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깔려면 4천만원씩 내세요..3기 신도시 교통부담금 '덤터기'
2기신도시의 2배로 늘릴 전망
부담금 산정·집행기준 불투명
차일피일 건설 미루면 속수무책
국토교통부는 2기 신도시 입주 후 교통 인프라스트럭처가 늦게 깔려 주민들이 수년간 '교통지옥'을 겪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더 많이 걷어 더 빨리 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2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수십조 원을 거두고도 교통망 신설이 늦어져 지금도 비난을 받고 있는 와중에 똑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돈을 걷는 것도, 예산의 집행도 명확하지 않은 광역교통개선부담금 기준을 이참에 뜯어고쳐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1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3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2배로 늘린 뒤 교통망 건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시행자가 내지만 시행자가 대개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결국 입주민들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담금이 2배 늘어나면 신도시 입주민이 내야 하는 돈이 2배 증가하는 것"이라며 "돈을 내더라도 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진 곳에서 사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교통지옥'이라 불리는 2기 신도시의 주민 역시 상당 금액의 부담금을 이미 지불했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 등 사업시행자가 낸 2기 신도시 10곳의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은 17조8063억원으로 집계됐다. 입주민 1인당 낸 부담금을 보면 수원 광교가 2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성남 판교(2000만원), 파주 운정(1700만원), 위례(14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 관계자가 공언한대로 3기 신도시의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이 2배가 된다면 이곳 주민들은 한 사람당 3000만~4000만원에 이르는 돈을 아파트 분양 때부터 내야 한다. 납세 관련 NGO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이미 세금 등으로 인프라 시설 확충 등에 대한 비용을 내는데 '가욋돈'을 더 내라는 뜻이라 '이중과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혜자 부담 원칙' 차원에서는 일리가 있지만 교통망 신설로 수혜를 받는 지역이 많은 데도 신도시 입주자들에게만 부담을 몰아가는 방식은 명분과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광역교통개선부담금과 동일한 성격의 학교용지부담금도 비슷한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학교용지부담금은 계산하는 과정이라도 존재하지만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은 근거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인천 서창2지구는 사업시행자인 LH가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100% 냈다. 반면 화성 봉담2지구에선 20.9%에 그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3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2배 늘린다는 데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2기 신도시의 평균치를 염두에 둔 듯한데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업자 사이에 비용 분담 비율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입주민이 내는 부담금이 개발지구마다 다르다면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분양가를 통해 거둬들인 광역교통개선부담금 집행과 관련해 강제성 있는 규정이나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다. 교통 대책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위험을 방지해야 하지만 현행 법 체계에선 관련된 규정이 별로 없다. 따라서 신도시 개발 단계에서 예정됐던 교통시설 계획이 타당성 검사 후 좌초되면 대부분 시행사와 지자체 협의에 맡기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담금 산정 방식과 교통대책 이행 여부 점검 등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의 전반적인 부분을 개선할 계획이 있다"며 "기존보다 2배 이상 부담금을 늘리는 것도 이 작업과 연관해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광역교통개선부담금 : 대도시권에서 특정 사업을 시행하는 자에게 광역교통시설 등의 건설 및 개량을 위해 부과하는 부담금. 광역교통개선대책(용지 면적 100만㎡ 혹은 수용 인원 2만명 이상 대규모 개발사업을 할 때 수립하는 교통망 대책)이 필요한 지역의 택지개발사업 등에 부과된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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