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건강이 국력".. 일본, 어르신들 아파트마다 헬스장

도쿄/송원형 기자 2019. 1. 3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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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선진국의 실버스포츠] [3] 日 주거 밀착형 노인 체육
날씨 상관없이 수시로 운동 가능.. 자체 프로그램에 1대1 수업도

"관리비에 운동비가 포함됐어요. 한 번 빠지면 아깝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죠."

지난 11일 오전 도쿄도(東京都) 고마에시(狛江市) '인디펜던스 빌리지'에서 만난 다카하시 아키코(80)씨는 주민 10여명과 함께 양팔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제자리 걷기를 하고 있었다. 이어 양발을 어깨 너비만큼 벌리더니 양팔을 앞으로 뻗어 천천히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100, 97, 94…'라며 100에서 3을 뺀 숫자를 크게 외쳤다. 근육과 뇌를 함께 쓰는 운동이다. 이번엔 구석에 있는 매트를 갖고 가더니 바닥에 깔고 엎드려 양다리를 번갈아가며 올렸다가 내렸다. 다카하시씨는 웃으면서 "매일 아침 몸을 푸니까 아프거나 다치지 않아 병원비 쓸 일도 없다. 80세란 게 믿기질 않는다"고 말했다.

◇'주거 밀착형' 老체육 모델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27%)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1990년대부터 고령화에 대비해 학교·공공 체육 시설에 기반을 둔 지역 스포츠 클럽을 중심으로 '생애스포츠(sports for lifetime)'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역 스포츠 클럽이 근거리에 있어도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을 위해 민간에서 만든 실버 체육 모델이 '주거 밀착형'프로그램이다.

지난 11일‘인디펜던스 빌리지’에 사는 주민들이 이 건물 4층 체육실에서 스쿼트 동작을 하고 있다. /도쿄=송원형 기자

주민 평균 나이는 85세, 67가구 규모 시니어 주택인 인디펜던스 빌리지는 관리비(월 약 146만원)를 재원으로 자체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 스포츠 클럽에서 일하는 건강운동지도사 2명이 평일 오전 노인 주민들을 상대로 스쿼트, 요통 체조 등 힘을 많이 쓰진 않지만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운동으로 짜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오후에 별도 계약한 전문 트레이너와 일대일 맞춤형 운동을 한다. 인디펜던스 빌리지 관리회사 슌도 코지(42) 대표는 "운동이 몸에 배지 않은 노인들은 눈비가 오거나 피곤하면 스포츠 클럽에 안 나올 수 있다"며 "아파트 건물 내 공간에서 이웃과 같이 운동하면서 친해지면 참석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운동으로 질병·부상 예방

일본은 노인 체력 증진을 통해 의료비나 보험료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실버 생활 스포츠에 접근한다. 일본 신슈대학 노세 히로시 교수 연구팀은 하루에 30분씩 걸으면 1인당 연간 의료비가 2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슌도 대표는 "노인이 건강한 신체를 얼마나 유지하는지가 국력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본의 장기간 실버 생활 스포츠 강화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스포츠청은 작년 10월 '2017 체력·운동 능력 조사 결과'에서 75~79세 남녀 평균 점수(60점 만점)가 각각 36.28점, 36.03점으로 1998년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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