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신도시·GTX 반대.. 낫 들고 LH 찾는 주민들

김노향 기자 2019. 1.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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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의 가장 중요한 성공조건 두가지는 ‘고소득 일자리의 수’와 ‘대중교통을 이용한 서울 이동시간’이다. 과거 성공한 신도시를 봐도 판교는 IT산업 메카로 가치를 높였고 평촌은 서울 도심인 서울역까지 지하철 4호선 한번으로 30분대 이동이 가능했다. 집값 역시 서울 못지않은 상승률을 자랑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3기신도시 개발계획을 두고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린다. 개발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수의견이라고 봐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정부가 반대의견을 수렴하고 주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사진=김노향 기자

◆반대이유①: 토지보상금 시세의 10분의1?

“요즘 여기 분위기 너무 살벌해요. 땅 주인들이 매일 낫을 들고 LH 직원들을 찾아다녀요.”

3기신도시 예정지 중 가장 면적이 넓은 1134만㎡에 개발규모가 6만6000가구인 남양주 왕숙지구 인근. 서울 한강에서 갈라져 나온 왕숙천이 구리와 남양주를 지나 포천까지 이어지는 주변에 논밭과 허허벌판이 나타났다가 다시 아파트숲과 공사현장이 보인다.

지난 1일 왕숙지구 근처 편의점에서 김모씨를 만나 “주민들 기대가 큰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마을 초입에서 ‘3기신도시와 함께 남양주의 새로운 도약을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린 것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그건 국회의원이 건 것”이라면서 “반대 현수막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다시 차를 타고 둘러보니 ‘생존권을 위협하는 강제수용 즉각 철회하라’를 시작으로 혈서처럼 보이는 섬뜩한 붉은 글씨로 쓰인 수십개의 현수막이 도로를 에워싸 지역 전체에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남양주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20년 넘게 운영한 이모씨는 “개발에 반대하는 사람 대부분이 땅 주인들”이라고 했다. 그는 “10~15년 전부터 부동산전문가나 교수들에게 여기는 무조건 개발된다, 사야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은퇴 후 전재산을 투자했다가 망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3.3㎡당 200만원에 샀는데 보상금 수준이 20만원이라는 소문이 돌아요. 그런 땅을 누가 사겠어요.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짓는 이유는 땅값이 싸서잖아요. 그렇다고 정부 보상금은 세금인데 땅 주인들이 원하는 대로 줄 수는 없죠.”

남양주시에 따르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토지보상금은 시세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해 산정하지만 10년 넘게 개발을 기대한 투기광풍이 지난 뒤라 가격거품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반대이유②: 개발이익은 누구의 것일까

그렇다면 토지보상 대상이 아닌 사람들은 개발에 찬성할까. 그렇지 않다.

남양주는 땅 면적이 458㎢로 바로 남쪽에 있는 다른 3기신도시 하남보다 5배 가까이 넓다. 앞서 다산신도시와 별내신도시가 개발돼 아파트 공급과잉 위험이 있다.

즉 추가개발 시 집값하락 우려가 제기된다. 남양주 주민 박모씨는 “아파트 한채와 빌라 한채를 가지고 있지만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개발로 대박을 치는 사람은 보통사람이 아니라 건설사나 큰손들 아니냐”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생활환경이 좋아지는 것은 기대된다. 지금은 백화점 하나도 구리까지 가야 하고 지하철이 없다 보니 교통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남양주는 불편한 교통환경이 최대약점으로 꼽힌다. 지하철이 없어 좌석버스가 보편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승용차로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신도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지하철 4호선과 8호선 연장사업이 추진 중인 가운데 각각 2021년, 2022년 개통되면 왕숙지구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5분대 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광역급행철도(GTX)-B노선 건설도 추진 중이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왕숙신도시가 성공하려면 판교같은 자족도시로서의 생존성 확보가 필요하다. 남양주는 왕숙신도시를 첨단산업 일자리 16만∼20만개가 있는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남양주 인구는 현재 68만명이지만 3기신도시 개발이 완료되면 8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반대이유③: 난개발·노후주택 붕괴 위험

지난달 27일 청와대 앞. 국토교통부가 고양 킨텍스에서 GTX-A노선 착공식을 연 같은 날 사업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시위가 이곳에서 벌어졌다. 이들은 GTX-A노선이 지날 예정인 서울역 인근 주민들이었다.

GTX는 3기신도시의 핵심사업이다. 3기신도시와 연관없는 서울역 인근 주민들이 왜 반대할까.

주민 최모씨는 “서울역은 이미 대한민국 교통의 중심지로 경부선과 KTX, 1호선·4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이 지나는 데다 구석구석 개발이 진행 중이라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하 40m 아래 건설하는 GTX는 안전성 논란도 불거졌다. 서울역 주변은 고층빌딩이나 노후주택이라 지반 붕괴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용산구와 강남구는 보도자료를 내고 “주거환경 침해가 우려된다”면서 반대입장을 냈다.

일각에서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이유가 개인 재산권과 관련됐다고 주장한다. 서울역 인근 주민 당모씨는 “주변 집값에 비해 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동네는 집주인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반대이유④: 젠트리피케이션 해법 없나

정부가 3기신도시를 건설하는 이유는 서울 주택수요를 경기도로 분산시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문제는 기존 주민이 개발로 인해 외곽으로 떠밀려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세입자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도시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과거 신도시 개발 때마다 반복됐다.

서울시는 단독주택 재개발사업 시 세입자에게 4인가구 기준 2000만원을 보상하는 법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이런 대책이 3기신도시 개발과정에서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보상뿐 아니라 개발방향에 대한 다양한 이견을 봉합하고 각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4호(2019년 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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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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