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테푸이(Tepui) | 美 옥상텐트 시장 개척해 1000만달러 잭팟

정해용 기자 2019. 1. 2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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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전시장에서 한 참가자가 테푸이 텐트 안에 들어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016년 5월 빅밴드국립공원(미 텍사스주 남서부에 있는 국립공원)의 치와와 사막 한복판. 캠핑 전문가 마테야 레인(Mateja Lane)의 도베르만(독일에서 유래한 중형견)은 레인의 차 위에서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레인의 차 지붕(루프톱)에 설치된 텐트는 테푸이(Tepui)의 쿠케남 시베리안 카모 텐트였는데 텐트 매트리스는 75파운드(약 35㎏)가 나가는 이 개의 무게에도 끄떡없었다.

“정말 좋네.” 레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테푸이 텐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비교적 마른 성인 남성 1명의 몸무게보다 조금 덜 나가는 59㎏가량의 무게로 휴대할 수 있는 테푸이 텐트는 차 지붕에 설치하면 3명이 푹신푹신한 고밀도 매트리스에서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테푸이는 2010년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스에서 설립됐다. 브랜드명이자 회사명인 테푸이는 남아메리카 북부의 베네수엘라, 브라질, 가이아나의 국경지대에 있는 정상부가 평평한 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배경이기도 하다.

회사가 설립된 지 10년이 채 안 됐지만 테푸이는 지난해 매출 650만달러(약 72억8000만원)를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12월에 자동차 캐리어로 유명한 스위스 기업 툴레(Thule)는 950만달러(약 106억원)를 주고 테푸이를 인수했다. 20명의 직원만 보유한 신생벤처기업 테푸이가 수백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잠재력을 보이자 글로벌 기업 툴레가 1000만달러에 가까운 거금을 베팅한 셈이다. 테푸이는 현 경영진이 그대로 경영을 맡고 텐트뿐 아니라 아웃도어 브랜드 기업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테푸이의 성공 비결을 알아봤다.


성공비결 1│미국에 없던 시장 개척

기업이 성공적인 수익모델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 승부를 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휴대전화에 인터넷 검색 기능을 합친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를 제패했던 것도 기존에는 없던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었다. 차 지붕에 설치하는 루프톱 텐트도 이런 경우다.

이반 큐리드 테푸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부부는 2007년 베네수엘라 해변으로 서핑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서는 자동차 지붕에 텐트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한 회사(아나콘다)가 만든 제품이었는데 큐리드는 이런 부착식 텐트를 미국에서도 판매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에는 지상에 텐트를 설치하거나 아예 대형 캠핑카를 사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차량 지붕에 텐트를 수시로 설치했다가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없는 루프톱 텐트 시장을 개척하기로 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제품을 미국에 들여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베네수엘라 중개상들이 시가의 2~3배가 넘는 가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배송도 항구가 갑자기 폐쇄되는 등 긴급 사태 때문에 수시로 지연됐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정권 아래 베네수엘라 경제가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때론 물건을 떼어먹은 도매상 때문에 10만달러(약 1억1200만원)가 그대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역경 속에서도 큐리드는 2008년 11월 추수감사절 시즌에 온라인 벼룩시장인 ‘크레이그리스트’에서 10여개의 텐트를 팔았고 차량용 루프톱 텐트가 사업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2010년부터 자체 브랜드로 텐트를 생산‧판매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테푸이는 사업을 시작한 첫해(2010년)에 1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큐리드 테푸이 CEO가 베네수엘라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던 베네수엘라 기업의 야영캠프. 사진 아나콘다(베네수엘라 텐트 회사)

성공비결 2│싸지만 튼튼한 내구성

아무리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을 내놓아도 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시장의 원리다. 테푸이가 내놓은 차량 루프톱 텐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테푸이 텐트는 ‘합리적 가격’과 ‘내구성’이라는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면서 아웃도어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

1000달러(약 112만원)에서 4000달러(약 450만원)의 가격대에서 팔리는 테푸이 텐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캠핑을 즐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돈이 과도하게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캠핑을 위한 차량을 RV (Recreational Vehicle)라고 부른다. RV는 내부에 조리시설과 침대가 갖춰져 있어 불편함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일부 고급 RV에는 식탁과 안락의자까지 있다. 캠핑 문화가 잘 발달해 있는 미국 시장에서 RV는 꾸준히 팔리고 있다. 미 RV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에만 50만 대의 RV가 판매돼 전년보다 판매량이 17.2% 급증했다. 하지만 이런 RV들은 보통 수만달러를 호가하는 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1주일만 빌려도 렌털 비용이 1000달러를 훌쩍 넘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수천달러의 테푸이 텐트 비용은 RV와 견주면 그리 큰돈이 아닌 셈이다.

테푸이는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안락한 캠핑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잘 파악해 저렴한 가격에 내구성 강한 텐트를 내놓은 것이다. 테푸이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9종의 텐트를 판매하고 있는데 가장 낮은 가격의 텐트는 925달러(모델명 Baja Series Mesh Ayer2)고 가장 비싼 텐트 가격은 4000달러(모델명 Lightning)다. 1000~2000달러 가격대 텐트가 가장 많은데 3~4명이 잘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고 습기 방지 기능의 고밀도 매트리스(2.5인치·약 6.35㎝ 두께)와 찢어지지 않도록 가공된 폴리코튼(면과 폴리에스테르를 섞어 짠 천) 등 내구성을 갖춘 제품들이다.


성공비결 3│직접 사용해보고 제품 출시

경영진이 끊임없이 직접 성능 테스트를 했던 점도 테푸이 텐트가 꾸준한 인기를 끄는 데 한몫했다. 큐리드는 부인과 함께 10 여종의 텐트 모델을 개발해 이 텐트들을 들고 매주 주말 캠핑장을 찾았다. 직접 설치해보고 잠도 자면서 불편한 기능은 개선하고 버려야 할 모델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판매 모델군에서 제외시켰다.

큐리드는 특히 텐트를 직접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하게 느꼈던 설치 과정을 간소화했다. 보통 텐트들은 많게는 20여 개가 넘는 작은 폴(기둥)을 서로 끼워 연결해야만 펼칠 수 있다. 하지만 테푸이 텐트는 차량 지붕에 놓여있는 사다리를 노면 아래쪽으로 당기면 사다리 아래에 깔려 있던 텐트가 자동으로 펼쳐진다. 텐트를 설치해본 일이 없는 초보 캠핑객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또 텐트의 지붕인 캐노피(삿갓 모양의 덮개)와 텐트의 밑판을 지퍼로 연결(Zipper GimpTM‧2016년 특허)해놔서 차량과 날씨,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캐노피를 바꿔가면서 텐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추운 날씨에는 무겁고 포근한 캔버스형 캐노피를 연결해서 텐트 안 기온을 높이고 더운 여름에는 바람만 막아주는 얇은 천으로 된 초경량 캐노피를 사용할 수 있다. 또 색상도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교체하면서 쓸 수 있다. 일반 텐트들은 캐노피와 본체가 하나의 제품으로 구성돼 교체가 불가능하다.

큐리드 CEO는 “우리의 비전은 ‘테푸이 텐트’가 아니라 ‘테푸이 아웃도어’ 브랜드다. 우리는 루프톱 텐트보다 더 광범위한 아웃도어 장비들을 개발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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