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06] Was anyone with him in the car?

이미도 외화 번역가 2019. 2.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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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국영화연구소는 ‘영화 속 영웅 50인’을 선정했습니다. 1위는 애티커스 핀치. 그는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각색한 영화 ‘앨라배마 이야기’의 백인 변호사로, 백인 여성을 겁탈하려 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 청년을 돕습니다. 이 연구소가 ‘영웅 50인’을 새로 뽑는다면 순위에 들 만한 인물이 있습니다. ‘마셜(Marshall·사진)’의 흑인 변호사입니다.

주인공 서굿 마셜의 사명은 흑백 편견으로 부당하게 형사 고발된 사람을 변호하는 것입니다. 때는 1941년. 그가 흑인 운전기사 조셉의 변호를 맡습니다. 혐의는 사교계 명사인 백인 여성 스트루빙에 대한 강간과 폭행 그리고 살인 미수. 조셉은 누명을 썼다며 결백을 주장합니다.

스트루빙의 주장을 들어봅시다. "우리 집 운전기사였던 그가 저를 두차례 성폭행했어요. 그 후 제 입과 손을 묶어 차에 태워 달리다가 저를 다리에서 저수지에 던지고 사라졌어요." 조셉이 반박합니다. "그녀가 성폭행당했다는 날 새벽에 저는 혼자 운전하고 있었어요. 제 차를 세운 경찰관이 있고요." 그를 검문한 경관이 변호인의 질문을 받고 증언합니다. "차에 동승자가 있었습니까(Was anyone with him in the car)?" "아뇨. 남자 혼자였어요."

창조적 상상력을 북돋우는 가장 위대한 질문은 '만약에(What if)?'이지요. 동승자 유무의 쟁점을 놓고 마셜의 탁월한 상상력이 작동합니다. '여자가 몸을 숨겨서 경관이 못 봤다면?' 이 가정(假定)을 바탕 삼아 그가 추리합니다. '만약 사건의 핵심이 성폭행이 아니고 치정(癡情)이라면?' 배심원 평결을 무죄로 이끄는 마셜의 반전(反轉) 활약상은 가려둡니다.

‘편견의 문을 통과하는 유일한 길은 그 문을 부수는 것이다(The only way to get through a bigot’s door is to break it down).’ 마셜의 명언입니다. 이걸 몸소 실천하며 경력을 쌓던 1967년 그는 흑인 최초로 연방대법원 판사가 됩니다.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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