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기어의 설악산 하이킹
명절을 핑계로 빈둥빈둥, 눈이 오지 않음을 핑계로 빈둥빈둥, 겨우내 움츠리고 나태해진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산, 바로 설악산이다.
산행은 경쟁이 아니다
이번에는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대청봉에 오를 수 있는 오색등산로를 시작으로 소청대피소에서 멋진 일몰을 감상하며 1박을 한 뒤 빠르게 백담사로 하산하는 코스다. 오랜만에 설악산을 만날 생각에 새벽같이 동서울터미널로 향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를 타면 오색과 한계령 들머리 바로 앞에 내려준다. 이보다 쉬운 길 찾기가 어디 있을까?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이다. 나 역시 동서울터미널에서 오색 등산로 행 티켓을 끊고 버스에 올랐다.
평온한 마음도 잠시, 급경사가 이어지고 골바람이 차갑게 내리쳤다. 딸기처럼 빨개진 볼도, 쉴 새 없이 흐르는 콧물도 산행 열정을 꺾지 못했다.
사실 오늘 산행은 비밀로 진행했다. 오랜만에 산행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산행 시간보다 더 걸리면 조금 부끄러울 것 같아 특급 비밀 작전을 벌이고 온 것이다.
가쁜 숨을 내쉬며 계단을 오르니 나무 사이로 시원한 능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고목 숲으로 들어가자 대청봉이 500m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야호! 트위스트 스탭을 밟으며 대청봉으로 향했다.
두 번째 미션, 소청대피소 일몰을 향해 또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눈앞에 광활한 산맥들과 설악산의 명성에 걸맞은 봉우리들이 솟아있다. 위풍당당 솟은 모양새를 보니 아마도 그 봉우리들은 자기들이 멋진 줄 아는 녀석들이다.
소청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은 꼭꼭 숨겨진 요새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길게만 느껴지던 내리막 끝에 소청대피소 지붕이 나타났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대피소 도착 후 짐을 풀었다. 일몰을 보기 위해 서둘러 취사도구를 챙겼다. 오늘 준비한 음식은 훈제오리고기와 냉동 볶음밥이다. 쓰레기와 잔반을 생각해서 준비한 메뉴인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앞으로도 자주 준비할 예정이다.
식사와 정리를 깔끔하게 마치고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자 밖으로 나왔다. 예전에는 취사장 앞에서 일몰을 볼 수 있었는데, 새로 만든 화장실이 지는 해의 모습을 가렸다. 나는 기어이 일몰을 보기 위해 화장실 뒤편으로 들어갔다.
과거 대피소 산행을 했을 때 몹시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따듯하게 잠들기 위해 침낭과 에어매트를 야무지게 준비했는데 소청대피소는 집보다 더 따뜻했다. 한적한 대피소에서 산행의 피로를 풀며 잠이 들었다.
새벽녘, 기상을 알리는 안내방송 소리에 잠에서 깼다. 늦장을 부리고 싶었지만 갈 길이 멀었다. 물티슈 한 장으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누룽지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후 짐을 챙겨 하산했다.
백담사를 향해 하산하는 길은 지루하리만큼 길었다. 내려가는 중간엔 봉정암, 오세암, 영시암 등 절이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하산하는 내내 스님을 많이 만나 인사를 나눴다. 또 그 때문인지 계곡 중간중간 밀짚모자 쓴 스님 뒷모습과 똑 닮은 돌탑이 눈에 들어왔다. 돌탑을 보고 나도 자그마한 돌을 하나 집었다. 탑 위에 조용히 얹으며 2019년을 맞아 나, 가족, 지인의 평안함을 기원했다.
고급호텔 조식 부럽지 않은 우아한 점심을 먹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이어지던 하산 길은 백담탐방안내소를 만나면서 막을 내렸다. 언제쯤 하산이 끝날까 하는 조바심 나던 마음은 이내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역시 여자의 마음은 갈대다.
처음 산행을 시작했을 때는 교통편과 코스를 알아보는 것이 어려웠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모임이나 단체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시끌벅적한 모임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서 그 또한 어려움이 있었다.
정보 검색이 어려워 속앓이를 한다면 영등포구청과 종로5가의 아웃도어 장비 매장 마이기어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초보산행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
김혜연 / shin025@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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