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 엔진인데 의외로 빠르네?..장거리 운전에도 별로 안 피곤하네?

김준 선임기자 2018. 12. 2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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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현대자동차·혼다 대형 SUV 타보니

『현대자동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인기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23일 현재 계약이 2만6000대를 훌쩍 넘어 당장 계약을 해도 평균 4개월가량 걸려야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넓은 실내 공간, 높은 연비와 세제에 유리한 2.2ℓ 디젤엔진, 3500만원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팰리세이드 효과’로 국내 시장에서 대형 SUV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혼다코리아도 미국시장 베스트셀링 SUV ‘파일럿’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들여왔다. 비교 시승을 통해 두 차의 장단점을 알아봤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 출력 갈증 없앤 엔진 ‘팰리세이드’

출발·추월 가속 높여 ‘엔진 세팅’…출력 갈증 불식 빠릿빠릿한 움직임 고속주행에도 대형 세단급 승차감…평범하게 운행하면 연비 11.8㎞

운전 내내 ‘의외’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팰리세이드의 가속성능이 생각보다 우수했기 때문이다. 팰리세이드는 공차중량이 1945㎏, 이런저런 편의장치를 태우면 2t이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심장’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는 45.0㎏·m를 내는 2.2ℓ 디젤엔진을 사용한다. 무게가 100㎏가량 가벼운 싼타페와 쏘렌토에 사용되는 엔진이라 힘이 부족할 것이라 지레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팰리세이드는 출력에 대한 갈증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빠릿빠릿했다.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다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 급가속을 해보았는데, 꾸물거림 없이 가뿐하게 출발선을 박차고 나간다. 시속 100㎞ 안팎까지는 속도계 바늘이 거침없이 우상향한다. 레이싱 트랙 등에서 테스트해보면 시속 160㎞ 안팎에서는 ‘풀 액셀’을 해도 속도가 재빨리 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할 정도도 아니다.

시승 후 ‘같은 엔진 다른 출력’의 이유를 현대차에 물어봤다. 팰리세이드는 싼타페에 비해 발진가속과 추월가속 성능을 좀 더 높이는 방향으로 엔진을 세팅했다고 한다. 시속 100㎞에서 싼타페보다 4% 이상 높은 토크가 나오며, 그 아래 속도에서도 비슷한 힘이 나온다는 설명이었다.

8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가 느끼지 못할 만큼 변속이 매끄럽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같은 기어 단수에서도 엔진 회전수를 좀 더 높이 띄워주고 운전대도 좀 더 묵직해진다. 하지만 엔진 사운드가 높아지는 것만큼 가속감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느낌은 적었다. 연비는 어떨까. 엔진 회전수를 레드존 근처까지 보내며 거침없이 몰아도 ℓ당 8㎞(20인치 휠, 245 사이즈 타이어 기준)가 나왔다. 또 다른 운전자가 평범하게 운전하니 11.8㎞를 기록했다.

주행질감은 시종일관 묵직하다. 고속도로 곡선 구간을 제법 빠른 속도로 달렸지만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한국 맞춤형’이랄 정도로 국내 도로에 잘 맞췄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솜씨가 일품이다. 하지만 여전히 100점을 주기엔 부족한 서스펜션 세팅이다. 운전 내내 엉덩이를 미미하게 자극하는 미세한 이질감을 모두 잡아내지는 못한다. 덩치가 크고 차체가 높은 탓인지 롤링(차가 좌·우측으로 쏠리는 현상)도 조금은 있었다.

대형 SUV지만 운전이 어렵지 않다. 스티어링 기어비가 큰 고성능 세단과 비교할 수 없지만 운전대를 돌리는 만큼 차머리가 시원스레 회전한다. 일부 프레임 방식의 대형 SUV와 비교하면 팰리세이드는 콤팩트 세단만큼 차머리가 잘 돈다. 랙 타입 전기모터 방식의 운전대 보조장치(EPS)는 저속과 고속에서의 이질감이 거의 없다. 이 정도면 일부 경쟁 수입 SUV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 프레임 SUV를 경험한 운전자라면 팰리세이드의 승차감에 또 한 번 놀랄 법도 하다. 단차가 있는 도로를 지나도 트렁크의 짐들이 쿵쾅거리지 않고, 엉덩이도 시트에 얌전히 붙어 있다. 마치 대형 세단을 타는 느낌을 준다.

실내로 들어오는 풍절음이나 엔진소음이 적은 것도 팰리세이드의 장점이다. 풍절음은 고속도로 최고속도인 시속 110㎞ 안팎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고, 훨씬 더 빨리 달려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링키지 등 차량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잘 차단했다. 엔진소음은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이란 장치로 엔진소음과는 반대 위상의 음파를 스피커로 내보내 줄여준다고 한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만든 내연기관 SUV 최초로 버튼식 변속기를 적용했다. 센터 콘솔이나 운전대 옆에 붙은 기어노브를 아래위로 미는 방식이 아니라 4개의 버튼을 눌러 전진과 후진, 중립, 주차를 선택한다. 기어노브를 잡는 버릇이 있어 가끔 오른손이 심심했지만 이내 적응이 됐는데, 버튼식으로 바뀌면서 콘솔 부위가 ‘시원’해졌다. 버튼식 기어 전환 스위치 옆에는 현대차 최초로 험로주행 모드가 있어 노면 상황에 맞는 주행을 지원한다.

