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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2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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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문화계 결산

케이-팝(K-POP)의 세계화에 함박웃음 짓고, #미투(me too, 나는 고발한다) 운동에 대성통곡하고. 2018년 한해 대중문화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극과 극으로 치닫았다. 다행인 건, 좋은 일들이 모두 대중문화 흐름을 바꿀 정도의 의미있는 시도였다는 것. 넷플릭스·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이 문화 전반에 영향력이 커진 것도 그 중 하나다. <한겨레> 기자들이 올 한해 최고의 사건을 꼽았다.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 방탄소년단- ‘아이돌 혹은 아티스트’ 경계가 무의미한 그들

해외서도 놀란 ‘코리아 인베이전’

팬클럽 아미와 미국시장은 물론

한국 대중음악 영역 확장 이끌어

2018년 한국 대중음악을 이야기하며 방탄소년단(BTS)의 이름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이제는 방탄소년단이라는 한글 명칭보다 세계를 상대로 한 BTS라는 명칭이 더 익숙해진 이들의 활약에 주목한 건 비단 국내 언론뿐만이 아니었다. 동쪽에서 온 이 ‘현상’에 놀란 해외 언론들은 동분서주하며 그들만의 언어로 방탄소년단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음악은 케이-팝(K-POP)이 아닌 비티에스-팝(BTS-POP)이라거나, 이들의 성공적인 미국 음악시장 진입을 빗대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라 부르기도 했다. 비틀스로 시작해 1960~70년대 미국을 사로잡았던 영국 밴드들을 지칭했던 바로 그 현상을 패러디한 표현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 밴드’에게 쏟아진 러브콜은 음악가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일반적인 보이 그룹의 외형을 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곡을 쓰는 것은 물론 꽉 짜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합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 신개념 그룹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매력적인 존재였다. 래퍼 니키 미나즈, 일렉트로닉 듀오이자 프로듀서인 체인스모커즈, DJ 스티브 아오키 등 장르도 스타일도 각양각색인 이들과의 협업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은 ‘BTS를 위해 써 둔 곡이 있다’며 이보다 더 적극적일 수 없는 프로포즈를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탄소년단의 승승장구에는 이들과 결코 떼어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 팬덤 아미(ARMY)가 있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가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처음으로 받은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상이라는 사실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2018년 한 해 국내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음악분야)은 물론 인스타 해시태그 1위마저 휩쓴 방탄소년단과 아미에게 미국 대중음악시장의 견고한 벽도 그리 큰 장벽은 아니었던 셈이다. 빌보드 200(앨범 차트) 1위를 한 해에 두 번이나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2017년 무대만 선보였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1년 뒤 수상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토크쇼들에 메인 게스트로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물 샐 틈 없는 공조가 만들어낸 큰 그림이었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남긴 흔적은 한국 음악시장의 영역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들의 활약 대부분이 한국 대중음악사 속 그 누구도 걷지 못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남의 잔치인 것만 같던 빌보드 뮤직 어워드 무대에서 신곡으로 컴백 무대를 펼치고, 유엔(UN) 총회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연설하는 자국의 젊은 팝스타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 누가 쉽게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비록 지금은 온전한 BTS만의 성공이지만 이들이 열어 놓은 문 사이로 비치는 빛은 이후 세계진출을 꿈꾸는 한국 대중음악계 안팎의 모두에게 결코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길 앞에는 ‘BTS’의 이름이 늘 소환될 것이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공감과 연대’를 열쇳말로 올해 예능계를 이끈 이영자, 김숙, 박나래. 각 방송사 제공

2. 여풍 열풍-‘있는 그대로의 나’ 사랑할 수 있게 해줘 고마워요

이영자·송은이·박나래·김숙…

예능·시사교양 등 안방극장 활약

가식·편견 벗어던지며 공감대

영화·대중음악에서도 ‘당당한 여풍’

트위터(사회 분야)에서 스쿨 미투 다음으로 많이 리트윗된 소재가 ‘페미니즘’이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100만부가 팔릴 만큼 폭발적 관심을 모았던 페미니즘은 대중문화에도 스며들었다.

