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우주정거장·잠수함·테마파크.. 귀성길에 새로 뜨는 휴게소 가볼까

홍천·정읍·군위 등/박근희 기자 2019. 2.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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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새 문 연 인기 휴게소 여행
①시흥하늘휴게소 ②시화나래휴게소 ③매송휴게소 목포방향 ④별내휴게소 포천방향 ⑤화양강랜드휴게소 ⑥단양휴게소 춘천방향 ⑦여산휴게소 순천방향 ⑧정읍휴게소 순천방향

휴게소가 달라졌다. 고속도로, 국도를 달리다가 잠깐 쉬어가는 장소가 더 이상 아니다. 단순 휴식 공간을 넘어 복합쇼핑몰, 테마파크처럼 꾸며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인기를 끄는 휴게소도 생겼다. 셰프의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한식당,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문을 열었다. 민족 최대 명절 설 연휴의 시작, 귀성 전쟁 속에 짧게나마 여행의 피로를 덜고 즐거움을 채울 수 있는 휴게소를 찾았다.

복합 쇼핑몰, 테마파크 같은 휴게소

고속도로 위에서 식사하고 쇼핑한다. 무슨 소리냐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조남분기점 인근에 있는시흥하늘휴게소'브릿지스퀘어'는 '고속도로 위 휴게소'로 통한다. 시흥 본선 위 상공에 터널형 브리지(다리)를 연결한 특이한 구조 덕분에 고속도로 위 브리지를 통해 상·하행 방향 휴게소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용할 수 있다. 위에서 보면 우주정거장 같은 외관으로 '2018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건축물이다. 휴게소라기보다 이천 마장프리미엄휴게소나 인제 내린천휴게소처럼 복합쇼핑몰·복합휴게공간에 가깝다.

지하 1층을 포함해 총 4층 공간엔 스낵 코너, 푸드코트, 전문 식당가를 갖춰 스테이크부터 스시, 베트남 음식까지 고속도로 상공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자연광이 스며드는 휴게소 건물엔 셀프 빨래방에 패션 잡화·생활 용품 판매장과 간단히 장을 볼 수 있는 수퍼마켓, 심심한 이들을 위한 VR 게임존, 잠시 피로를 풀 수 있는 안마 기기 전문 브랜드 체험 매장도 제법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점심과 저녁 시간대 인근 직장인과 지역 주민들의 외식, 나들이 명소로도 한몫하는 분위기다.

2017년 6월 개통된 상주영천고속도로 상주 방향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복고풍 테마로 꾸몄다. '고교얄개' '웃고 사는 박서방' 등 1970년대 인기 영화 포스터와 LP판이 붙어 있는 벽면, 달걀 띄운 쌍화차가 어울릴 법한 '장미다방' 등 휴게소 곳곳이 1970~1980년대 감성이다. 군위의 오래된 간이역(화본역)을 오가던 열차 모형, 목조 전봇대, 참새 앉은 전깃줄 등 옛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휴게소 직원들의 유니폼도 옛날 교복이다. 메뉴 중에는 양은 도시락에 담긴 '추억의 도시락&라면 세트'가 베스트셀러. 직장인 박은석(58)씨는 "휴게소가 아니라 놀이공원이나 영화 세트장에 온 것 같다.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구경하고 사진 찍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며 웃었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군위영천휴게소는 '군위영천제1공장'이라는 또 다른 이름처럼 휴게소 곳곳을 공장처럼 꾸몄다. 회색 콘크리트벽을 장식한 커다란 파이프와 천장에 달린 도르래, 톱니바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컨베이어 벨트를 닮은 1인 좌석이나 드럼통으로 만든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한다.

