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 일자리 있고 아이 키우기 좋은 자족도시가 온다 [미리 보는 '3기 신도시']

나기천 2019. 1. 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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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계획 들여다보니 / 향후 일정 어떻게 되나 / LH, 올 하반기 지구 지정 끝내고 / 2020년 보상 착수?2021년 주택공급 / 기존 도시서 나타난 난제들 고민 / 도시지원시설용지 등 2배 확보 / 신도시 전체 밑그림은 / 말 많은 사립유치원 문제없도록 / 100% 국공립 유치원 설치하고 / 기업지원 허브 등 자족기능 강화 / 서울 연결 광역교통망 조기 구축 / 자족시설 뭐가 들어서나 / 왕숙, 스마트그리드 앵커산업 / 교산은 바이오헬스 관련 육성 / 과천, AI 등 4차산업 거점으로 / 계양은 ICT 유치 '제2 판교'로
한국형 미래도시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3기 신도시’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장기적 로드맵으로 안정시키려는 의도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기존 신도시가 서울의 넘치는 주거 수요만 떠안은 것과 달리 주거·교통·일자리·문화가 어우러지는 완벽한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구상됐다. 이르면 2028년쯤 경기도 남양주와 하남, 인천, 과천에서 선을 보일 ‘완전히 새로운 도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 그리고 사업시행자 간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 건전한 제언에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정부가 어떤 계획으로, 어떻게 3기 신도시를 꾸며낼지 살펴본다.
 

유치원생 두 자녀의 엄마이자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관련 스타트업(초기벤처) 기업의 과장인 정모씨는 요즘 새로 이사 온 동네가 썩 마음에 든다. 근무하던 회사가 최근 남양주 왕숙신도시로 터전을 옮기면서 가까운 집을 새로 구해 이사 왔는데, 늦게 퇴근하는 날에도 공립유치원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돌봐준다. 주말에는 조경이 멋들어진 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산책도 하며 복합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공연까지 보는 문화생활까지 누릴 수 있다.

또한 정씨가 다니는 회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운영하는 기업지원허브에 입주해 좋은 시설을 저렴한 임대료에 사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한 공동 커뮤니티 공간은 동종 업계와 최신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어 시장동향을 파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덕분에 정씨 회사는 최근 정부 신기술 공모에 선정되어 신제품 개발 지원금을 받게 되었고, LH로부터 기업지원허브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품 판로 개척 도움도 받는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해 12월19일 정부의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서 발표한 ‘3기 신도시’에서 앞으로 보게 될 일상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방안에서 경기 남양주 왕숙 등 신도시에 △국공립 유치원 100% 설치 △개발이익 도서관 등 생활사회간접자본(SOC) 재투자 △공원 기준 대비 1.5배 수준 확충 △기업지원허브 조성 및 스타트업 육성 △자족기능 위한 2배 이상의 도시지원시설용지 확보 등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3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3기 신도시는 올해 하반기 지구 지정 완료, 2020년 지구계획수립 및 보상 착수, 2021년 주택공급 시작 등의 일정으로 추진된다.

3기 신도시 계획에선 기존의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여럿 목격된다. 대표적인 게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사립유치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국공립 유치원 설립 계획 반영이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저렴한 주거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자족성이 강한 도시 조성, 서울 및 인근 대도시를 빠르게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의 조기 수립 등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3기 신도시 중 가장 큰 규모인 남양주 왕숙지구는 크게 889만㎡ 규모의 왕숙1지구와 245만㎡의 왕숙2지구로 나뉘며 왕숙1은 경제중심도시, 왕숙2는 문화예술도시로 조성된다. 또 왕숙지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신설역사, 서울연결 신설 간선급행버스(BRT) 노선을 중심으로 판교 제1테크노밸리의 2배 규모에 달하는 자족시설용지를 배치했다. 이 자족시설에는 첨단 스마트그리드 앵커산업을 중심으로 ESS, 전기장치 부품산업, 방송산업,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을 육성하고 인근에 창업주택을 배치해 명실공히 첨단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밖에 왕숙은 지구 내 왕숙천과 연계해 수변복합 문화마을, 에너지 자족마을 등을 조성하며, 경의중앙선역 신설, 별내선 연장, 주변 상습정체 교차로 입체화 방안을 추진해 신도시 주변의 교통문제까지 함께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하남 교산지구도 우수한 광역교통계획을 자랑한다. 지구를 남북방향으로 관통하도록 계획된 서울도시철도 3호선 연장 및 서울~양평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연결로 신설, 신팔당대교 착공 등 교통대책을 수립해 3호선을 이용할 경우 수서역까지 20분 소요되며, 자동차로 서울까지 소요시간도 15분 단축된다.

국토부는 교통이 편리한 북측에는 자족용지를 배치해 바이오헬스 관련 산업 및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등을 육성한다. 광주향교, 남한산성 등 문화재와 연계한 한옥마을, 백제문화박물관, 역사문화공원도 조성된다. 또한 중부고속도로 인해 단절된 남북생활권은 휴게소 입체복합 개발을 통해 효율적 도시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서울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과천은 지리적 장점을 적극 활용해 양재천과 연계한 친환경 자족도시로 만들어진다. 기존의 신도시가 단순히 주거단지 조성에 그쳐 지역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못해 왔던 과거의 경험을 교훈삼아 가용토지의 절반가량인 36만㎡를 자족용지로 배치해 과천 미래발전의 초석으로 삼는다. 이곳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의료·바이오 등 첨단기업 중심의 신성장 거점이 육성된다. 
최근 경기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마련된 기업지원허브의 조감도(위쪽)와 기업지원허브의 개념을 확대해 미래형 산업도시 융복합센터로 마련될 혁신성장센터 구상안 전경.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3기 신도시에 산업공간, 기업종합지원공간과 복지·주거공간까지 두루 갖춘 이러한 앵커시설을 만들어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고 도시 자족기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H 제공

또한 서울대공원, 국립과천과학관과 연계한 복합쇼핑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과천대로 지하화 등을 통해 구도심과 녹지축 및 생활권을 연계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온 도로정체 해소를 위해 과천~이수 복합터널, 동서간 과천~송파 민자도로 추진으로 서울까지 접근시간이 단축되며, GTX-C 노선의 과천청사역 신설로 장래 수도권 남부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과천은 단순히 서울 접근성이 좋은 위성도시가 아니라 ‘밸류업’(가치상승) 신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LH 관계자는 “국토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청사 세종 이전 이후 성장동력을 잃고 서울의 위성도시로 전락한 과천은 제2의 성장을 위한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이번 신도시 조성을 통해 그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계양 테크노밸리는 3기 신도시 중 가장 오랫동안 정부와 지자체 간 협업을 통해 발표된 사업지구다. 이곳은 제2의 판교를 표방하듯이 판교 제1테크노밸리의 1.4배에 달하는 자족시설용지를 반영했고, 이 중 3분의 2인 약 60만㎡의 면적에 도시첨단사업단지를 중복 지정한다. 정보통신기술(ICT)·콘텐츠기업 유치 및 창업지원 플랫폼이 이 단지에 들어선다. 인천1호선 박촌역 인근에는 복합문화시설, 청소년 미디어센터 등 문화소통시설을 집중 배치해 지역 커뮤니티도 활성화한다. 박촌역~김포공항역 신교통형 BRT 신설 및 IC 신설을 통한 인천공항 고속도로 연결, 국도39호선 확장과 동서축의 청라~가양간 BRT 등 광역교통 계획도 마련됐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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