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그림자 게임> 전쟁을 원하는 이유 '유효수요 창출' [영화속 경제]

2018. 12. 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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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이 창작한 셜록 홈즈는 추리문학사에 금자탑을 세운 캐릭터다. 셜록 홈즈는 정말이지 세상의 미스터리는 못풀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도 숙적이 있다.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다. 셜록 홈즈를 계속 연재하는 게 지겨웠던 코난 도일은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셜록 홈즈를 죽인다. 24번째 단편인 〈마지막 문제〉에서 셜록 홈즈는 모리어티 교수와 함께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떨어져 실종된다. 하지만 독자들이 분노했다. 홈즈를 살려 내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코난 도일은 마지못해 홈즈를 되살렸지만 덕분에 모리어티는 홈즈의 천적으로 남게 됐다.

셜록 홈즈는 1887년 〈주홍빛 연구〉로 데뷔한 이래 영화로, 드라마로, 연극으로 수없이 부활했다. 가이리치 감독의 영화 〈셜록홈즈:그림자 게임〉은 성공한 셜록 홈즈 계보를 잇는다.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셜록 홈즈를, 주드 로가 존 H 왓슨 박사역을 맡았다.

1891년 유럽에서 폭탄테러가 나고, 프랑스와 독일은 폭탄테러의 배후를 놓고 서로를 비난한다. 배후로는 국수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가 지목되지만 셜록 홈즈는 모리어티 교수를 의심한다. 모리어티는 스위스 마이링겐에서 열리는 유럽평화회의에서 테러를 기획한다. 그가 바라는 것은 세계대전이다.

모리어티만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셜록 홈즈에게 말한다. “많은 나라들이 전쟁을 원하고 있어. 심지어 영국도.” 모리어티는 아무도 모르게 산업계에 발을 넓혀왔다. 마인하드를 살해해 그의 공장을 인수했고, 생산품을 면화, 아편, 철강, 무기 등으로 확대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유럽 어디든 일주일 내 제품을 보낼 수 있다. 문제는 소비시장이다. 모리어티는 말한다. “난 총알과 붕대를 팔고 싶을 뿐이야. 공급을 장악했으니 수요를 창출해야지.”

모리어티의 주장을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유효수요 창출’이다. 유효수요란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갖고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수요)를 말한다. 사고는 싶지만 돈이 없어서 실구매로 이어지기 힘든 욕구는 절대수요라고 한다. 또 가격이 비싸서 사지는 못하지만 가격이 싸지거나 내 소득이 증가하면 살 수 있는 수요는 잠재수요라 한다.

케인스는 ‘유효수요의 원리’를 통해 총고용량은 총유효수요에 따라 결정되며 실업은 총유효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케인스는 고용이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하고,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도 증가하지만 소비증가액은 소득증가액보다 적다고 봤다. 가계가 소득의 일부를 소비 대신 저축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 소득과 지출 간의 차액은 투자로 메워야 한다고 봤다. 즉 유효수요란 소비(소비수요)와 투자(투자수요)의 합이다.

전쟁은 절대수요 혹은 잠재수요를 유효수요로 전환시킨다. 이기기 위해 무기가 필요하고, 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 대공황 당시 미국은 유효수요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인 뉴딜정책을 폈다. 하지만 대공황을 벗어나게 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주장도 있다. 항공모함, 탱크, 전투기, 군복, 군용음식 등 엄청난 유효수요가 창출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논란 많은 소득주도성장도 유효수요 이론을 따르고 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이 교과서에 없다는 주장은 틀렸다”며 “가계의 소득을 증가시켜 소비를 늘리자는 것은 케인스 이론에 근거한다”고 반박했다.

전쟁을 막기 위해 셜록 홈즈는 모리어티를 끌어안고 폭포에서 뛰어내린다. 이것으로 홈즈와 모리어티의 긴 악연은 끝이 날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셜록홈즈3〉은 2020년 개봉 예정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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