바다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휴게소도 있다. 지난해 6월 신축 이전한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언양휴게소는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가 있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고래를 품은 바다 이야기'를 테마로 꾸몄다. 반구형의 독특한 건물 외관은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귀신고래 등 고래로 장식돼 있다. 휴게소는 통로를 중심으로 두 개의 건물로 나뉜다. 자율 식당이 있는 오른편 건물은 범선의 내부를 닮았다. 편의점과 카페가 있는 왼편 건물은 잠수함을 타고 들어간 바닷속을 연상시킨다. 잠수함 모양의 좌석은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①정읍휴게소(순천방향) ‘로마의 휴일’ 테마 화장실. ②정읍휴게소(순천방향) 화장실 내부 ③화양강이 보이는 화양강랜드휴게소 ④황전휴게소(전주방향)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리산./박근희 기자·황전휴게소

지리산, 화양강, 서해 일몰 전망대

'지리산 전망대'로 통하는 순천완주고속도로 전주 방향황전휴게소는 지난해 7월 휴게소 바로 옆에 카페 'SEE:노고단'이 문을 열어 전망 즐기기가 더 좋아졌다. 카페 쪽으로 가면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 줄기와 오산과 사성암, 멀리 노고단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1층에 프랜차이즈 매장인 '던킨도너츠'가 있지만, 커피 주문은 선택 사항이다. 누구나 2층 카페와 1, 3층 야외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다. 2층 카페에선 따뜻하게 통유리창 너머 풍경을, 1층과 3층 야외 전망대에선 달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탁 트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44번 국도 속초 방향화양강랜드휴게소는 '화양강 전망대'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화양강이 막힘 없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겨울엔 하얗게 눈 쌓인 강 풍경이 제법 운치 있다. 겉보기엔 국도의 아담한 휴게소지만 2017년 여름 깔끔하게 새로 단장하며 일부러 들렀다 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창가 쪽 고급 원목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식사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홍천 한우로 가마솥에 3일간 끓여낸 한우설렁탕, 사골시래기국밥, 산채비빔밥을 비롯해 한방차 등은 휴게소 메뉴라기엔 과분할 정도로 정성스럽다. 장병홍(58) 소장은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후 44번 국도 이용객이 많이 줄긴 했지만 한번 찾아온 이용객은 꾸준히 온다"고 했다.

영동고속도로 월곶분기점과 이어지는 경기도 안산시시화나래휴게소는 오이도와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 중간쯤에 있다. 휴게소 시설보다 그 옆 시화나래조력문화관에 있는 '달전망대'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큰가리섬 등도 깨끗하게 잘 보인다. 전망대 일부 구간은 투명 강화유리 바닥의 '스카이워크'처럼 꾸몄다. 해질 무렵엔 서해 일몰과 미디어파사드까지 더해지는 야경을 보기 위해 방문객이 더 몰리니 참고할 것.

셰프 밥상, 로스팅 커피, 기사 식당 밥까지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지나치는 고속도로가 먹방의 중심지가 되자 특별한 맛을 즐길 만한 곳도 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매송휴게소내 한식당 '제철반상 동행'은 미쉐린 2스타 권우중 셰프의 레시피를 맛볼 수 있다. 지역 식재료로 만든 장흥표고갈비탕, 버크셔국산김치찜, 닭고기온반, 산나물들기름돌솥비빔밥, 시래기떡만두국, 매생이떡국 등의 메뉴를 갖춰 휴게소 이용객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외식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곳 남순영(68) 총괄 매니저는 "한 달에 한두 번 권우중 셰프가 직접 방문하거나 직원을 보내 레시피와 재료, 주방 상태 등을 꼼꼼히 점검해 맛과 위생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 내 도정한 쌀로 밥을 짓고 닭고기 육수로 맛을 낸 닭고기온반은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구이와 쌈채소, 밑반찬과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밥솥에서 금방 푼 따뜻한 흰쌀밥으로 차린 기사 식당 스타일의 푸짐한 한 상이 기다리는 휴게소도 있다.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 도개 IC 인근 25번 국도 상주 방향에 문 연도개미쉐린휴게소의 삼겹살정식 얘기다. 한 상 차림에 공깃밥은 무한 리필, 따뜻한 숭늉을 애피타이저로 제공한다. 화물차 전용 휴게소지만 삼겹살정식과 소고기국밥, 동태탕 등의 메뉴와 푸짐한 밥상이 소문나며 일반 차량 운전자도 많이 찾는다. 2층엔 최신 시설의 남성 전용 헬스장과 사우나가 있다. 화물 차량부터 승용차까지 타이어 점검과 교환, 세차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 순천 방향여산휴게소엔 서울의 유명 카페 거리에 있을 법한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가 들어서 있다. 지난해 4월 문 연 '커피 온전히(coffee on journey)'는 프랜차이즈 일색인 휴게소 커피 전문점 사이에서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로스팅 커피 전문점으로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 깊고 고소한 풍미의 라테가 맛있다. 대표 원두를 사용한 커피뿐 아니라 하나의 커피로 내리는 싱글 오리진 커피 등 아무 커피나 마시지 않겠다는 '커피 편식자'들의 발길이 꾸준하다. 당일 한정 판매하는 크루아상은 오후 늦게 가면 맛보기 어렵다. 지난해 7월 반대편 천안 방향에 2호점을 냈다. 메뉴와 맛은 같지만 인테리어는 순천 방향이 한 수 위다.

