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형평" 외친 정부, 공동주택 공시가격 '딜레마'

성문재 2019. 1. 2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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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시가 시세반영률 68%
단독주택은 인상에도 53% 그쳐
'15억' 아파트, 단독주택보다
보유세 연 100만원 더 내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정부의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 ‘딜레마’가 시작됐다. 작년 한 해 동안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만큼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올려야 하지만 단독주택에 비해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이 월등히 높은 아파트 공시가격을 무작정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독주택과의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작년 말부터 가격이 하락 전환(서울 기준)한 것에 따른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시세 15억’ 아파트 vs 단독주택, 보유세 연 100만원 차이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격차는 16.3%포인트에 달했다.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인상했음에도 단독주택 현실화율은 53.0%로 1.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공동주택 대비 여전히 15%포인트 이상 현실화율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국토부는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전국 공동주택 1350만채에 대한 공시가격을 조사중이다. 오는 4월30일 공시한다.

문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폭이다. 주택유형별 형평성을 따져보면 아파트 보유자는 같은 시세의 단독주택보다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시세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하면 세금 비형평성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시세 15억원인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평균 현실화율을 대입해보면 공시가격은 각각 10억원, 8억원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아파트 보유자에게만 18만원이 부과된다. 재산세는 아파트 보유자 177만원, 단독주택 보유자 129만원이다. 재산세에 따라붙는 지방교육세 등을 모두 합한 보유세 총액은 아파트 318만원, 단독주택 222만원이다. 같은 시세의 주택이지만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냐에 따라 보유세가 연 100만원 차이난다는 뜻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를 위해 최근 실거래가 등 가격이 급등했거나 공시가격과 시세와의 격차가 현저히 컸던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공시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정책 추진 방향을 세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시세 3억원 이하 주택은 3.56% 오른 반면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은 20~30% 뛰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작년 가격 반영시 아파트-단독주택 불형평성 더 커져

이 기준대로라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표준주택 공시가격보다 더 많이 오르게 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해 서울 단독주택 매매가격은 6.59% 상승했고 아파트 매매값은 8.03% 뛰었다.

물론 고가 단독주택처럼 현실화율이 현저히 낮은 사례가 아파트에선 더 적지만 표준주택에서 공시가격 상승률이 컸던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은 애초에 전체의 1.7%로 극소수 사례다. 시세상승률을 충실히 반영한다면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표준주택보다 더 크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토부는 아파트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단독주택보다는 상승률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오는 4월 발표할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현실화 의지는 크게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시세 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단독주택보단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스스로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아파트 공시가격에 작년 시세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하자니 아파트 보유자와 단독주택 보유자간 세금 부담 형평성은 더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아파트 공시가격을 시세상승률보다 적게 올리자니 작년 기준 68.1%였던 현실화율이 하락해 현실화 의지가 의심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지난 2006년 공시가격 제도를 도입한 이후 유형별 시세반영률 차이로 인해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은 단독주택, 토지 보유자보다 세금을 두배 더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서울 아파트 매매값이 작년말부터 하락 전환했고 올해는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전망이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보유자들의 조세 저항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를 소유한 한 1주택자는 “정부가 공평과세라는 명목아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역대 최대폭으로 올렸는데 단독주택 보유자보다 많은 세금을 내온 아파트 보유자에 대해서는 공평과세 원칙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성문재 (mjse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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