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작은 아파트가 더 비싸다..주먹구구 정부 공시價

전범주,손동우 2019. 3. 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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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상승 상위 20곳
단지·동·층 모두 같은데
작은 면적 가격이 더 높아
시세 비슷하게 오른 곳이
공시가 상승률 3배 차이도
오른만큼 올린다던 정부에
"기준 공개하라" 목소리 커져
지난 한 해 동안 시가상승률이 50.8%에 달한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6가 보문파크뷰자이 전경. [매경DB]
# 서울 서초구 서초현대 102동 8××호(전용 53.01㎡)의 올해 공시가격 예상액은 5억9100만원이다. 그런데 같은 동, 같은 층인데 면적만 조금 더 넓은 8××호(전용 59.4㎡) 공시가격은 5억7900만원이다. 작년 공시가격은 전용 53.01㎡ 4억6500만원, 전용 59.4㎡가 5억5900만원이었다. 분명 작년만 해도 더 넓은 곳이 비쌌는데 올해 공시가격이 뜀박질하면서 면적이 작은 아파트 공시가격이 넓은 아파트를 추월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잠정안에 대해 '고무줄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통상 같은 단지, 같은 층 내에서 면적에 비례하는 공시가격이 역전됐다. 또 지난해 비슷한 시세와 시가 상승률을 보인 아파트들 사이에서도 상승률이 3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 사례도 수두룩하다. '가격이 오른 만큼 공시가도 올린다'는 게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원칙이었는데, 들쭉날쭉한 사례가 쏟아지면서 혼란과 불만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매일경제신문은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 20곳을 추려 올해 공시가격(잠정안)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 조사했다. 지난해 시세 상승률 상위 20위 안에 포함된 서울 아파트들의 올해 공시가격은 12.7%에서 41.1%까지 상승률 격차가 3배 넘게 벌어졌다. 이들 아파트 단지의 지난해 시세 상승률은 42.1~53.5%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서울 소재 300가구 이상 단지들 중 2017년 12월~2018년 12월 단지 시가총액 변동률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는 그간 '시세가 오른 만큼 올린다'는 공시가격 인상 방침과 '동일 시세, 동일 현실화율을 통한 공평한 조세 부담' 원칙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 사례에서 이런 원칙은 오락가락한 모습이 역력하다.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6가의 보문파크뷰자이는 전용 84㎡ 중간층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4억2600만원에서 올해 4억9400만원으로 16.0% 올랐다. 반면 용산구 산천동에 위치한 리버힐삼성은 전용 84㎡ 중간층의 지난해 공시가격이 4억3800만원에서 올해 5억7200만원으로 30.6% 올랐다. 부동산114 시세정보에 따르면 보문파크뷰자이 시가총액은 지난해 50.8%, 용산 리버힐삼성은 47.8% 상승해 큰 차이가 없었다.

실거래 가격으로 봐도 차이가 없다. 보문파크뷰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1월 7억2000만원부터 시작해 8월에는 9억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용산 리버힐삼성은 1월 7억1700만원부터 시작해 8월 9억3000만원까지 거래됐다. 현재 호가로 나와 있는 전용 84㎡ 매물도 10억원 선으로 비슷하다. 상승률과 가격이 거의 비슷했음에도 공시가 상승률은 2배로 차이가 난 것이다.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리가와 마포구 신공덕동 펜트라우스도 2010년대 초반 입주해 400여 가구로 비슷한 규모 아파트지만, 시세 차이보다 공시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 사례다. 부동산114는 이수역리가의 지난해 시가총액 상승률은 46.4%, 펜트라우스는 42.2%로 비슷하게 산정했다. 하지만 올해 84㎡ 중간층의 공시지가는 이수역리가가 27.8%, 펜트라우스는 15.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시세 산정 업무를 담당하는 감정원 측은 "같은 서울이라도 용산구와 성북구 보문동 아파트를 단순히 시세와 공시지가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적·부동산 유형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유사하면 세부담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강조해 온 건 국토부와 감정원 측이었다.

지난 1월 국토부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울산 남구 소재 5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4억2000만원이고, 마포구 연남동 소재 15억원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3억8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같은 시세를 반영해 공시가격이 적용돼야 조세부담이 공평하다는 논리와 상통한다.

감정원 관계자는 "지역과 상관없이 실제 가격이 비슷하고 또 비슷하게 올랐다면 공시가격도 같은 수준에서 책정돼야 한다는 생각도 일면 타당할 수 있다"며 "향후 이의신청 과정에서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황당한 것은 상식적으로 같은 단지 내에서 면적과 비례해야 할 공시가가 앞서 서초 현대아파트 외에도 역전되는 기현상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문배동 용산아크로타워 102동에 위치한 전용 84.97㎡(30층)의 올해 공시가격 예상액은 6억8500만원인 반면 101동에 위치한 126.3㎡ 공시 가격은 6억8100만원에 그쳤다.

해당 아파트의 작년 공시가격은 전용 84.97㎡가 5억1600만원, 126.3㎡가 5억8800만원으로 중대형 공시가격이 비쌌다. 올해 84.97㎡는 32.75% 치솟은 반면에 126.3㎡는 상승률이 15.81%에 그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기준이 대체 무엇이냐"는 불만과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작년 이맘때 정부가 강남 지역의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을 발표할 때도 산정 과정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세금이 30~40%씩 뛰는데 납득할 만한 산정 과정을 설명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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