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주택에 도전한 사례 ③-2 / 판교주택
에어컨 없이 여름 실내온도 26℃, 상대습도 65% 이하를 유지한다. 겨울은 웃풍 없이 21~23℃로 지내는데, 1년 동안 낸 가스와 전기 요금의 합계가 총 591,789원. 물론 온수와 가스건조기 사용료까지 다해서.
하자 없는 집을 찾다 보니,
패시브하우스가 답이었다
올여름, 한낮 기온이 31℃에 육박하는 날 판교주택을 찾았다. 입구부터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실내 온도계는 25℃를 표시하고 있었고, 아무리 둘러봐도 에어컨은 없었다. 건축주 정광호 씨는 천장을 가리켰다. 관을 따라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복사냉방 덕분이란다. 그간 꾸준히 모아 온 전기와 가스요금 고지서도 확인시켜 준다. 실내온도 24℃ 안팎, 습도 70% 미만을 유지해 온 집의 연간 관리비는 전부 더해 591,789원.
2년간 집을 짓고 이후 지난 1년 각종 설비를 계속 업그레이드 해왔다는 광호 씨. 단순히 하자 없고 관리가 편한 집을 지으려다 패시브하우스를 알게 되었고, 액티브 요소까지 결합해 제로에너지에 가까운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자평하지만, 국내 고효율에너지 건축의 한 기점이 될, 충분한 가치를 담은 집이다.
지난 1년간 판교주택의 에너지소비량 총계
HOUSE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지면적▶ 285.8㎡(88.78평) | 건물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142.13㎡(43평) | 연면적▶ 325.84㎡(98.73평)
건폐율▶ 49.73% | 용적률▶ 69.49%
주차대수▶ 3대 | 최고높이▶ 8.5m
구조▶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지층 바닥(내단열) - 압출법보온판 1호 240mm / 지층 벽체(외단열) - 압출법보온판 1호 210mm / 지상층 벽체(외단열) - 경질폴리우레탄(24K) 200mm / 최상층 바닥(외단열) - 압출법보온판 1호 315mm
외부마감재▶ 외벽 – 삼익산업 루나우드 14T / 하부 - 현무암 30T / 파라펫 상부 – 컬러강판
담장재▶ 루나우드 | 창호재▶ 폴란드 MS社 PVC 3중창호 MS-Evolution 92mm, 6격실
열회수환기장치▶ Zehnder Comfoair 550 Comfofond-L 550(지열교환기) Comfocool-550(쿨러) 제습로터(득영, KIST 이대영 박사)
에너지원▶ 태양열, 태양광, 지열, 도시가스
전기▶ 용성전기|설비▶ 우리들설비
구조설계▶ SDM구조기술사사무소
총공사비▶ 약 7억원(설계비 및 인테리어, 조경, 토목공사비 포함)
설계▶ HJP Architects
시공▶ 건축주 직영
SECTION & PLAN
01 벽체 디테일
벽체는 외단열로 경질우레탄을 200mm 두께로 도포했다.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lass Fiber Reinforced Plastics)을 외벽에 상처럼 걸고, 단열재를 채운 후 탄화목인 루나우드로 일괄 마감했다.
※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유리섬유에 열경화성 수지를 결합한 물질로, 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며 녹슬지 않고 가공이 쉽다. 열전도율이 철의 1/200 정도로 낮다.
02 지하층 단열과
드레인보드 시공
지하층은 방수와 XPS 105mm 2장으로 외벽 단열을 했다. 합벽 구간은 기포콘크리트를 채워 드레인보드 효과를 내고, 주변 침하를 막는 시도를 해보았다. 합판으로 평활도를 높이고, 1층 폼 형식의 단열재와 맞닿는 구간은 일일이 브러시를 긁어 요철을 만들었다. 추후 서로 다른 물성의 단열재로 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03 창호 시공 디테일과
매입식 셔터
유럽에서 직접 공수해 온 창호는 외부 셔터까지 일괄 주문해 창호 상부에 인입 시공했다. 열교를 최소화하기 위해 GFRP를 활용하고, XPS 단열재가 창틀을 덮는 디테일을 구현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벽 - KCC숲으로 친환경 도장 / 천장 – 독일 Knauf 타공 석고보드 + 친환경 도장 / 바닥 – 구정마루 프라하 브러쉬골드 헤링본
욕실 및 주방 타일▶ 포세린 타일(중국산), 동서타일, DSP 베르블럭 스테인리스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Grohe Eurocube, 대림
주방 가구▶ 대건퍼니처(무광 PET)
조명▶ 솔라루체 6인치 다운라이트, 필립스 3인치 다운라이트
계단재·난간▶ 멀바우 + 평철난간
현관문▶ 살라만더
문▶ 자작나무 맞춤제작(부속 – 도무스)
붙박이장▶ 대건퍼니처(무광 PET)
데크재▶ 삼익산업 루나우드 21mm
04 이중 배관 기밀과
배관 단열
주택에서 기밀에 취약한 부위가 배관 설비 부분이다. 판교주택은 국산 발코니 드레인 제품에 2중 트랩을 적용한 자작 제품으로 이를 해결했다. 물이 흐르지 않을 때는 개구부가 닫혀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 시공은 팽창형 지수재를 감아 콘크리트에 넣는 식으로 해결했다. 또한, 배관이 노출된 부위는 케이스를 제작하고 내부에 단열재를 채웠다.
