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대법원 시영운수 통상임금 판결, 신의칙 기준 배제될 여지"

조재현 기자 2019. 3. 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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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임금상승→경제 부정적 영향"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기준, 경영 불확실성 키워" 우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19.3.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대법원 시영운수 판결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기준을 잘못 이해해 아예 배제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통한 임금상승은 수출 감소,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 등 우리 경제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경영계가 최근 대법원이 인천 시영운수와 관련한 통상임금 판결에서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재판부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만을 강조해 노사합의 파기를 용인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노사 간 자율적인 합의가 존재했다면 약속에 대한 신뢰를 인정하고 기존 노사 합의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세미나는 최근 대법원에서 시영운수 사건 등 통상임금 신의칙에 대한 판결이 본격적으로 선고되는 것과 관련해 법원의 판결 태도를 분석·검토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상임금 문제는 과거 정부 지침과 관행에 따른 노사 간의 자율적인 합의가 존재했다면 그 자체로 약속에 대한 신뢰를 인정하고 기존 노사 합의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경총 입장이다.

경총은 현재처럼 사법 분쟁에서 형식적 법적 논리로 판단되고, 더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형성된 새로운 신뢰를 깨트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원이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더 키우고 경영의 불확실성만 가중시키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근로자의 추가법정수당 청구는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해주는 신의칙에 위반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후 실제 소송에서의 적용을 놓고 하급심에서 많은 혼란이 있어 왔는데, 지난달 대법원에서는 신의칙 적용의 기준점이 될만한 판결이 있었다.

지난달 14일 대법원은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의 상고심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정도가 아니라면 통상임금 총액이 늘어난 것과 비례해 추가로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취지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게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19.3.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경총은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2013년 판결과 달리 임금협상을 둘러싼 제반 사정과 노사 관행을 감안하지 않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만을 신의칙의 중요한 적용기준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한 "시영운수 사건처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단기적인 회계 현상이나 외부로부터 충당되는 재원(세금)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의 경영성과는 기업 내부·외부의 경영환경과 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적인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단순한 회계장부나 재무제표에서 나타나는 단기 현상으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경총은 부연했다.

경총은 신의칙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결 태도가 계속된다면 소송당사자인 기업의 경영여건은 판결을 기점으로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통상임금 문제가 해당 기업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발제자로 나선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면 궁극적으로 '노사 모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신의칙이라는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영운수 판결에서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이 근로자에게만 전가될 수 있다는 논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 의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2번째 발제를 맡은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통한 임금상승 우려를 전하면서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현재 및 미래의 국내외 시장환경, 미래 경영전망, 장기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는 방법으로 폭넓게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향후 1년간 임금은 2.0~9.1%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수출금액은 8.7~75.3억 달러, 외국인 직접투자는 연간 2490만~9790만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에 나선 김준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대규모 고용을 지탱하고 있는 제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화 시대에 도입된 임금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오히려 과거의 틀을 견고히 하는 형태로 제도가 개선된다면 국내 제조업 기반은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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