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60kg 바벨 번쩍, 단백질 원샷.. 그녀들의 취미는 근육 키우기

이혜운 기자 2019. 3.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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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중독 여성도 많아졌다
PT 받는 여성 80% 高중량 운동하는 추세
"무거운 바벨 들고나면 스트레스 풀리는 느낌"
미스코리아 관심 줄고 머슬 대회 입상자들 바로 스타로 떠올라

#1.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 정모(35)씨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헬스장에 간다. 운동 일정은 30분 정도 스트레칭 후 1시간 정도 근육 운동하기. 대표적인 고(高)중량 운동인 데드리프트(deadlift)는 40~100㎏. 스쿼트(squat)는 한 발을 들고 하루 100개씩 한다. 중량을 들기 위해 도움을 주는 손목 스트랩도 착용한다. 운동 중에는 근육의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을 주는 bcaa(아미노산 종류)를 먹고, 끝나고 나선 근손실을 막기 위해 30분 내로 단백질 파우더를 먹는다. 정씨의 신체 지수는 164㎝의 키에 몸무게 48.5㎏, 체지방량 10.1㎏, 체지방률 20.9%. 배에 왕(王)자가 선명한 그녀는 "하루라도 근육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둥하다"며 "지금 헬스 6년 차인데 10년 차가 되는 해 머슬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2. 지난 26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의 한 헬스장. 고중량 운동 기기 '파워렉'과 '스미스머신'에서 바벨 운동을 하는 셋 중 한 명은 여성이었다. 언뜻 봐서는 표준 체형 여성보다 말라 보이지만 분홍색 허리 벨트와 스트랩을 착용하고는 웬만한 남성들보다 더 많은 무게를 들어 올렸다. 19년 차인 김진석(40) 까르페디엠휘트니스 헬스트레이너는 "5년 전부터 무조건 마른 몸매보다 탄력 있는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웨이트 3대 운동인 데드리프트·스쿼트·벤치프레스를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개인 지도(PT)를 받는 여성 중 80%가 중량 운동을 하고, 그중 30%가 50㎏ 이상의 바벨을 드는 고중량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모델 한혜진이 70㎏의 무게로 ‘데드리프트’ 운동을 하는 모습. /한혜진 인스타그램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 풀릴 때가 무게를 들 때다."

모델 한혜진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이 말에 공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헬스장에서 각종 보호 장비를 차고 보조제를 먹으며 무거운 중량을 들 때 희열을 느끼는 '머슬 중독녀'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데드리프트' '#스쿼트' 등으로 검색해도 사진의 80% 이상이 여성이다. 데드리프트는 바닥에 놓인 바벨을 잡고 엉덩이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운동, 스쿼트는 허벅지가 바닥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운동이다. 전신운동이지만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발달시켜 서구형 체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인 중 '머슬 중독녀'들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2014년. 머슬마니아 국제 대회에서 유승옥씨가 동양인 최초로 5위 안에 들며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부터다. 이전까지 머슬 대회는 일부 마니아만 참가했으나, 이후부터 모델이나 연예인 지망생,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 대회에서는 62세 여성 장래오씨가 여성 피지크(일반인) 부문 3위에 입상하면서 고중량 운동 연령대를 높였다. 연예계 관계자는 "미스코리아나 미스 춘향 등 미인 대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줄어든 반면 머슬 대회 입상자들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며 "윤다연, 김한솔 등 머슬 대회 우승자는 스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의 '헬스타그램' 열풍도 고중량 운동 열풍에 불을 지폈다. "데드리프트 잘하는 여자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끝내준다"고 말한 방송인 허지웅씨의 표현처럼 데드리프트를 하는 여성의 뒷모습이 섹시하다고 느끼는 남성들도 늘어났다. 몸매 좋기로 유명한 가수 소유 등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고중량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이런 인식을 높였다.

또한 과거보다 탈아시안 몸매, 즉 서구형 몸매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 헬스 보조제나 장비 등을 직구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열풍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피트니스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헬스용품들도 화사해지고 있다. 스포츠웨어 아디다스는 지난해 코럴(산호)색과 오렌지색 중 고를 수 있는 헬스 장갑을 출시했다. 뉴발란스도 분홍색 헬스 장갑을 판매 중이다. 중량 운동에 도움을 주는 여성용 보라색 허리 벨트를 수입해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중량 근육 운동을 하면 근육 감각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잊게 될 뿐만 아니라, 빠른 시간 내에 만족감을 경험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며 "생리적으로는 세로토닌, 엔도르핀 같은 물질이 분비돼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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