이색 화장실, 드라마 촬영지도

최근 화제가 되는 휴게소를 꼽으라면 이 둘을 빼놓을 수 없다.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 방향 남양주별내휴게소는 얼마 전 종영한 tvN의 '남자친구' 촬영지. 2화에 두 주인공 송혜교와 박보검이 앉아 '휴게소 라면 데이트'를 즐기던 자리가 이 휴게소라고 소문나며 커플 방문객들이 늘었다. 창가 일렬 자리에 아예 '송혜교, 박보검' 좌석이라고 써 붙여 두었다.

호남고속도로 순천 방향정읍휴게소는 반전 화장실로 SNS에서 뜨겁다. 평범한 휴게소 외관과 달리 화장실에 들어서면 웃음이 씩 나온다. 영화 '로마의 휴일' 테마로 꾸민 여자 화장실 입구엔 영화에 등장하는 얼굴 조각상'진실의 입'이 꾸며져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틱 교회에 있는 진실의 입과 비슷하게 재현해 놓았다. 영화 속 주인공인 그레고리 펙이 오드리 헵번을 놀리기 위해 진실의 입에 손을 넣었던 장면을 떠올리며 따라 하는 방문객도 있다. 여자 화장실 내부는 영화 속 명장면을 전시한 갤러리로 꾸며놓았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우주선 모양의 어린이 전용 화장실도 재미있다.

◆ 금관가야 박물관… 신라시대 고분군… 역사 체험할 수 있는 휴게소도

바쁘게 오고 가는 귀성길이지만 역사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시간을 내어 들렀다 갈 만하다. 지난해 2월 개통한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김해금관가야휴게소에선 김해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금관가야'의 역사와 만날 수 있다. 금관가야의 시작인 가락국을 건국한 수로왕과 허황후에 대한 이야기, 유물에 대한 설명, 미디어아트까지 휴게소 곳곳이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1, 2층 전망대엔 금관가야를 테마로 한 조형물과 포토존을 마련했다. 2층 전망대엔 드립 커피를 판매하는 루프톱 카페가 있다. 낙동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문화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휴게소도 있다.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 단양휴게소에서는 국보 제 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를 만난다. 휴게소 뒷산인 성재산 정상 부근 단양 적성(사적 제265호) 안에 적성비가 세워져 있다. 적성비는 고구려 영토였던 적성을 차지한 신라가 성을 쌓고 세운 비다. 신라 진흥왕 6~11년(545~550)쯤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 부근까지 다소 가파른 산길을 15분 정도 오르는 게 수고스럽게 느껴지지만 적성비와 함께 단양휴게소, 중앙고속도로, 남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낚을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경산휴게소에선 신라시대 고분군이 기다린다. 휴게소 왼쪽에 있는 ‘신상리 고분공원’에 오르면 거짓말처럼 수십 개의 봉분이 펼쳐진다. 신상리 고분군은 신라의 지방 소국이었던 압독국 혹은 압량소국을 구성한 세 개의 집단 중 마진량촌 유력자들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돌무지덧널무덤에 봉토를 쌓은 신라의 무덤 형태를 하고 있다. 발굴 조사된 고분 가운데 신상리 20호분을 이전 복원해 두어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볼 수도 있다. 주부 김수영(36)씨는 “경주에서 보던 고분과 비교하자면 아기자기한 크기지만 휴게소 옆에서 이렇게 많은 고분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 됐다”고 했다. 이 밖에 호남고속도로 순천 방향 정읍휴게소에는 ‘동학농민혁명 홍보관’이,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방향 산청휴게소에는 ‘허준테마파크’가 있어 지나는 길에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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