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가자! 공기 여행..미세먼지 탈출기

2019. 3. 13. 20: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강도 무리 가운데 한 사람은 아주 잠깐만이라도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어서 탈옥을 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알랭 코르뱅이 묘사한 18세기 유럽 수감자들처럼 감옥의 썩은 냄새에 버금가는 '미세먼지 감옥'에 갇힌 대한민국 사람들도 신선한 공기를 갈망하며 아우성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선 유모차 전용 공기청정기를 사거나 만들고, 미세먼지가 심해 눈이 따가운 날엔 물안경과 식염수를 활용한 안구 세척법을 따라 한다.

그래서 〈ESC〉는 신선한 공기를 찾아 '공기 여행'을 떠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커버스토리/여행&공기
실시간 미세먼지 앱 여는 엄마들
봄 여행지 정하기도 두려워
여행마저 발목 잡는 미세먼지
지리산 공기로 캔 만드는 마을 등
맑은 공기 찾아 떠나는 여행 추천
서울 마곡동 서울식물원 온실 안 풍경.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강도 무리 가운데 한 사람은 아주 잠깐만이라도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어서 탈옥을 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런가 하면 참수형을 당하기 위해 독방에서 나온 슈트루엔제(1737~1772) 백작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외쳤다고 전해진다.’(<악취와 향기>, 알랭 코르뱅 지음)

어느덧 인간들이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먼지가 많아서 킁킁, 오랜만에 공기가 맑아서 킁킁. 지난해 11월 서울에 사는 한 맘 카페 회원은 실시간 미세먼지 지수 앱 ‘미세미세’ 화면을 캡처해 게시판에 올렸다. 화면에서 방독면을 쓴 얼굴로 ‘절대 나가지 마세요!!!’라고 경고한 곳은 백령도(인천 옹진군 백령면). 미세먼지 지수는 422㎍/㎥, ‘최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세먼지 기준에 따르면 151㎍/㎥ 만 되도 ‘최악’ 수준이다.

그날 한 친구는 어린이집에 다녀온 세 살배기 딸이 저녁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코피를 흘렸다고 했다.

알랭 코르뱅이 묘사한 18세기 유럽 수감자들처럼 감옥의 썩은 냄새에 버금가는 ‘미세먼지 감옥’에 갇힌 대한민국 사람들도 신선한 공기를 갈망하며 아우성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선 유모차 전용 공기청정기를 사거나 만들고, 미세먼지가 심해 눈이 따가운 날엔 물안경과 식염수를 활용한 안구 세척법을 따라 한다.

매일매일 날씨보다 미세먼지 지수를 먼저 확인하고, 아주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을 다잡던 사람들이 이젠 너무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면 감기 때문인지 미세먼지 탓인지 헷갈리지만, 마스크를 생필품으로 받아들이는 덴 거리낌이 없다. 숨 막히는 일상을 벗어나려는 순간, 미세먼지는 더욱 사악해진다. 주말 여행지를 고르기 전 나갈지 말지부터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어렵게 고른 여행지를 미세먼지가 습격해 여행을 망쳐버린다.

지리산 의신마을로 가는 길. 김선식 기자.

여행은 본디 바람 쐬러 가는 행위다. 풍경을 감상하고 각종 체험과 식도락을 즐기는 행위 모두 도시와 자연의 공기를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본디 그런 것이기에, 여행을 ‘공기 여행’이라 부르는 건 어색한 일이다. 한국인들이 보통 ‘식사’를 ‘밥 식사’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세먼지는 그런 여행의 근본도 흔들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수도권과 충청도 일대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역대 최장 연속(7일) 발령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매일매일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 그렇다고 주말마다 “놀러 가자” 조르는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딴청을 피우는 ‘냉담한 아빠’가 되고 싶지 않은 게 부모 마음이다. 도대체 미세먼지 가득한 한반도에서 갈 만한 여행지는 어디일까?

그래서 〈ESC〉는 신선한 공기를 찾아 ‘공기 여행’을 떠났다. 마을 주민들이 열이면 열, “공기 좋고 물 좋은 마을”이라고 자랑하는 마을이자 지리산 맑은 공기를 담은 ‘공기 캔’을 만드는 마을, 경남 하동 의신마을을 누비며 들숨과 날숨에 집중했다. ‘이래도 나갈 텐가’ 으름장 놓는 미세먼지를 뚫고 ‘바깥 공기’를 찾아 실내 식물원과 식물원 카페 안으로 향했다. 갓 베어낸 듯한 풀 향, 어질어질한 꽃 향 나는 ‘공기 여행’에서 문득 깨달았다. 운동, 하면 숨쉬기 운동이요, 여행, 하면 ‘공기 여행’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공기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하층부를 구성하는 무색, 무취의 투명한 기체. 주성분은 약 1 대 4 비율로 혼합된 산소와 질소. 그 밖에 소량의 아르곤·헬륨 따위의 불활성 가스와 이산화탄소가 포함돼 있음. 최근 초미세먼지·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먼지를 피하는 방법’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음.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