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감조치'에 올인..근본 대책 빠진 '미세먼지 재난'

“서울은 그동안 여러 차례 (비상저감조치를) 했기 때문에 경험과 의지가 있지만,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의지나 법제가 부족한 것 같다.”(조명래 환경부장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때마다 민원전화가 빗발친다. 중앙정부는 인력과 조직이 있지만 지자체는 1∼2명이 단속, 점검, 결과보고, 민원응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충청지역 지자체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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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5일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해 나타내는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한 오전 9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 상황. 중국과 한반도 부분은 초미세먼지로 붉게 표시됐지만 동해와 일본 쪽 대기는 깨끗하게 표시되고 있다. 제주는 이날 비상저감조치를 사상 처음으로 시행했다. 연합뉴스 |
그러나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라며 매달리는 비상저감조치에 대해 이를 집행하는 지자체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놔두고 효과가 미미한 비상저감조치에 너무 많은 행정력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특단도 좋지만 근본대책부터”
실제 정부의 미세먼지 예상 항목을 들여다보면 비상저감조치에 선행돼야 함에도 지지부진한 사업이 적잖다. 건설기계 매연저감장치(DPF) 부착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민간 공사장도 조업시간을 줄이거나 조정해야 한다. 공사장 날림먼지와 건설기계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해서다.

비상저감조치 때 발이 묶이는 노후 경유차도 마찬가지다. 올해 조기폐차 지원금이 크게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신차 구매 여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DPF 부착이 대안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은 전체 노후 경유차(266만대)의 0.5%에 불과한 1만4000여대분만 잡혀 있다.
이날 오전 환경부장관 주재로 열린 시·도 긴급점검회의에서도 근본처방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항만을 끼고 있는 인천은 노후 선박 등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상당하지만, 미세먼지 특별법에는 항만·선박부문 대책이 없다.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해 발의돼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충남은 일시적인 노후 화력 셧다운·출력제한을 넘어 조기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는 비상저감조치 효과가 ‘깜깜이’란 지적에 차량 운행 등 주요 실적을 취합해 배출량 저감 효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보호조치도 충분한지 의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국민 불안을 잠재울 구체적인 행동은 마련하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 발생 시 건강수칙으로 민감계층의 경우 예보를 확인하고, 외출을 자제하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존 질환을 꾸준히 치료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또 실내 행동요령으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을 때 가급적 환기를 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요리를 할 때 환풍기를 작동하라는 내용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구체적인 시민행동요령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35㎍/㎥일 때와 100㎍/㎥일 때가 다른 만큼 과도한 공포를 심어주기보다는 검증된 건강보호 방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공동대표는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어느 정도 농도에서 얼마 정도의 시간까지 어떤 영향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노출이 가능한지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마스크 지급, 공기청정기 등 실내공기질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며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영향, 질환 예방 방안 등을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지로·이진경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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