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에 또 다시 휜 부모 등골..교복 담합의 어두운 역사

김동환 2019. 1. 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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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8곳. 337만4217명 그리고 4000억원.

지난 2015년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수와 재학 중인 학생 수 그리고 이들을 바탕으로 형성된 교복시장의 규모다.

지난해 국내 초등학생용 책가방 시장 규모(3000억원~4000억원 추정), 2017년 기준 궐련형 전자담배(4000억원대)와 비슷한 규모다. 매년 수십만명에서 수백만명의 잠재고객을 지속해서 확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교복시장이니 이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대형 교복브랜드 4사와 이들을 제외한 중소브랜드의 경쟁도 치열하다.

개별 구매가 주류를 이루던 2000년대와 달리 학교가 직접 교복을 구매하는 주체로 자리한 ‘학교주관구매입찰제도’가 지난 2014년 처음 시행되면서, 일정 규격(품질)만 갖추면 평가를 통과한 업체들 중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제시한 업체가 해당 학교의 교복 판매자가 되는 시스템이 정착했다.

하지만 일부 시장에서는 대형 브랜드의 ‘담합’으로 평균 구매가가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져 일각에서는 이들 제도가 소용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게티이미지 제공



2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에 따르면 이 같은 제도를 무색하게 하는 교복 브랜드들의 담합 행위가 또 다시 적발됐다.

공정위는 2015년 충북 청주시 소재 27개 중·고등학교가 각각 발주한 교복구매 입찰에서 3개 교복브랜드 대리점 사업자인 ㈜엘리트학생복 청주점, ㈜아이비클럽한성 및 스쿨룩스 청주점이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금액을 합의·실행한 행위를 적발·시정하였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 3개 업체는 2015년 7월~10월 중 진행된 청주시 소재 27개 중·고등학교의 2016학년도 학교주관구매입찰에서 낙찰금액 인상을 목적으로 사전에 낙찰자와 각자 투찰할 금액을 정하여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3개 교복브랜드 대리점들은 학교나 학부모의 브랜드교복 선호현상으로 인해 비브랜드 교복이 입찰의 규격(품질) 평가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실상 규격 평가를 통과한 브랜드 교복간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들 간의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하여 담합을 시도했다.

㈜엘리트교복 청주점 7건, ㈜아이비클럽한성 7건, 스쿨룩스 청주점 6건 등 실제 총 27건의 입찰 중 이들 3개사 중 1개사가 낙찰받은 건은 20건이며 평균 94.8%의 높은 낙찰율을 보였다. 낙찰율은 낙찰금액을 예정가격으로 나누며, 대략적인 예정가격은 동하복 세트 기준으로 28만원 내외였다.

나머지 7건은 규격심사를 통과한 비브랜드 업체가 최저가로 낙찰을 받았고, 평균 낙찰률은 약 85.6%로 나타났다.

낙찰률 95.4%를 기록한 스쿨룩스 청주점의 낙찰액은 27만7000원이었으며, 낙찰률 81.1%를 기록한 비브랜드업체의 낙찰액은 23만6000원이었다. 단, 스쿨룩스 청주점은 재작년 9월20일 폐업하면서 시정명령의 실익이 없어 종결처리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교복 담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공정위는 스마트학생복, 아이비클럽, 엘리트, 스쿨룩스 등 4대 대형 교복업체 본사와 대리점에 인력을 보내 의혹과 관련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들 4대 업체는 당시 중소 업체들에게 교복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낙찰받을 수준인 15만원 정도로 교복 가격을 담합해 자금력이 부족해서 16만∼17만원에 입찰할 수밖에 없는 중소 업체들이 떨어지도록 만드는 식이다.

2014년에도 전국의 상당수 지역에서 4대 교복 브랜드 업체의 가격이 똑같아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동일 브랜드 업체의 교복 가격이 지역에 따라 최대 10만원 까지 차이 날 정도로 지역별 편차가 커 교복 가격의 적정 수준에 대한 의구심도 일었다.

당시 교육부가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의 4대 브랜드 업체 교복가격을 긴급조사한 결과를 보면 동복 기준 개별 구매의 평균가격은 25만7055원으로 조사됐으며, 교육부가 제시한 교복 상한 기준인 20만3084원보다 5만원 이상 높았다.

교육부는 4대 업체가 일선 학교의 공동 구매에 참여하지 않고 학부모들의 개별 구매를 유도해 개별 구입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으로 봤다. 특히 서울 송파구, 대구 북구, 대전 중구, 충남 천안·아산·당진시, 전남 순천·여수시 등 8개 지역은 지역 내에서 4대 업체의 교복 가격이 똑같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2013년에도 주요 교복 브랜드업체가 교육부와 교복 가격 안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음에도 일부 지역에서 담합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규모 교복 제조업체 모임인 한국학생복사업자협의회에 따르면 경기도 김포시 일대 4개 중·고등학교가 동복 교복을 입찰한 결과 모두 24만원에 주요 브랜드업체 3개사가 낙찰됐다.

학생복사업자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한 학교에 A라는 브랜드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면 다른 업체는 불참하는 방식으로 4개 학교 입찰을 나눠 먹기 했다”고 주장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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