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등어 육개장 .. 먹버섯 피자 ..청정 자연을 맛보다

최현태 2018. 12. 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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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맛은 영락없는 아이스크림.

그런데 달콤함이 혀 안에 퍼질 찰나, 알싸한 매운맛이 따라오며 미뢰를 미묘하게 자극한다.

그런데 매운맛은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전혀 맞지 않는 동반자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 디저트는 매운맛이 지배적이 않으면서도, 뒷맛에 느껴지는 알싸한 고추향이 혀를 부드럽게 자극하는데 단맛과 아주 신비롭게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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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메뉴 선보인 '미학의 셰프' 박찬일 / 생태관광지로 뜨는 경북 영양 찾아 / 지천에 널린 먹버섯 등 식재료 발굴 / 바다와 가까워 신선한 고등어 많아 / 산나물 듬뿍 넣어 끓인 육개장 별미 / 매운맛 나는 아이스크림 디저트도 / "영양서 창업 청년에겐 레시피 제공"

첫맛은 영락없는 아이스크림. 그런데 달콤함이 혀 안에 퍼질 찰나, 알싸한 매운맛이 따라오며 미뢰를 미묘하게 자극한다. 단맛과 매운맛의 페어링이라니. 영양고추 아이스크림. 경상북도 영양에서 나는 고추를 이용해 만든 기상천외한 디저트 메뉴다. 그런데 매운맛은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전혀 맞지 않는 동반자이지 않은가. 보통 달고 풍부한 유제품과 과일이 제격이다. 하지만 이 디저트는 매운맛이 지배적이 않으면서도, 뒷맛에 느껴지는 알싸한 고추향이 혀를 부드럽게 자극하는데 단맛과 아주 신비롭게 어우러진다. 명불허전이란 이런 것인가.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몽로’, ‘광화문 식당’ 등의 경영자, 우리나라의 산천에서 나는 식재료로 창조적인 무국적 음식을 만드는 ‘미학의 셰프’ 박찬일(사진) 셰프가 선택한 새로운 행선지는 바로 영양이다. 

#무공해 청정 산나물의 보고 영양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몽로에서 그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새로 개발한 메뉴라며 끊임없이 요리를 내온다. 점심을 먹고 온 것이 엄청 후회된 순간이다. 그는 이날 비빔밥 2종, 나물과 버섯피자, 고등어 육개장, 나물과 소 곱창 스파게티, 영양고추 아이스크림을 소개했다. 왜 영양일까.

영양의 면적은 서울의 1.3배이지만 인구는 1만8000명에 불과하고 온통 산으로 덮여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은 청정한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장점이 돼 국제밤하늘협회(IDA)에서 아시아 최초로 별자리 보호공원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또 반딧불이 생태공원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들어서 생태관광지로 조명을 받고 있다. 

고추아이스크림

재미있는 것은 ‘조선시대 종부 레시피북’으로 불리는 가장 오래된 한글 요리책 장계향 부인의 ‘음식디미방’이 경북 영양군의 재령 이씨 가문의 서고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딸들에게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조리법을 전수하기 위해 만든 책으로 면병류, 어육류, 주류 등 146가지 조리법을 자세하게 담고 있는데 매우 과학적인 조리법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영양은 과거 음식문화가 발달된 곳이었음을 뒷받침한다.

박찬일 셰프는 “영양에 가보니 몽골이나 티베트 정도는 가야 만날 수 있는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오지라고 사람들이 우습게 봤지만, 지금은 청정한 자연환경이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강점이 됐다”며 “덕분에 대부분 산인 영양은 온갖 나물들이 다 자라고 품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박 셰프가 새 메뉴 개발을 위해 조사 중 찾아낸 대표 식재료가 먹버섯(까치버섯)이다. 영양에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송이와 노르궁뎅이버섯에 밀려 그동안 아무도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았단다.

박 셰프는 “송이는 장기간 쓸려면 냉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향이 나지 않는다. 먹버섯은 송이처럼 재배가 안 되는 자연산이지만 염장을 하거나 제철이 아닐 때에도 품질을 잘 유지한다. 특히 질감이 뛰어나 식감이 좋고 송이처럼 비싸지가 않아 여러 메뉴에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영양 식재료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식재료”라고 극찬했다.

고등어 육개장

#내륙에서 발견한 생고등어

고등어도 박 셰프가 새롭게 조명한 영양 식재료다. 인근의 안동과 영주는 간고등어(자반)를 먹지만 영양은 같은 내륙지역임에도 울진, 영덕 등 바다와 가까워 고등어를 생물로 먹는다. 박 셰프는 “영양을 가보니까 생고등어를 먹더라. 산나물이 나오는 것은 알았지만 생고등어가 나오는지는 몰랐다. 고등어는 여름에는 안 잡히고 가을에서 봄까지 잡히는데 빨리 상하기 때문에 선도가 생명이다. 영양은 바다와 차로 30분 거리여서 시장 자판의 생고등어가 아주 신선했다. 고등어의 제철인 겨울에 언제든 신선한 상태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싱한 고등어에 반해 개발한 메뉴는 ‘고등어 육개장’. 생고등어는 보통 굽거나 지져 먹지만 싱싱한 고등어를 얻을 수 있는 곳이고 쇠고기보다 저렴해 육개장으로 만들었다. 영덕과 울진에는 생고등어로 추어탕처럼 매운탕을 끓여 먹는 식문화가 있는데 여기서 착안한 메뉴다. 신선한 고등어로 포를 뜨고 고사리 등 지역 임산물을 듬뿍 넣어 끓인 별난 육개장으로 한술 뜨니 시원한 국물이 끝내준다. 해장국으로 딱이다.

#레시피 공개해 청년창업 돕는다

비빔밥은 영양의 산나물을 활용해 2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얇게 부친 계란 지단과 붉은 색깔이 화려하게 대비되는 수비드(저온 조리) 계란을 올려 비빔밥의 미각을 부드럽게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우산, 어수리, 참취, 곤달비, 취나물, 뚱채 등 영양의 산나물을 가득 담은 산나물 모듬 비빔밥이다. 집에서 담근 고추장을 쓰는데 5년 묵힌 매실액기스를 사용했다. 

소곱창산나물파스타

나물과 소 곱창 스파게티도 독특하다. 영양은 일교차가 커 나물은 물론 좋은 쇠고기가 생산된다. 박 셰프는 소 곱창을 토마토소스에 조려내 영양의 나물과 더덕을 곁들였다. 이탈리아의 가난한 이들이 먹던 토마토소스 소 곱창 요리를 영양 특산물에 접목한 요리다. 특히 고추장으로 구운 영양 더덕에 가루 치즈를 토핑하여 깊고 진한 맛을 낸다. 나물과 버섯피자는 이탈리아에서 신선한 루콜라나 시금치 등을 토핑하는 것을 응용해 참나물을 얹어 산뜻한 맛을 표현하고 먹버섯을 곁들여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다.

영양의 산나물을 활용한 2가지 버전의 비빔밥

박 셰프는 “영양 주민들은 매일 먹던 것과 다른 별식을 먹고 싶어하고 관광객들도 지역 전통 음식 외에도 익숙한 음식을 먹고 싶어하더라”며 “전통 산나물 음식이 낯선 아이들을 위해 산나물을 이용한 파스타와 피자도 함께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박 셰프가 개발한 요리는 좀 더 보완한 뒤 영양군 지역에서 창업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도 레시피를 제공할 예정이며 서울의 레스토랑에서도 정식 메뉴로 선보일 계획이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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