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전통방식으로.. 우리 것 지켜가는 '고집스러운 손길'

안나혁 2019. 1.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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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병풍처럼 두른 경남 함양군 금계마을의 한 허름한 농가.

"오늘도 작업은 새벽 5시에 시작했어요. 세 명이 한 조를 이루어 12시간 일하면 옻 진액 1.5kg 정도가 모입니다." "작고하신 아버지께 서른 살에 처음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올해로 벌써 28년이나 됐네요." 옻 진액으로 더럽혀진 작업복을 입은 안재호(58) 사장이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옻나무에 칼집을 내며 허허 웃는다.

전통방식으로 힘들게 채취된 옻 진액은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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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병풍처럼 두른 경남 함양군 금계마을의 한 허름한 농가. 녹슨 양철 굴뚝에서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오른다. 새벽에 시작한 작업은 동이 환하게 튼 지금이 한창이다. 전통방식으로 옻 진액을 채취하는 작업실에 들어서니 옻나무 타는 냄새와 열기가 가득하다. 옻나무에 칼집을 내고 뜨거운 열을 이용해 진액을 대롱에 받아내는 전통방식인 화(火)옻 채취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작업은 새벽 5시에 시작했어요. 세 명이 한 조를 이루어 12시간 일하면 옻 진액 1.5kg 정도가 모입니다.” “작고하신 아버지께 서른 살에 처음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올해로 벌써 28년이나 됐네요.” 옻 진액으로 더럽혀진 작업복을 입은 안재호(58) 사장이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옻나무에 칼집을 내며 허허 웃는다.
안재호 씨가 옻 나무밭에서 나무를 채취해 지게에 지고 옮기고 있다.
안재호씨가 채취한 옻 나무를 지게에 지고 작업실로 옮기고 있다.
옻 나무 밭에서 안재호 씨가 전기톱과 낫을 이용해 나무를 채취하고 있다.
옻나무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 봄에는 처음 나오는 옻 순을 따서 나물로 먹거나 장아찌를 담는다. 여름에는 나무에서 바로 생(生)옻을 채취한다. 낙엽이 떨어진 가을에는 불을 이용해 화(火)옻을 뽑는다. 진액을 채취한 나무는 땔감으로 사용하고 남은 껍질은 옻을 재료로 쓰는 닭백숙집 등 식당으로 보내진다.
올해 팔순이신 동윤호 할아버지가 칼 집이 들어간 옻 나무를 불에 굽고 있다.
하성현 씨의 대롱질로 옻 진액이 전통방식으로 대롱에 모아지고 있다.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안재호씨가 옻 나무에 칼 집을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통방식으로 채취한 옻 진액이 대롱에 가득 모이자 통에 붓고 있다.
대롱질을 맡아서 하는 하성현 씨의 작업복에 진한 옻 진액이 묻어 있다.
이렇게 옻 진액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생옻은 공예품이나 가구에 천연 칠을 하는 용도로 쓰이고 화옻은 약재나 식용으로 사랑받는다. 옻은 예로부터 어혈을 풀어주고 몸의 냉기를 없애주며 항산화 작용과 면역 기능 회복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옻에 대한 선입견은 언제나 존재한다. 옻을 타지 않는 사람도 자신이 옻을 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쉽게 접하지 못한다. 안 사장의 오랜 동네 친구이자 작업 동료인 하성현(58)씨가 옻나무의 좋은 성분들이 부작용 없는 약으로 개발돼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기 바란다며 손놀림을 계속한다.

전통방식으로 옻 진액을 채취하는 3인방인 하성현. 동윤호.안재호 씨(왼쪽부터)가
작업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통방식으로 힘들게 채취된 옻 진액은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최근 저가 중국산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중한 우리 것을 지켜내려는 농부들의 고집스러운 작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함양=사진·글 이제원기자 jw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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