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은 나는데 이유는 몰랐던 ESS.."원인 나왔다"

손병산 2019. 2. 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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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할 때 빼쓰는 '전기 저수지'를 에너지 저장장치 ESS라고 합니다.

공장은 물론이고 백화점, 병원 같은 다중 이용시설에도 설치돼 있는데 최근 1년 반 사이 이 ESS에서 화재가 21건이나 발생했습니다.

대체 화재 원인이 뭔지 MBC가 정부 회의 보고서 또 국립 과학수사 연구원 감정서를 확인해봤더니, 유독 우리나라에 설치된 ESS에 화재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손병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남 영암 풍력발전소의 ESS에서 불이 난 영상입니다.

작업자들 뒤편에서 원인 모를 불꽃이 터지고, 연이은 폭발에 놀란 사람들이 황급히 대피합니다.

불이 난 건물은 1분만에 시커먼 연기에 휩싸였습니다.

[화재 목격자] "아니 헬기를 왜 안 띄우지. 저거(풍력발전기) 때문에 안 되나."

의문의 화재는 새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울산의 한 가스공장 ESS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이 공장은 액체산소와 질소를 생산하는 곳이어서 하마터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지금까지 ESS에서 화재가 발생한 곳은 모두 21곳.

올 들어서도 경남 양산과 전남 완도, 전북 장수와 울산 등지에서 ESS가 잇따라 불에 탔습니다.

[조영진/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연구실장] "화재가 발생하면 배터리를 포함하여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설비가 모두 불에 타버리기 때문에…"

배터리들이 차례로 잿더미로 변하는 이유가 뭘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기술평가원'이 ESS 화재와 관련해 작성한 회의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ESS 화재의 직접 원인은 '서지' 즉 전기적 충격현상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충격이 배터리 내부의 온도를 185도 이상으로 치솟게 하는 '열폭주'를 유발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그러나 '서지' 현상은 휴대폰 배터리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화재의 근본 원인은 서지가 왔을 때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데 있다고 말합니다.

[최기영/한빛안전기술단 연구소장]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걸로 인해서 발생하는 허용 전류나 전지에서 발생하는 열을 체크할 수 있어요."

배터리 자체보다는 운용 시스템이 문제라는 겁니다.

보고서는 20건의 ESS 화재 중 7건이 운용 시스템의 오작동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배터리의 온도가 급상승할 때 이상을 경고해 주거나 유사시 전원을 차단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똑같은 배터리가 해외에서는 비슷한 화재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정석환/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우리는 비행기를 만드는데 자동차 만들 듯이 지금 규정을 가지고 만든 거에요. 그러다보니까 사고가 나는 거죠."

문제는 이런 ESS가 도심 한복판에도 많다는 겁니다.

서울에만 42곳이 있고 백화점과 대학, 병원 등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다중시설도 들어 있습니다.

지난주 산업부는 차관이 서울 시내의 백화점에 설치된 ESS를 현장 방문해, 화재가 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규환/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 "실적 위주로 하다보니까 이런 현상이 계속 일어나는데 이러다가 큰 인명피해가 일어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정부는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곳의 ESS는 가동중단을 요청해 현재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지만, 배터리를 이용한 ESS는 제대로 된 규정도 없이 운용돼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MBC뉴스 손병산입니다.

손병산 기자 (sa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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