티브이(TV)에서는 ‘여성의 공감과 연대’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가식을 벗어던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할 말 다 하는, 그래서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언니’들의 전성시대였다. 이영자를 필두로 송은이, 김숙, 최화정이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인생을 얘기하는 <밥 블레스유>(올리브)가 인기를 얻었다. 박상혁 씨제이 이앤엠 피디는 “15년 동안 우정을 쌓은 이들의 연대가 보는 여성들에게 작은 위로를 줬다”고 말했다. 연말 방송사 <연예대상>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이영자는 22일 <2018 한국방송(KBS) 연예대상>에서 이 시상식이 생긴 이래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대상을 받았고 <문화방송(MBC) 연예대상>에서도 대상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이영자와 함께 <문화방송 연예대상> 후보에 올랐던 박나래는 한국갤럽이 조사한 ‘올해의 예능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여성은 ‘아무 것도 모르고 듣는 이’로 취급하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언니’들이 선두에 섰다. <100분 토론>(문화방송)은 처음으로 여성 진행자(김지윤)를 내세웠다. <거리의 만찬>(한국방송)에선 박미선 등 여성 진행자들이 나서 케이티엑스(KTX) 해고 승무원 복직 문제 등 사회 이슈에 귀기울였다.

티브이에서 공감하고 연대하는 ‘언니’들이 우뚝 섰다면, 스크린에서는 ‘걸 크러시’를 장착한 센 언니들이 바람을 일으켰다. 피해자,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그려졌던 여성 캐릭터들이 범죄물·스릴러까지 섭렵하며 스크린을 장악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으로 나와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한 김혜수(<국가 부도의 날>), 필사적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공효진(<도어락>), 초월적 능력의 인간 병기 역을 맡아 스타일이 살아있는 액션 연기를 펼친 신예 김다미(<마녀>)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피해자, 남성=구원자’라는 그간의 공식을 과감히 전복했다.

여성 가수들의 활약도 도드라졌다. ‘2018 유튜브 최고 인기 공식 뮤직비디오 톱10(국내 기준)’을 보면 아이콘(1위)과 방탄소년단(5·9위)을 제외하곤 7개가 모두 여성 가수들의 작품이었다. 블랙핑크, 모모랜드, 트와이스, 레드벨벳, 마마무 등이다. 선미, 청하 등이 여성 솔로 가수의 계보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가시나’부터 올해 ‘주인공’, ‘사이렌’까지 연타석 홈런을 친 선미는 엄정화, 이효리, 현아를 잇는 대표적인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젠더 의식이 강해진 사회 흐름이 대중문화계에도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1,2편 모두 관객 1천만명을 넘긴 <신과함께>.

3. 신과 함께-신들린 듯한 ‘쌍천만’…한국형 대작의 탄생

말 그대로 ‘신(기록)과 함께 한 2018년’이었다.

김용화 감독의 <신과함께-인과 연>은 누적 관객 1227만4353명을 기록하며 올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앞서 1편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1675명)이 천만 영화 반열에 오른 것과 더불어 ‘쌍천만’의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1·2편이 끌어모은 국내 관객 수만 2600만명을 넘어서는 대기록이다. 마블 등 할리우드 프렌차이즈의 공세 속에 유일하게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며 영화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과함께>는 모성애와 용서·화해라는 보편적 스토리, 한국형 시각적특수효과(VFX), 탄탄한 원작 웹툰의 힘 등을 바탕으로 한국은 물론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서 호평을 받으며 선전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을 넘어 아시아를 겨냥한 한국형 프렌차이즈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제작사는 <신과함께>는 3~4편은 물론 시즌제 드라마 제작 등도 계획 중이다. 웹툰-영화-속편 영화-드라마로 이어지는 ‘원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신과함께>의 ‘쌍천만 달성’은 향후 한국 영화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그동안 한국에서 불모지였던 판타지 장르에서 거둔 쾌거라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장르적 다양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또한 1·2편 동시제작이라는 새로운 작업방식을 도입해 성공한 만큼 기획 단계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둔 작품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현장. 씨네21 자료사진

