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서 미래찾은 캐나다 유학파.."곤충산업은 거대 블루오션"
산나물 농장에 체험장 접목
관광객 '북적' 핫플레이스로
잘나가던 브랜드 디자이너
아버지 토마토농장 새 디자인
전국에 입소문..단골만 6천명
◆ 청년이 미래다 / 청년부농 5인의 창업기 ② ◆
◆ 유치원 교사 하다 귀농한 이소희 씨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터마을에 살고 있는 이소희 소담 대표(29)는 귀농 5년 차 농부다. 이 대표는 요즘 농번기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국청년여성농업인단체(청여농) 회장인 자신에게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이후 서울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다가 부모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왔다. 부모는 결혼도 안 한 딸이 시골로 내려온다고 하자 반대했다. 이 대표는 "생산과 판매, 관광을 합친 6차 산업의 부가가치를 키우겠다"고 설득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농장 한편에 체험장을 만들었고, 가족 단위 체험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마을은 연간 5000명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주민 100여 명이던 마을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부모님과 함께 3만9600㎡의 농장에서 산나물을 재배하고 산나물 브랜드 '소담'을 출시하며 온라인 마케팅으로 판매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소득이 3억5000만원에 달했고, 지역 주민들도 매출이 늘어났다.
◆ 캐나다 유학파 굼벵이 농부 여진혁 씨
충북 옥천군 동이면 세산리에서 곤충 사육을 하고 있는 '여가벅스 굼벵이 농장' 여진혁 대표(36). 여 대표는 3년 전 이 마을로 귀농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유학파다. 귀농은 유학 시절 만난 부인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여 대표는 "2013년 귀국 후 농촌을 좋아했던 아내가 귀농을 제안했다"며 "도시보다 자연과 흙을 곁에 둔 농촌에서 더 큰 미래가 열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귀농 전 1년간 사전 준비를 착실히 했다.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 교육을 받고 한국농식품직업전문학교에서 버섯과 곤충 관련 기술도 배웠다.
그는 틈날 때마다 전국 각지를 찾았다. 그렇게 찾은 곳이 지금의 석화리 마을이다. 토지 3000여㎡를 구입하고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를 키우기로 했다. 특히 사육시설 4개동을 온습도, 환기 등을 원격·자동 관리하는 '스마트팜' 시설로 지었다. 곤충 발효 톱밥까지 직접 만들었고, 월 50만마리(100㎏)의 굼벵이를 생산했다. 진액과 환, 농축액, 분말 등을 가공해 국내 제약회사에 납품했다. 올해 연 매출이 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여 대표는 "곤충 관련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며 "식용·약용 곤충산업을 대중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 브랜드디자이너 접고 귀농 원승현 씨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서 유기농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원승현 그래도팜 대표(37)는 2015년 고향으로 귀농했다. 홍익대를 졸업한 그는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만큼 잘나갔던 브랜드디자이너였다. 귀농을 결심한 건 아버지가 재배한 방울토마토 때문이었다. 유기농 토마토에 디자인을 입히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귀농과 함께 아버지가 30여 년간 일군 농장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먼저 브랜드 네이밍부터 시작했다. 수년간 '원농원'이라 불리던 6600㎡ 규모의 토마토 농장을 '그래도팜'으로 바꿨다. 농장에서 생산하는 방울토마토도 '기토'로 브랜드화했다. "맛이 기똥차다" "식감이 기가 막히다"는 소비자들 반응에서 착안했다.
원 대표는 기토의 유기농 재배 과정 등을 담은 팸플릿을 함께 배송하고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셰프를 모셔다가 '팜파티' 개념의 기획 이벤트를 열었다. 토마토를 활용한 샐러드와 냉수프, 셔벗, 파스타를 선보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단골을 6000명이나 확보했다. 연 매출이 2억4000만원까지 증가했다.
원 대표는 자신을 '브랜드 파머'라고 소개했다. 그가 만든 새로운 말인데, "낮에는 농사에 집중하고 밤에는 브랜딩을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밝혔다.
◆ 연구원 접고 딸기 키우는 여찬혁 씨
여찬혁 씨(41)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용포리에서 3년째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1254㎡ 하우스에서 재배한 딸기로 지난해 3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5000만원까지 기대하고 있다.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여씨는 전북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14년 동안 대기업 자회사와 중소기업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제2의 진로를 고민하다 딸기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여씨에겐 아내와 자녀 3명이 있다. 여씨는 "처음 창업농을 선택하자 아내가 걱정을 했지만, 제 의지가 강하니까 나중엔 지원자가 됐다"고 말했다. 여씨는 6개월 동안 창농 팜셰어(Farm Share)에 지원해 창업농 교육을 받았다. 여씨는 2017년 1월 땅을 매입하고 딸기 농사에 뛰어들었다. 수확철인 겨울에는 새벽 4~5시 일어나 5시간 정도 딸기를 수확했다. 제품을 분류하고 값을 정해 오전 중 화성시와 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에 보냈다.
여씨는 자녀 교육에 대해 "자연과 동화되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느냐"고 말했다. 여씨는 "농업은 농법이나 마케팅, 판로 등을 어떻게 개척하느냐에 따라 성공 확률이 달라지는 창의적 활동"이라면서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창업농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 엔지니어 꿈꿨던 '멜론지기' 박태우 씨
박태우 팜앤팜 대표(34)는 경남 의령에서 멜론 농사를 짓고 있는 8년 차 농업인이다. 2011년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귀농했다. 원래는 그도 어머니 혼자서 힘들게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서 '농사는 고되고 돈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상대 전자과에 진학해 엔지니어로 취업하려 했다. 그를 농촌으로 불러들인 건 전역 후 읽은 한 권의 책이었다. 요시다 다로의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다. 쿠바 아바나가 미국의 봉쇄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 농업혁명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간 과정을 담고 있다.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배우기 위해 농대로 전과했고 졸업 후인 2011년 여름 의령으로 내려와 멜론 농사를 시작했다. 멜론 농사에 전문 지식을 가진 농업인들을 쫓아다니며 조언을 구했고 농업센터를 찾아 기술을 익혔다. 페이스북과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직거래 판로를 뚫었고 제품의 60% 이상을 직거래로만 팔았다. 연 매출은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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