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이드 러너' 속 2019년, 얼마나 실현됐나

김익현 기자 2019. 1. 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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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같은 로봇' 아직 까마득..화상통화는 현실로

(지디넷코리아=김익현 기자)1982년 개봉된 ‘블레이드 러너’는 불운한 영화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많은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흥행엔 참패했다.

공교롭게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히트작 ‘E.T’와 맞붙은 게 불운이라면 불운이었다. 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못생긴 외계인 ‘E.T’에 열광하는 동안 ‘블레이드 러너’는 조용히 잊혀져 갔다.

잊혀졌던 ‘블레이드 러너’가 또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2019년이었기 때문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스모그와 산성비로 황폐해진 2019년 미국 로스엔젤레스(LA)를 배경으로 ‘로봇시대의 디스토피아’를 멋지게 그려냈다.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을 로스엔젤레스를 배경으로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렸다. (사진=워너브러더스)

‘블레이드 러너’는 필립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 역시 이 작품에서 따왔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다.

■ 인간 같은 로봇, 아직은 상상의 산물

이 영화는 인간의 감정을 가진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모티브에서 출발했다. 반란을 주도한 것은 타이렐사가 만든 ‘넥서스6’ 전투팀. 영화 제목이기도 한 블레이드 러너는 이들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경찰이다.

1982년 기준으로 볼 때 2019년은 ‘올 것 같지 않은 미래’였다. 그래서 영화(나 원작 소설)에선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친다. 그렇다면 37년 전의 상상은 지금 시점에서 얼마나 맞아 떨어졌을까?

미국 IT 전문매체 씨넷은 2일(현지시간)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그리고 있는 2019년과 현실 속 2019년을 비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레플리컨트는 인간처럼 생긴 로봇이다. (사진=워너브러더스)

‘블레이드 러너’의 출발은 ‘인간 같은 로봇’이다. 매끈한 피부와 인간과 동일한 감정을 가진 로봇들이다.

현실 세계속에서도 이런 로봇을 만들려는 시도는 적지 않았다. 예쁘게 생긴 중국 로봇 지아지아가 대표적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처럼 생긴 휴먼노이드 로봇도 등장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인간의 감정을 가진 로봇’은 여전히 상상 세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인공지능(AI) 윤리란 관점에서도 ‘블레이드 러너’는 흥미로운 영화다. 영화 속 로봇들은 인지 능력을 토대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직접 행동을 한다.

중국이 만든 로봇 여신 지아지아 (사진=유튜브 캡쳐)


물론 현실 속에선 아직 AI 기술이 그 정도 수준엔 이르지 못했다. ‘블레이드 러너’ 같은 SF 영화 때문에 로봇이나 AI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다른 걱정을 한다. 최근 조금씩 등장하는 섹스 로봇이 걱정거리다. 섹스 로봇이 일반화될 경우 자칫 여성을 남성들의 욕구 만족을 위한 대상으로 생각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 날아다니는 자동차, 몇몇 업체들이 상용화 준비 중

‘블레이드 러너’의 또 다른 소품은 날아다니는 자동차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찰들은 스피너스란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이 부분 역시 아직 현실 속에선 사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구글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은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일부 업체들은 날 수 있는 자동차 연구도 하고 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우버 엘리베이트’란 날아다니는 택시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주인공 데커드가 타고 다니는 스피너란 날아다니는 자동차. (사진=워너브러더스)


하지만 환경이나 안전 문제 같은 이슈들 때문에 제대로 실현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업체들 중 사라진 곳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아타리와 판암이다. 영화 제작 당시 선도적인 컴퓨터회사였던 아타리는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 존재가 됐다.

블레이드 러너 속 소품들 중 현실이 된 것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화상 통화다.

이 영화에서 형사 릭 데커드 역을 맡았던 해리슨 포드는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전화기를 갖고 있다. 이 상상은 스카이프와 페이스타임 등을 통해 이미 현실이 됐다.

‘블레이드 러너’엔 컴퓨터가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눈에 띄는 장면은 있다. 음성 명령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컴퓨터가 나온다. 이 부분 역시 시리나 알렉사, 코타나 등을 통해 현실 속 기술이 됐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이미 많은 업체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에어버스의 날 수 있는 자동차 모형. (사진=씨넷)

원작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의 주제 중 하나는 황폐한 지구를 떠나는 인간이다. 원작에선 전쟁 때문에 지구가 황폐화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에선 매연을 내뿜는 산업시설과 스모그가 주범으로 묘사돼 있다.

이런 암울한 경고는 현실 속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세계야생동물기금은 1970년대 이래로 동물 숫자가 6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인간들의 활동 때문이다.

■ 두뇌자극 등 다양한 상상 등장…우주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우주여행이다. 인간들은 황폐한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새로운 생활을 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현실 속에선 아직 우주 여행은 먼 미래에나 가능한 프로젝트로 남아 있다. 일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이 우주여행을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실험 단계다.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원작 소설에선 주인공인 릭 데커득 아내와 ‘분위기 전환 기기’를 놓고 다투는 장면이 나온다. 이 기기는 대뇌 피질을 자극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인터넷 위성을 싣고 팰컨 헤비9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사진=유튜브 캡쳐)


이용자들은 원하는 기분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를테면 481로 걸면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으며, 594번은 배우자의 뛰어난 지혜에 감사하는 감정을 갖게 된다.

현실 세계속에선 이런 기기가 구현되진 않고 있다. 다만 ‘심층두뇌 자극’을 통해 떨림이나 마비 같은 파킨슨 병 증상을 통제할 수는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1982년 개봉될 당시만 해도 AI를 비롯한 수많은 소품들은 그냥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37년 전 상상 세계는 이젠 ‘있을 수도 있는 세계’로 우리들과 많이 가까워졌다.

줄어든 격차가 뛰어난 작가적 상상력 덕분인지, 탁월한 과학적 성과 덕분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 둘의 중간쯤이라고 타협하면 될 것 같다. 그런 관점으로 2019년에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다시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김익현 기자(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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