들려면 세상없어도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하는 2012년 제36회 때 ‘옥수수와 나’로 대상을 받았다. ‘옥수수와 나’는 닭들이 자신을 옥수수라고 여기고 쫓아오는 망상에 시달리는 소설가의 이야기다. 인간의 헛된 욕망으로 삶이 파괴되는 현실을 우화적 기법으로 풀어냈다. 김영하는 에세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단편인 ‘나쁜 버릇’을 통해 “제 손으로 글을 쓰는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후명은 1995년 제19회 때 ‘하얀 배’로 대상을 받았다. ‘하얀 배’는 자전적 색채의 여로형 소설이다. 윤후명은 ‘‘나’를 찾아 헤매 온 길’에서 처음엔 시를 쓰다가 한동안의 방황 끝에 소설을 쓰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나는 내 삶에 대해서 언제나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직한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며 “그리하여 나는 대답한다. 내 삶이여, 저 질풍노도와 자멸의 시절이 과연 너를 여기에 이르게 하였구나” 하고 썼다.

이 밖에도 신경숙의 ‘‘문학’은 생의 불빛’, 권여선의 ‘용서를 비는 글’, 김애란의 ‘카드놀이’, 손홍규의 ‘절망한 사람’ 등 작품 이면의 사연이 펼쳐져 있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인 권영민 문학평론가는 “이번 책은 아무도 묻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라도 말해주고 싶은 작가들의 이야기”라며 “이 진귀한 이야기 속에서 작가들이 얼마나 자신을 자기답게 위장하고 있는지를 헤아리는 독자 앞에서라면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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