4. 퀸 열풍, 말 그대로 ‘돈 스탑 미 나우’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이렇게 뜨거운 바람을 몰고 올지 예상했던 이들이 얼마나 됐을까. 10월31일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관객수 2위로 출발했으나 같은 영화를 여러 차례 보는 엔(N)차 관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상영, 입소문에 힘입어 역주행에 성공했다. 개봉 4주차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지난 17일 800만 관객을 넘겼다. 음악영화 국내 흥행 기록을 깬 건 물론, 퀸의 본고장인 영국보다 더 높은 매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퀸 열풍은 스크린 바깥까지 번졌다. 퀸 음반과 음원 판매량이 급증하는가 하면, 음악바, 카페, 식당 등 어디를 가도 퀸 음악이 흘러나왔다. 방송사들은 퀸 관련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편성했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른 언론 매체들도 퀸 관련 콘텐츠들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 특유의 흥 문화가 발현됐다”, “나이 든 세대는 추억을 재발견하고, 젊은이들은 퀸을 신상(품)으로 받아들이며 열광한다”는 등의 분석을 내놓았다. 퀸 열풍은 공연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지연 컨템포러리 재즈 앙상블은 28일 서울 강남구 알디스페이스 아트홀에서 ‘재즈 퀸’ 공연을 열어 퀸의 대표곡들을 재즈로 들려준다. 영국의 퀸 헌정 밴드 ‘더 보헤미안스’는 내년 1월4일 서울 세종대 대양홀, 5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 6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내한공연을 한다. 국내 유일의 퀸 헌정 밴드 ‘영부인밴드’도 1월12일 서울 서교동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공연한다.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성폭력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연극 연출가 이윤택.

5. #미투-성폭력 만연한 ‘이 바닥’ 바꾼 용기있는 고발

서지현 검사가 시작한 용감한 고백은 대중문화계로 번졌다. 시작은 연극이었다. 김수희 연출가가 지난 2월 이윤택 연출가에게 10년 전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고백한 이후, 방송·영화계로 폭로가 확산됐다. 배우 조재현과 오달수 등이 작품에서 하차했고, 김기덕 감독 등의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신이 가르치던 학교 학생들을 추행한 사실이 알려진 뒤 배우 조민기가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일도 벌어졌다.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은 단지 가해자를 색출해내는 작업에서 끝난 게 아니다. 그동안 ‘이 바닥은 원래 그런 곳’이라며 문제제기 자체를 용납하지 않던 관행을 깨는 계기가 됐다. 작품 미팅은 술자리에서 하고, 음담패설이 활력인 양 아무렇지 않게 듣고 넘겨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균열을 낸 것이다. 한 여성 드라마 제작자는 “폭력을 당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변화를 품고 있기에 미투는 희망을 찾는 일일 수 있다”고 말한다. 썩은 뿌리를 제대로 도려내고, 새싹이 돋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징조가 보인다. #미투 이후 여성 배우들의 인권 보호 규정 등을 담은 촬영 현장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성폭력 예방 교육도 실시됐다. 술자리에서 작품 미팅을 하는 일도 줄었다. 이윤택 연출의 추행을 폭로했던 당시 <한겨레>에 전한 김수희 연출가의 말은 울림이 깊다. “지금도 말 못하고 고민하고 있을 많은 연극동지들에게 괜찮다고 힘들어하지 마시란 말을 전하고 싶다. 미투는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다.” 남지은 기자

<미스터 션샤인> 속 의병들. 티브이엔 제공

6. 미스터 션샤인-불꽃처럼 살다 간 ‘모든 아무개’들에게

불꽃처럼 살다간 의병처럼, 지난 여름 시청자들의 마음은 뜨거웠다. ‘션샤인’ 같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티브이엔) 덕분이었다. 평균 시청률 12.9%(닐슨코리아 집계), 이병헌과 김태리의 열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드라마로 역사 의식을 고취했다는 점에 이 작품의 가치가 있다. 구한말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노비 출신으로 미군이 되어 조선에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와 양반집 규수 고애신(김태리)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들뿐 아니라 나라를 구하려고 불꽃처럼 살다 간 이름 모를 ‘아무개 의병’들이 모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그동안 역사물은 넘쳐났지만, 대중성이 중요한 드라마에서 의병들의 독립운동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경우는 없었다. 넷플릭스에 사전 판매돼 세계 190개국에 방영됨으로써 얽히고설킨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를 알리는 구실도 톡톡히 해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시청자들은 친일 청산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잊힌 독립운동가들을 다시 불러오는 일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 드라마는 2018년 방영한 미니시리즈 중에서 <리턴>(13.7%)에 이어 시청률 순위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케이블 12.9%는 지상파 13.7%보다 훨씬 영향력 강한 수치라는 점에서 <미스터 션샤인>은 사실상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힐 만하다. ‘굿바이 미스터 션샤인,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남지은 기자