앞 유리창에 비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굉장히 선명하다. 마치 일반 모니터를 보는 것처럼 해상도가 높다. 왼쪽에는 속도, 오른쪽에는 주행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가 표시되는데, 큼직하니 보기 좋다. 패들 시프트로 기어를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깜빡이를 켜면 사이드미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회전하는 방향 후측방 영상이 계기판 모니터 중앙에 뜬다. 노면 상태까지 판단할 정도로 화질이 선명하다. 늘 현대차의 안전·편의 장치에 감탄하는데, 팰리세이드도 그렇다. 고속도로주행보조, 차로유지보조, 파워 테일게이트, 전방충돌경고, 후측방충돌경고, 안전하차보조, 운전자주의경고, 후석승객알림…. ‘안전·편의 장치의 박물관’이라 불릴 만하다.

공간 활용성이나 편의장치에도 적잖이 공을 들였다. 3열에 쉽게 앉을 수 있도록 2열 시트 하단 워크인 버튼을 누르면 2열 시트 등받이가 전방으로 접히고 앞으로 당겨진다. 3열 시트도 트렁크 측면 버튼을 누르면 접고 펼 수 있다. 운전자나 가족이 용을 쓰며 시트를 접거나 펼 필요가 없는 셈이다. 3열 시트 무릎 공간도 좁지 않아 아이들이 앉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 3열 헤드룸도 천장을 움푹 파놓아 키가 웬만한 사람은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는 정도는 된다.

혼다 파일럿

■ 미국 내 베스트셀링 ‘파일럿’

‘엔진 잘 만드는 혼다’ 작품…시속 100㎞에서도 부드러운 주행 가속 빠르진 않지만 꾸준히 붙어…이중접합유리로 풍절음 차단

파일럿은 2003년 첫선을 보인 혼다의 대형 SUV다. 일본 혼다 엠블럼을 달지만 미국시장을 겨냥한, 미국에서 만든, 미국 특화 SUV라고 보면 된다. 북미시장에서는 연간 10만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다. 한국에는 2012년 2세대 모델이 들어왔는데, 국내시장에서 대형 SUV 인기가 올라가면서 혼다코리아가 3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들여왔다.

파일럿의 개발 콘셉트는 ‘가족 여행’이다. 4~5인 가족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기차 타듯 안락한 여행을 할 수 있는 SUV를 지향한다. 사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이 같은 대형 SUV로 장거리 대륙 횡단 여행을 하는 가족이 많다. 이런 목적에 충실하려면 강한 파워 트레인은 물론이며, 정숙성과 안락함까지 갖춰야 한다.

시승을 앞둔 파일럿은 오래 대기한 탓인지 냉각팬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하지만 차에 오르고 도어를 닫자 팬 소리를 포함한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급가속을 하지 않고 출발하면 마치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하이브리드차량처럼 부드럽게 움직인다. 신호대기 때 기어를 중립(N)에 놓지 않고 주행(D)에 둬도 운전대에 엔진 떨림이 전달되지 않는다. 파일럿의 기어 변속도 노브가 없는 버튼식을 사용한다.

실내에서 들리는 엔진소음은 상당히 절제돼 있지만 차 바닥 아래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일반 대중차들과 비슷한 편이다. 도로의 단차 구간이나 홈이 패인 곳을 지날 때면 타이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들린다. 풍절음은 장거리 여행을 방해하는 요소인데, 시속 100㎞ 안팎에서는 거의 못 느낄 정도다. 파일럿의 창문에는 이중접합 유리가 사용된다.

전체적인 주행질감은 대형 SUV답게 굵고 묵직하다. 중고속에서의 ‘펀치력’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적당한 수준이다. 엔진 잘 만들기로 유명한 혼다의 V형 3.5ℓ 6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는 36.2㎏·m가 나오고,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가 붙는다. 300마력에 가깝지만 공차중량이 1950㎏으로 2t에 가까워 중고속에서 아주 잽싼 가속력을 보여주진 않지만 운전자가 지루하지 않게 꾸준히 속도가 붙는다.

서스펜션은 미국 도로와 소비자들에 맞춰진 느낌이다. 국산 경쟁차보다 좀 더 소프트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속 100㎞ 안팎에서 무척 기분 좋은 달리기 실력을 보여준다. 다만 운전석 풋 레스트 위쪽의 주차 브레이크 페달이 운전 중에 가끔씩 걸리는 점은 아쉬웠다.

트렌드에 맞게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는 장치도 적잖다. 차선유지장치, 스마트크루즈컨트롤, 후측방경보시스템, 추돌경감제동시스템 등이 ‘혼다 센싱’이란 안전·편의 장치 패키지에 포함돼 있다. 주행 중 바퀴가 차선을 넘으니 제법 능동적으로 안쪽으로 밀어넣어 주었다.

공간 활용성은 만족할 만하다. 엘리트 트림 2열 시트는 1열처럼 2석인데, 운전석만큼 편안하다. 무릎 공간도 신장 180㎝ 안팎의 성인이 앉아도 넉넉하다.

급히 마감할 기사가 있어 운전 중 2열 시트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작업을 했는데, 공간적인 불편함은 없었다. 이동식 와이파이 기기의 배터리가 작업 도중 방전됐지만 센터 콘솔 뒤편에 마련된 2개의 USB 포트로 충전, 기사를 늦지 않게 전송할 수 있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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