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
ㆍ정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계획…모바일 직불시장 활성화 기대
말 그대로 ‘8전9기’다. 20년간 8번의 연장을 거듭하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이 올해 말 9번째 연장에 들어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여의 25%를 넘을 경우 카드 사용액의 15%를 2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소득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다. 직장인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보니, 1999년 도입 후 20년간 제도가 연장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제도가 폐지되지는 않아도 소득공제율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4일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선 축소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말 일몰을 앞두고 기재부의 고위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과세·감면제도 종합 검토키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자영업자의 과표를 양성화해 탈세를 막고 신용카드 사용을 늘려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현금거래로 탈세가 심했지만, 지금은 현금영수증과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도입 취지가 달성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199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28.4%였지만, 2015년에는 19.8%까지 축소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또 다른 효과는 연말정산 환급을 통해 근로소득자에게 상당한 액수의 세금감면 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2018년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근로소득공제 234조9346억원 중 161조9057억원(68.9%)이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해당한다. 근로소득자가 연말정산으로 돌려받는 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나가는 조세지출액은 2017년 기준 1조8537억원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통해 1조8537억원의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따라 공제액도 커져 고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조세특례 심층평가 결과’ 보고서를 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는 총급여액 2억~3억원 구간에서는 80만원이었다. 하지만 총급여액 1500만~2000만원 구간은 11만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제율을 줄이거나, 고소득층의 공제율만 축소하는 등 다양한 축소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직장인의 반발이 거센 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지난 3월 5일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 결과 하루 새 3000여명이 서명을 했다. 김선택 연맹회장은 “공제 축소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증세를 하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공정한 과세,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사용된다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침은 금융당국과 여당이 추진하는 모바일 직불결제 시장 활성화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축소하되, 직불카드나 제로페이 등 소상공인 페이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다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소액후불결제 허용 등 제로페이의 약점으로 꼽힌 부분을 해소하는 내용의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기재부와 국회는 지난해 말 세제혜택법안을 통해 제로페이에 소득공제율 40%를 적용해 주기로 했다.
그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변화를 보면 정부가 원하는 정책 방향에 맞춰 혜택을 조정해온 측면이 적지 않다. 가맹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직불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직불카드의 공제율을 신용카드보다 확대하고, 전통시장과 문화생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제액 한도를 늘리기도 했다. 세금이 다른 정책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일부 활용된 셈이다.
제로페이 소득공제율 40% 적용
금융당국과 여당은 신용카드 중심의 결제 체제를 모바일 직불결제 체제로 바꾸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외상결제이다 보니 가계부채가 늘고, 각종 수수료가 붙는 고비용 결제시스템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실제로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마스터 같은 국제 카드사에 지급한 국내 카드사들의 수수료는 25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비자·마스터는 국내 사용 분담금 명목으로 국내 카드사로부터 결제금액에 대해 0.04%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비자·마스터 로고가 찍힌 카드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부당한 국부유출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은 국제 브랜드 카드 이용 개선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미국과의 통상분쟁 조짐 때문에 막힌 상태다. 이런 고비용 구조는 가맹점 등으로 전가돼 해마다 카드 수수료 논란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과 여당은 이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모바일 직불결제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정부가 모바일 직불결제시 세제혜택을 통해 소비자의 이동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입장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결제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만 전통시장이나 직불카드 이용시 신용카드보다 더 많은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함에도 시장에 정착하지 못한 이유를 되짚어야 한다”며 “결제 습관을 바꾸려면 편의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향후 국내 결제시장에 다양한 변화가 생길 것 같아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정부 기대만큼 간편결제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신용카드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성 경제부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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