사후 23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윤이상

7. 윤이상의 귀환-분단에 상처입은 용, 고향 통영에 몸 뉘어

‘상처입은 용’의 귀환.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이 드디어 조국에 몸을 뉘었다.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혔던 윤이상의 유해가 사후 23년 만에 고향 통영으로 옮겨졌다.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까닭에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한 번도 고향의 바다를 잊은 적 없다’던 그를 위해 묘소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통영국제음악당 뒤에 만들어졌고, 묘역에 놓인 너럭바위엔 진흙 속에서도 깨끗함을 잃지 않는 연꽃을 이르는 ‘처염상정’ 네 글자가 새겨졌다. 때맞춰 열린 통영국제음악제는 주제를 ‘귀향’으로 정하고 윤이상의 넋을 위로했다. 이장식이 열린 음악제 개막일(3월30일)엔 윤이상이 1981년 발표한 ‘광주여 영원히’가 서막을 장식하며 윤이상의 역사적인 귀환을 기렸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 여름부터 추진됐던 유해 송환 작업은 가족들의 간곡한 요청에 더해 정부와 통영시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이장식이 열리는 날까지 이어진 보수단체들의 반대 시위는 한편으론 분단의 비극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줬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일본에서 실체가 확인된 백제 금동관음상

8. 금동관음상 환수 문제-백제의 미소, 귀향은 언제쯤 가능할까

온화한 미소 어린 백제시대 최고의 걸작 불상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빠져나가 지금은 현지 기업가의 것이란다. 돌려줄테니 150억원을 달라며 흥정을 붙인다. 어찌할 것인가. 지난해 연말 국내 학자들이 반출 90년만에 일본에서 실체를 확인한 7세기 초 백제 금동관음상은 올해 문화재 동네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6월 <한겨레> 보도로 알려진 이 관음상은 1907년 충남 부여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청·국립박물관이 곧 현지 실사를 벌여 진품임을 확인하고 환수협상을 벌였으나 10월초 결렬되고 말았다. 문화재청은 전문가들이 책정한 공식평가액 42억원을 제시했으나, 소장자는 150억원대를 고수하며 내년 국제경매에 팔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탓이다.

불상은 10월 문화재청을 상대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국회의원들은 협상결렬을 우려하며 매입예산 확충 등 환수책을 세우라고 주문했으나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시장에 반응하는 경매에서 적절한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게 예상이고 희망”이라고 했다. 과연 희망대로 경매 환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반환’ 논란도 이어졌다. 2012년 한국 절도단이 일본 쓰시마의 한 사찰에서 훔쳐온 고려 관음상이 발단이었다. 충남 서산 부석사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해 반환이 불투명해지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유탄을 맞았다. 박물관은 고려건국 1100돌을 맞아 ‘대고려’ 특별전에 프랑스에 소장된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과 중국, 일본 등에 흩어진 고려 유물들의 출품 대여를 추진했으나 쓰시마 불상 사건의 여파와 국외 대여유물 보호법규가 없다는 점 등이 빌미가 돼 대부분 거절당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북한춤을 무대에 올린 무용가 안은미

9. 남북교류 열기-공연·책·전시·방송 ‘북한을 알자’ 바람

올초 한반도에 불기 시작한 ‘봄바람’은 ‘북한 문화 알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지난 2월 남한을 방문한 삼지연관현악단이 평창겨울올림픽 축하 공연으로 큰 관심을 모은 데 이어 각종 예술단체·문화재단 등이 앞다퉈 북한을 주제로 강연을 개최했으며 무용가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 등 관련 공연이 줄을 이었다. 4·27판문점 선언 직후인 5월 출범한 한국건축가협회 산하 남북교류위원회는 6차례 콜로퀴엄을 열며 북한의 도시·건축을 탐구했다. <도시화 이후의 도시>, <평양에선 누구나 미식가가 된다> 등 평양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책들이 나왔으며, <서울 평양-두 도시 이야기> <걸어서 평양 속으로> 등 평양시민들의 활기찬 일상을 생생하게 담은 티브이(TV) 다큐멘터리가 제작돼 안방극장을 찾았다. 남북한 통일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케이블 채널 ‘통일티브이’도 내년 초 개국을 목표로 준비위원회를 꾸린 상태다.

그동안 중단됐던 북한 개성의 고려왕궁터인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사업도 재개됐으며 민속경기 ‘씨름’이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경사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대고려전’은 북한에 있는 고려 유물 9점을 들여오기로 했다가 논의가 주춤해지자 대여를 요청했던 왕건상 자리를 비워두는 ‘미완의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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