05 천장 타공 석고보드를
통한 복사 냉방
땅 속에서 데워지거나 차가워진 물이 천장을 통해 실내 온도를 제어하는 시스템. 유량이 분당 9ℓ에 달한다. 마감재로 타공 석고보드를 택하고, 시공 후 뒤틀리지 않도록 고정 각재를 일일이 탄화시키는 공정을 선행했다. 각재 가격보다 가공 비용이 더 들었다는 후문.
06 옥상 파라펫 디테일
열교 부위로 많이 지적되는 옥상 파라펫. 흔히 쓰이는 ALC 블록 대신 GFRP를 세우고 방부목을 걸어 4.5T 두께의 CRC보드를 덮었다. 기존보다 열교 현상을 약 8배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ZOOM IN
수평형 지열과 복사 냉방의 개념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지역의 연평균 온도를 파악해 지열파이프를 묻는 깊이를 정했다. 판교주택은 지중 3.7m 깊이에 300m 길이의 파이프를 매립했다. 여름철 땅 속 온도로 차가워진 물이 실내 천장을 돌며 냉방하는 시스템이다.
건축주 인터뷰 /
정광호 씨
직영 시공했다니,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졌을 것 같은데
원래 교대를 졸업하고 교사를 했다. 적성에 맞지 않아 잠시 쉬던 차, 부모님이 집을 짓겠다 하셔서 백수였던 내가 투입됐다. 작은 다가구주택 하나를 일일이 공부하면서 직영 공사를 하고 나니, 어머니 친구 분이 또 내게 공사를 맡기셨다. 그렇게 소개가 이어져 어쩌다 보니 건축 일을 하게 됐다. 남들 눈엔 그냥 ‘집장사’였다. 돈 잘 버는(하하).
전공자도, 기술직도 아닌데 일이 많았던 이유는
하청을 내더라도 자재를 직접 구입하고 인건비만 주는 식으로 원가를 절감했다. 건축 현장에서는 여기저기 새는 돈이 많은데, 내 성격에 그걸 못 본다. 그렇게 다른 곳보다 공사비가 좀 저렴하고 A/S 문의가 오면 어떻게든 발로 뛰어 해결했다. 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보셨던 것 같다.
패시브하우스를 짓게 된 계기는
그동안 빌라나 다세대주택을 지어오며 결로나 곰팡이 등 하자를 목격하고, 직접 수리하기 위해 애쓴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연구하고 보완하려고 해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건축주 자금의 문제도 있었고. 그래서 내가 사는 집만큼은 ‘하자 없는 집’을 지어보고 싶었다.
시공에만 무려 2년이 걸렸다
모든 작업 공정에 직접 망치를 들고 참여했다. 각 부위 디테일이 내 머릿속에 있으니, 이를 작업자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친한 친구를 일당으로 불러 같이 밤낮으로 작업했다. 상을 대고, 표면을 깎고, 테이프를 붙이는 고된 시간의 반복이었다. 남의 집이라면 수지타산도 맞지 않아 불가능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어떻게 적용했나
대부분의 지식과 정보를 패시브건축협회www.phiko.kr를 통해 얻었다. 궁금한 점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협회와 각 분야 재야의 전문가들이 흔쾌히 답을 달아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최정만 회장님 이하 협회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고효율 주택에 관심 있는 건축주들은 꼭 들러보길 권한다.
예비 건축주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집의 기본은 첫째가 안전이고, 둘째는 누수와 결로 등 하자가 없어야 한다. 여기에 유지 관리 비용이 적고, 사계절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을 찾다보면 패시브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예쁘기만 한 집에 살고픈 사람은 없을 테니까.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지금도 실내 공기질을 매일 측정하고 제습로터를 이용한 2중 열교환 등 새로운 실험을 지속한다. 노후된 아파트를 열교 없는 완벽한 패시브 공간으로 만들고픈 꿈이 생겼다. 보기 좋은 인테리어가 아닌 거주자를 생각한 진짜 공간 말이다.
건축가_ 박현진 [HJP Architects]
취재_ 이세정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8년 12월호 / Vol.23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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